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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쥬 Jan 27. 2024

난 그냥 회사를 가야겠어

‘나는 회사를 다녀야 하는 사람‘이라는 깨달음

매일같이 퇴사의 꿈을 꾸며 자유를 외쳤다.


하지만 휴직 1년 동안의 깨달음은 퇴사가 내가 찾고 있는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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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만큼이나 고되고 힘들었다. 외롭고 지쳤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었다. 너도 나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인정받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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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이른 퇴근만을 바라보는 삶이란 너무나 수동적이었다. 뉴스 안의 세상이란 책 속의 이야기 같았다. 유일하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폭풍 같은 아이의 성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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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과의 소통창구는 SNS밖에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 동안은 그 어느 것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서툴렀다. 틈틈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운동도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즐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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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닐 때만큼 스트레스는 없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삶이라고 행복지수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평온하고 고요하여, 나를 무료하게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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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더 큰 세상을 향해 성장하고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정체되어 있나 항상 생각했다. ⠀⠀⠀

축적되고 있지만 분출하지 못하는 나의 에너지를 어딘가 쏟아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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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과 유아식은 나의 에너지 분출구가 되어 내 단조로운 일상에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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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들어줘도 너무 잘먹어 더 열심히 만들었다.
유아식을 만들어 열심히 SNS에 올렸다.

전업맘과 워킹맘, 둘 중에 어떤 삶이 더 나를 행복하게 할까. 육아휴직의 시간이 없었더라면, 회사를 가지 않는 삶은 곧 행복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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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1년간의 휴직기간을 거치면서 이런 나의 무지했던 행복 공식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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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을 느끼는 일상은 나를 위한 삶을 사는 것. 누군가의 아내, 엄마의 하루가 아니라 온전한 나를 위한 일상을 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찾은 나의 행복공식이다. 나는 회사를 다녀야 하는 사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딘가로 향해야 하는 사람,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 사회적 인정과 지지를 받으며 계속 역량을 성장시켜야 하는 사람. 그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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