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에서의 새로운 시작
임신 전 몸무게로 다시 돌아왔고, 과거 즐겨 입었던 스커트도 허리에 꼭 맞았다. 이제 난 의기양양하게 복직을 하기만 됐다.
해외영업부서의 팀원들도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미 나에게 맡길 업무를 줄줄 읊어대며 먼저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인사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회사에서 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걸까?’, ‘나보고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하는 걸까?’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인사팀과의 연락 후, 마음이 복잡해졌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복직 면담을 하러 1년 만에 찾아간 회사는 내 우려와 달리 모두가 나를 반겼다. 회사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저승사자 같은 사장님도 나를 보고는 활짝 웃으며 ”Welcome Back”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분명 회사는 나의 복직을 반기고 있었다.
인사팀의 제안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표정관리가 도저히 되지 않았다. 난 살면서 단 한 번도 ‘Human Resource” 영역을 내 커리어에 둔 적이 없었다. 외교관이 되고 싶어 학창 시절 중국유학을 갔고, 대학생 때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다. 입사 후 내 목표는 줄곧 중국 주재원이었다. 지금 인사팀의 제안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제안이었다.
“내가 팀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실적을 냈는데, 내 이름에 만땡땡(월 만 톤 실적달성)을 붙이면서 칭찬할 때는 언제고!”
“애 낳고 오니 나를 이렇게 내팽개치다니!! “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회인지 위기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무너진 커리어를 다시 열심히 쌓는 일뿐이었다. 회사가 업신여긴 나의 효용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하자는 다짐으로 이를 악물었다.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을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
나는 또다시 2호선의 쳇바퀴 안으로 들어왔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보다 몇 배는 빨라진 일상의 속도였다.
나는 매일 아침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매정하게 밀어 넣고 회사를 향해 사정없이 뛰어야 하는 워킹맘이 되었다.
이미 회사 경력 7년 차이지만, 무의미한 경력이 되어버린 이상, 신입사원의 자세로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절박한 마음으로 산산조각 난 내 커리어를 한 조각씩 다시 쌓아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