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인사담당자의 우당탕탕 일상
모두가 나를 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해외영업팀에서 인사팀으로 가게 돼서 부럽다고 하는 건지, 내가 휴직 전과 비교해 살이 많이 쪘다는 건지, 혹은 오랜만에 만나서 그저 반갑다는 건지.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인사를 사람들은 내게 건넸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실제로 나는 회사 다니는 게 매우 즐거웠으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팀에 정착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네 생각은 어때?”
“네? 제 생각이요?”
인사팀에서 가장 큰 난관은 이 단순하고 명료한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나는 생각이 없었다. 지금껏 일하면서 생각이란 걸 해봤자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떡 같은 지시도 찰떡같이 수행하는 능력, 상사가 지시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만 인정받았다. 어설픈 내 생각 따위를 함부로 이야기했다간 핀잔만 듣기 일쑤였다.
그렇게 7년을 일해왔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내 생각을 묻는 것이다. 멍청이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이건 너무 학생이 만든 도표 같은데?”
무려 반나절동안 공 들여 만든 내 장표에 대한 피드백이다. 내 PPT 실력도 형편없었다. 해외영업팀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양식 안에 숫자를 채워 넣는 일이 다였는데, 여기서는 휘황찬란한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엑셀은 해외영업팀에서도 많이 했으니깐, 엑셀은 잘할 수 있겠지.’
이 또한 큰 자만이었다.
엑셀을 사용한 지 7년 만에 나는 내 엑셀실력이 얼마나 초라한지 깨달았다. 해외영업에서 내가 썼던 수식은 ‘더하기’,‘빼기’,‘곱하기’가 전부였다. 그래도 나는 Subtotal이란걸 할 줄 안다며 우쭐했는데…
엑셀 200행이 넘어가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니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수식을 전혀 사용할 줄 몰라 야근을 하며 수작업하는 날이 줄을 이었다.
오후 3시가 지나면 좀이 쑤셔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해외영업팀에서라면 거래처로 외근 가기 딱 좋은 날씨인데… 여기서는 잠깐의 부재도 눈치가 보였다.
조용한 사무실, 사람들의 타자 소리만 적막함을 깼다. 해외영업팀이라면 하루종일 해외에서 전화가 몰려와 여기저기 통화를 하느라 시장통같이 시끌벅적했을 텐데 말이다.
역시나 인사팀에서는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역량이 모두 쓸모없었다. 전 재산을 도둑맞아 빈털터리가 된 느낌이었다.
빈털터리 신세로 동전 한 잎 두 잎을 저금통에 저축하듯 역량 모으기에 집중할 때쯤, 내 숨은 역량을 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내게 찾아왔다.
때는 바야흐로 유튜브가 MZ세대의 새로운 검색채널로 부상하고 있을 때였다. 신입공채 홍보를 위해 유튜브 영상을 찍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팀의 공채 담당자는 여러 업체에게 견적을 받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개인 프리랜서에게 제안하면 예산 안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불가능’한 영역을 ‘가능’하게 하는 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의 일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우리가 가진 예산 안에서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내 모든 인맥을 동원했고, 결국 예산에 꼭 맞는 프리랜서 감독을 찾아냈다. 이렇게 우리 회사 최초의 채용홍보 브이로그가 완성되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 17만 회를 기록하며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회사를 빛내주고 있다.
유튜브영상은 사내에서도 매우 흥행하여 그 후로 나는 3편의 홍보 영상을 더 찍게 되었다.
이 모든 게 전부 살아생전 처음 하는 일이라 힘들었지만, 처음 하는 일치 고는 잘 해내는 내가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https://youtu.be/EjjjJ6WjwjU?si=WHpF40xnw5aimV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