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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Mar 31. 2016

뭉근한 수프 한 그릇

- 일상의 사유와 빈틈

뭉근하다,,,


뭉근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세지 않은 불기운이 끊이지 않고 꾸준하다란 뜻을 지니고 있다.

보통 오랜 시간 수고로움을 들인 음식, 죽이나 보양식 레시피를 보면

이 뭉근하다란 표현이 자주 쓰이곤 한다.

그만큼 정성을 많이 들인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뭉근하게 끓여낸 음식들의 목넘김은 뜨끈함, 그 자체라는 표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얼마 전 눈에 쏙 들어온 책 한 권 <수프 한 그릇>



 La Soupe 수프 한 그릇 / 요리하는 언니 최연정,  사진 찍는 동생 최지민


갑자기 꽂힌 보노보노 스프에 길들여져 스프에 빵 찍어먹기 시작한 건,

이 <수프 한그릇>을 만나기 위함이었을까? ㅋㅋㅋㅋ

아무튼 그립감 작렬인 이 책 한 권을 받아들고 어찌나 뿌듯하던지,

(가로 직사각 책에 빠지는 묘한 취향이 있는,,,,)


바로 가장 기본인 크림수프 레시피를 펼쳐들고

나무주걱 들고 수프 만드는 마녀 모드로 돌입했음이다.



인스타그램의 폐해, 각 맞추기


La Soupe / 크림 수프


재료: 버터 40g, 밀가루 40g, 닭육수 800ml, 우유 20ml, 넛맥 약간, 소금, 후추 약간


크림수프 재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닭육수 내는 레시피는 따로 있었지만, 간단히 치킨스톡으로 대체했음이다.



넣고, 볶고, 끓이고


1. 냄비에 버터를 넣고 녹인다.

2. 불을 약불로 줄인 후 녹인 버터에 밀가루를 넣고 10분간 볶는다.

   (전,, 너무 카라멜화가 되는 것 같아서,,, 5분 정도 볶았네요. 더 약불로 줄였어야했나봐요.)

3. 볶아 놓은 버터와 밀가루에 우유를 붓고 거품기로 멍울이 없도록 잘 섞어준다.

4. 닭육수를 넣고 중불에서 뭉근하게 끓여준 후 넛맥은 약간만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음,,, 오~~~~~~~~~~~래, 뭉~~~~~~~~~~~~~근하게 끓여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걸죽한 농도가 좀 부족하다 싶으면 전분물을 넣어 농도를 맞춰주세요.





커피 한 잔 내리고, 바게트 준비하고,

크림수프 위에 파슬리 가루와 파마산 치즈 갈아 올리면 나름 근사한 아침이 됩니다.





단출한 아침이지만 왠지 뭉근한 수프 한 그릇 덕분에 풍성해 보이죠?




"우리의 일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여행을 하기도 하며,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고독이나 침묵, 혹은 비밀로 인해 사람들과 단절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 이 모든 존재 양태들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표면적인 목적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그것들을 분석해보면, 일상생활로부터 삶의 결 Style 자체로 넘어가는, 나아가 예술작품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드러난다." - <일상적인 삶> 중에서 / 장 그르니에



우리가종종거리며 달려온 삼월이었네요.

3월의 데쟈뷰라고나 할까요?

누구나 똑같이 주어진 한 달이 왜 그리 쉬이, 바삐, 한달음에 달려갔는지 말이죠.

겨울이 언제 지나가려나 싶었는데, 고개 들어보니 벚꽃이 팝콘 마냥 팡팡 터져있습니다.

불어오는 미풍에서도 봄이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그저 흔한 나의 일상이라 지리해하기보다는

일상을 사유하며, 일상의 빈틈에 뭉근함을 끼워넣어보세요.

그 빈틈 속 내가 찾지 못한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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