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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Nov 02. 2021

"Brooklyn (2015)"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

Two countries, 

two loves, 

one heart. 


위와 같이 정리가 되는 영화일 듯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mivVUu2m1c&t=1s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으로, British Academy Film Awards에서 Best Picture 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The Academy에서도 여러 부분에 후보로 올랐던 작품입니다. 물론 저도 이 영화가 나온 다음 해에 보게 되었는데, 여자분들, 참 어찌들 그러신가요? 보는 내내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한 이야기였습니다만 2000년대 들어 보기 힘든 영화임은 확실합니다. 


미국 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영국 고전영화의 특유한 cinematography와 영상미가 뛰어나고, 연기력도 고른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스토리도 원작 소설에 충실했으며, 지나친 과장도 없고 어딘가 잘린 듯한 성의 없는 축소도 없이 적절하지요. 최근 영화라 전체 이야기를 자세히 쓰기보다는 띄엄띄엄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 영화는 이곳저곳에 배어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참 매력 있는 작품입니다 - 클라이맥스도 없고 반전도 없는 영화 - 흐르는 듯한 영화지만 삶과 사랑에 대한 무게감이 있는 영화입니다. 


아일랜드인의 미국 이민에 대한 영화가 2002년작 In America 가 있었지요? 예전에 소개드린 영화이기도 한데, 시대 배경이 다르지만 이 영화와 그 영화가 닮은 점을 찾게 되는 순간들도 보는 동안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1951년, Eilis Lacey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은 아일랜드의 남동부의 작은 마을인 Enniscorthy에서 아주 평범하지만 생각이 곧은 어머니와 여동생 Rose와 살고 있습니다. 전쟁의 여파였을까요? 좋은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Eilis는 Miss Kelly가 운영하는 잡화가게에서 주말에 일을 합니다. Miss Kelly는 나름대로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삶을 살고 있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은근히 강요하는 사람으로, 겉으로는 종교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 가까이하는 사람들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사람, 마음이 아름답지는 않은 중년의 여인입니다.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잘 되는 것을 왠지 바라지 않는 시기심이 많은 사람이지요.



Eilis는 젊고 매력이 있는 여성이지만 정작 마을 청년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삶이 그다지 기쁘지 않고 어딘가에 있을 breakthrough를 찾고 있지요. 이를 이해하고 있던 Eilis의 언니는 미국 Brooklyn에 있는 아일랜드인 신부 (Father Flood)에게 편지를 씁니다. 동생이 더 넓은 세상에서 살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지요. 



언니 덕분에 집안일도 걱정 없이 속 시원히 미국으로 떠나게 된 철부지 같은 Eilis. 길지 않을 여행으로 시작했지만 떠나기 전부터 그녀의 마음속에는 왠지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아일랜드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처음으로 큰 선박을 탄 그녀는 아주 심한 뱃멀미를 하게 되지요. 같은 캐빈을 쓰게 된 어느 여성이 뉴욕에 처음 가는 Eilis에게 이런 조언을 합니다:


"배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좋아."

"캐빈 공용 화장실문은 반드시 안쪽에서 잠가."

"이민국에서는 눈 크게 뜨고 떳떳하게 서있어."

"미국에서는 미국인처럼 생각을 해야 해."

"집이 사무치게 그리울 거야. 그냥 꾹 눌러."




