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1

내 능력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삶을 살아내는 우리

by 바다에 지는 별

평생의 직업이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지내는 일이었다. 이번 발령은 진정한 대민업무를 보는 부서로 떨어졌고 그 속에서 적응하며 마음속에 이런저런 질문이 떠돌고 있다.


그중 하나가 어떤 사람은 깍듯하게 예의 바르고 어떤 이는 지나치리만큼 무례하다. 그 어느 중간에 있는 이도 있기는 하지만 거의 양극화의 느낌이 과거 코로나 이전의 같은 업무를 보았을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체감이 될 정도였으니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과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늘 불안증을 친구처럼 달고 다니는 내가 이들 사이에서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에 만난 책이 이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이다.



작가인 구마시로 도루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로 지나치게 쾌적하고 민폐 끼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의 이면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들이 현재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크게 7장으로 나누어 소개했다.




*익숙한 질서 정연함과 쾌적함이 불러올 수 있는 문제들

아름다운 나라이자 쾌적한 나라 일본은 중심도시인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 어디를 가나 청결하고 조용하며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예의가 바르다.


그러한 쾌적한 환경에 익숙해지고, 질서 정연함에 안정감을 느끼며 살다 보니 오히려 예전보다 사람들이 훨씬 예민해지고, 각박해지는 것은 아닌지 작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지나치게 정돈되고 질서 정연한 환경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고 이것은 어른들만 예민해지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무질서함에도 영향을 미쳐 지나치게 조용하고 예의 바른 아이들을 양산해 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조용하고 예의 바름이 아이들 본성인 무질서함에 반하게 하여 생긴 압력이 해소되지 않아 발달장애나 ADHD, ASD 등과 같은 심리발달 문제의 발생이 증가하면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것은 현재의 사회분위기에 적합한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한 부모의 자질을 요구받는 시대가 되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잡지 못하는 높은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

그러면 직장인, 사회인으로서는 어떤 것을 요구받는가?


직장에 적합한 업무 능력을 갖춰야 하며 사교성 등 많은 것들을 갖추고 심지어 잘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들에 속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도 작가는 지적하고 있다.


IQ70~84의 경계선 지적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약 10%에 이를 정도로 그 수가 많으며 그 외에도 도드라지지 않는 경계선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과연 현재 사회에서 요구받는 능력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어떻게든 배제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티는 과정에서 그들은 정신건강을 잃거나 직장을 잃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막연한 강박

어딘가 부족한 사람은 원하지 않는 사회.... 불편하고, 이질감이 드는 것을 못 견뎌하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불안감을 조장하고 그 불안감은 강박으로 이어지게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강박 중 하나로 건강을 꼽으며 이렇게 말한다.


유사 이래 가장 건강하고 장수한 시대인 현대 사회의 통념 속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사라졌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꼭 이뤄야 할 무언가가 있어서 건강을 돌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다수는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나, 건강해야 마땅하다는 막연한 믿음을 안고서 건강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79쪽에서 발췌)


나는 불안감이 매우 높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그리고 적응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2-3년에 한 번씩 바뀌는 부서이동에 늘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에 많은 공감을 했다.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는 있지만 그 하루하루 안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불안감이 있을지를 책을 읽는 내내 돌아보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내가 발령받은 곳에 동료는 젊은 나이에 걸맞게 업무 능력이 월등하게 도드라진다. 그에 비해 나는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하루를 버티며 연명하는 수준이다 보니 이 글은 현재의 나에게 더욱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해내야 하고, 해내려는 시늉이라도 하며 어찌어찌 살아내고 있는 사회인으로서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작가의 말들을 천천히 읽어 가며 이 책은 좀 더 자세하게 리뷰를 작성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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