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공중보건사업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라구요..?
최신 영양 트렌드 활용 사업기획 (2024) - 대상자 : 서울시 내 보건소 여성 어린이 특화 / 영양사업과정 사업 담당 인력 130-150명 대상, 의뢰 : 서울시통합증진지원단
처음 이 의뢰를 받았을 때, 해보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고민이 됐다. 공중보건 영역은 특수성이 크기 때문이다.
헬스케어, 웰니스, 병원, 보건소 이야기를 섞어 할 수는 있지만, 공중보건 사업은 정책과 행정, 지역사회 기반 거버넌스 협력이 얽혀 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검증된 근거와 보편적 적용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상자 역시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톤을 잡을 수 있을까?’가 고민 됐다.
그래도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기획과 PM을 했던 경험이나 개인사업자로 한 현장 경험, 그리고 공공기관 모델 개발, 헬스케어·웰니스 스타트업 영양 자문 등을 놓고 보면 충분히 준비한다면 해낼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강의를 맡았다.
준비 과정
강의 구상을 시작하면서 먼저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의 헬스케어 동향 보고서를 검토했다. Deloitte, McKinsey, Bain, BCG, PwC 같은 곳들의 자료는 방대했지만, 큰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동시에 보건소 현장에서 실제로 사업을 기획·운영하는 선생님들께 연락을 드려 상황을 여쭤봤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보건소 사업 기획의 특징은 이랬다.
최신 트렌드를 알아도 근거 기반과의 격차가 크다.
공중보건 사업은 지역사회 기반의 거버넌스 협력 체제로 진행된다.
추진과 평가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자금·인력·정치적 맥락에 따라 기획된 사업의 모양이 달라진다.
실행 과정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에 트렌드까지 반영해야 한다면, 담당자 입장에서는 뻔한 얘기처럼 들리거나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느끼기 쉽다. 그래서 “결국 Top→Down 순서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방향성이 생겼다.
자료 탐색과 개념 정리
헬스케어, 웰니스, 공중보건, 식품, 영양 트렌드… 각기 다른 영역의 자료가 쏟아졌다. 해외와 국내도 결이 달라 혼란스러웠다. 공중보건 용어와 개념도 낯설었는데, 이 과정에서 기본 정의를 다시 잡을 필요가 있었다.
거버넌스(Governance): 정부·기업·NGO 등 다양한 주체가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
이니셔티브(Initiative):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나 기관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조치나 제안
자료 출처는 글로벌 컨설팅 보고서 외에도 OECD 모범사례 가이드, WHO, 영국 NIH, 국내 농축산식품부·CJ 자료, 그리고 보건소 우수사례집(2023)을 함께 활용했다. 아마 모든 강의 통틀어서 가장 많은 자료를 보고 정리했던 것 같다.
강의 흐름
강의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했다.
Part 1. 건강·헬스케어 트렌드 전반
2024–2025년 자료를 취합해 공통적으로 반복 등장하는 키워드를 뽑았다. AI·IT 활용, 원격진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신뢰할 수 있는 민·관 파트너십, 의료비 증가와 비용 효율적 서비스 모델, 공중보건 역할 확대, 지속가능한 가치 기반 케어 모델 등이었다.
생성형 AI가 나온 이후 업데이트 기준을 1년이라고 두기엔 너무 롱텀이 되어버렸다. 1-3개월 상간에도 수많은 앱들이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요즘, 고도로 개인화된 헬스케어 관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게 될까? 우리는 분석에 초점을 맞추지만, 서비스 기획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뾰족한 솔루션은 나오지 않고 있다. 특정 영양소가 제외된 음식, 강화된 음식이 해결해줄까? 피자인데 empty calorie이면 만족하고 먹을까? 위고비를 맞아서 해결된다는 인식은 몇개월 안에 부작용과 함께 끝나게 될까?
같은 헬스케어라도 분야에 따라 전문가에게 추천받고 싶은 영역과 지인에게 추천 받고 싶은 영역이 다른게 인상깊었다. 앞으로는 과학만능주의와 '헬스워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떠오르는 화두다.
헬스케어는 공룡산업이라고 불린다. 법적으로 카르텔이 높은 영역이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특히 국내에서는 작은 회사들이 나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파트너십 클러스터링은 '데이터'를 공유하는 입장에서 계속해서 키 이슈가 될 것이고, 보안 문제는 날이 갈수록 더욱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art 2. 여성·어린이 특화 주제
트렌드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타깃별로 묶어 다뤘다. 여성 영역에서는 섹슈얼 웰니스(Fem-Tech), 출산 후 정신건강, 전문가 추천 기반 서비스가 주제였다. 어린이·청소년 영역에서는 정신건강, 수면, 식사·간식 패턴 변화가 눈에 띄었다.
섹슈얼 웰니스는 제품을 팔거나 커뮤니티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섹슈얼 웰니스가 우리의 건강을 관리하고, 쉬쉬하기보다 제대로 알고 즐기는 방법, LGBTQ 각각을 위한 서비스 등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더 집중해야 하는 남성의 정신건강 파트에 대해서도 다뤘다. 사업 기획하는 선생님들은 여성과 어린이, 영양 관련 사업 포커스지만 양측 성별이 모두 건강했을 때 해당 사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남성의 정신건강은 지금껏 너무 등한시 되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우울증을 진단받은 남성의 비율이 증가하였고, 감정 표현 하는 것이 용인되지 않은 사회 특성 상 전연령이 이 부분을 잘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롤모델이 없어서, 집단 내에서 감정 표현이 수치심을 유발해서, 사회적 압력 때문에 등 고쳐야 할 부분이 많고 목소리 내야 할 부분도 많다.
수면은 어렵다. 한가지로 해결이 안되기 때문이다. 메트리스부터 베개, 소리, 영양제, 스트레스 관리 등 총체적으로 진행해도 하나 삐끗하면 수면의 질이 또 바뀌어버린다. 반대로 생각하면 가능성이 높은? 하지만 쉽지 않은 영역이다.
Part 3. 영양사업 사례 소개
2023–2024년 국내 보건소 우수사례와 해외 사례를 발췌해 소개했다. 어떤 사례를 선정해야 할지, 선정하는 게 어려웠는데 OECD 평가 기준표와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 개발원 선정기준을 고려하여 몇 가지 사례를 선택하였다. 내용은 추진 배경–내용–성과 기준으로 정리하며, 트렌드가 실제 사업으로 번역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예를 들어, 아동 대상 수분섭취 캠페인이나 여성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은 글로벌 트렌드와 지역 사업을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Part 4. 트렌드 활용 전략
마지막 파트는 최신 영양 트렌드를 어떻게 현실 사업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지, 실제로 적용 가능한 전략의 틀을 제시했다. 가장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현실 반영 여부는 선생님들이 돌아가서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니 다른 분야에서 사업화하고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보여드리면 전략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타 영역 사례를 많이 가지고 왔다.
강의를 준비하며 배운 점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다. 특히 통합적으로 설명하려 했기 때문에 내가 정리정돈 되어있지 않으면 자료가 산발적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자료를 여러 번 재구성했던 기억이 난다.
국내외 자료를 비교하면서 ‘웰니스’와 ‘헬스케어’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고, 공중보건의 시선과 헬스케어 산업의 시선이 어떻게 다른 지도 체감했다. 무엇보다,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해 보건소 사업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는 점을 여실히 느꼈다.
이 강의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트렌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보건 담당자가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결정 도구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업 덕분에 나 역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타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