이렇게 어렵고 엉성하게 시작한 뉴욕에서의 삶. 신부가 미리 준비해 준 덕에 Eilis는 다른 젊은 아일랜드 여성들과 함께 브루클린에 위치한 하숙집에서 살게 됩니다. 배에서 만났던 여성의 말대로 집이 무척이나 그립지만 참아내지요. 집안일 때문에 자신을 위한 일을 하지 못했던 Eilis는 신부의 주선으로 Brooklyn College에 등록도 하여 회계학 공부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Eilis는 배관공으로 일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Tony Fiorello를 만나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그렇게 '미국인'이 되어가던 Eilis는 예기치 않은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됩니다. 언니의 사망 소식이었지요.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기에 Eilis는 Tony에게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아일랜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그녀의 상황을 알게 된 Tony는 그녀가 떠나기 전에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부탁하지요. 그를 사랑했던 Eilis는 결국 Tony의 제안을 받아들여 둘만의 비공식적인 결혼까지 하게 되지요. 고향에서는 주변 청년들이 시시하게 보였기에 애인이 없던 Eilis는 뉴욕에서 그녀의 첫사랑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아일랜드로 돌아온 Eilis는 다시 돌아온 삶에 익숙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마을의 부유한 청년인 Jim Farrell과 가까워지게 되지만 뉴욕에 두고 온 Tony생각에 마음을 잡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Eilis가 전에 일했던 가게의 주인인 Miss Kelly는 우연히 Eilis가 뉴욕에서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Eilis에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립니다. 누구라도 잘 되는 것을 못 보고 사는 Miss Kelly의 사악한 의도를 알아챈 Eilis, 그리고 그 예전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던 이 마을에서의 삶이 다시금 떠올라 그녀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갈 마음속 결정을 합니다. Miss Kelly와 불쾌한 대면을 한 그날 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자신의 결혼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지요. 자신의 처지와 딸의 입장을 이미 마음속으로 알고 있던 Eilis의 어머니는 어떻게 보면 매정하게 그녀를 떠나보냅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딸에 대한 사랑 또한 마지막 포옹을 통해 딸에게 전해주지요. 흥미롭고 다행스러운 점은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온 후 Eilis 가 보여준 모습들은 몇 년 전, 가족을 뒤로하고 철없이 떠난 Eilis 와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귀국 후 살면서 모든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시 마음을 주었던 마을 청년 Jim Farrell 에게는 차마 대면하고 작별을 말할 수가 없어서 편지 한 장을 그의 집 문 아래로 넣어둡니다. 그 후 Eilis는 다시 뉴욕행 선박을 탑니다.


갑판 위에서 먼바다를 바라보던 Eilis는 수년 전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서 있는 젊은 아일랜드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 수심이 쌓인 표정을 하고 남루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인이었지요. 아마도 돈을 꼭 벌어야 하는 그런 처지인 듯합니다. 몇 년 전 자신이 이런 처지에 있었을 때 짧았지만 아주 유용한 조언들을 해 주었던 그 낯선 여성처럼 Eilis 도 이 젊은 아일랜드 여성에게 이런 대화를 하며 조언을 해 줍니다:


Young woman: 

So are you away to live in America?

Eilis: 

No.

Young woman: 

Just visiting?

Eilis: 

No, I live there already.

Young woman: 

Really? What's it like?

Eilis: 

It's a big place.

Young woman: 

I'm gonna live in Brooklyn, New York. 

Do you know it?

Eilis: 

Yes.

Young woman: 

People say that 

there are so many Irish people there,

it's like home. Is that right?

Eilis: 

Yes. It's just like home.


Eilis: 

You're not to eat.

Young woman: 

But I might be there years.

Eilis: 

No, you can eat when you get there. 

Don't eat on the boat. 

It'll stop you getting so sick. 

Do you promise me?

Young woman: 

I promise.


Eilis: 

And in a moment 

I want you to go 

straight down to your cabin

and lock the bathroom door 

on your side.

When next door starts hammering, 

you can negotiate.

When you get to immigration, 

keep your eyes wide open.

Look as if you know where you're going.

You have to think like an American.

You'll feel so homesick that 

you'll want to die

and there's nothing 

you can do about it 

apart from endure it.

But you will, and it won't kill you.



뉴욕으로 돌아간 Eilis - 떠난 지 너무나 오래되어 아마도 그녀를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Tony를 길에서 기다리며 하는 monologue 가 참 아름답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 대사지요:


And one day the sun will come out.

You might not even notice straightaway, 

it'll be that faint.

And then you'll catch yourself 

thinking about something or someone

who has no connection with the past,

someone who's only yours,

and you'll realise...

... that this is where your life is.



https://www.youtube.com/watch?v=QkQBpcY53ks


Roger Ebert는 아니지만 Premiere magazine의 chief critic 이자 Roger Ebert에 기고하는 Glenn Kenny는 4-Star를 주며 이렇게 평을 마무리했습니다:


People have spoken about how understated and old-fashioned “Brooklyn” is, to the extent that it might come across as a pleasant innocuous entertainment. Don’t be fooled. “Brooklyn” is not toothless. But it is big-hearted, romantic and beautiful. 




아름다운 장면들과 이야기들로 가득 찬 영화입니다. 약간의 love scene 있지만 영국 영화답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decent 하게 처리를 하더군요. 이런 영국 영화의 스타일이 맥을 미약하나마 이어갔으면 합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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