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교육에 대한 간략한 소회
올해 영양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예정된 마지막 강의를 다녀왔다. 얼핏 계산해 봤을 때 올해 뵌 분들이 천명에서 천이백 명 정도 될 것 같다.
보통 하루를 비우고 교육받으러 갈 때 고단함과 의무감, 아주 약간의 기대감을 살짝 얹은 얼굴을 마주한다. 그 기분을 나도 안다. 교육이 필요한 건 알지만 피곤한 건 사실이다.
보통 강의에서 막내다 보니 1-2번 타자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최대한 뻔하지 않게 실용적이고 (가장 중요한) 짧게 강의를 하려 하지만 끝나면 늘 아쉬움이 있다.
국가에서는 다양한 대상을 위한 급식, 영양적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실질적으로 관련 기관에 많이 요구한다. 하지만 보급화 속도에 비해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은 같이 고려되지 않는다.
사회복지시설의 영양관리 필요성은 언급하지만 올해 전체 예산은 삭감되었다. 어린이와 사회복지시설 대상자인 노인, 장애인 각각 공부하고 식사 편성에 들여야 하는 시간과 프로토콜이 다르고 들여야 할 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용역으로 진행 과정을 비교해 보니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며 인력 충원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사회복지시설 파트의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서 생긴 오류라고 모두는 알고 있지만 결론은 그러했다. 초년생 선생님들이 혼자 가서 하기에 어려운 곳들인데 현재 채용 여건상 그분들이 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 강의를 듣는 선생님들도 머릿속이 복잡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받을 때 모두를 고려할 순 없지만 영양교사 선생님들이 재량껏 당뇨가 있거나 질환이 있는 아이들을 교육해주시려 한다. 하지만 희귀 질환이 있는 아이들의 급식 가이드라인도 제안해 달라는 요청을 수용하기에 인력도 여건도 턱없이 부족하다. 강의를 마치고 내년도에 교육에 대해 10분 나눈 대화 속에서도 우리들의 막막한 고민이 느껴졌다.
과연 내년엔 이 당면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달리는 차 안에서 생각해 보지만 잘 모르겠다. 사각지대를 직접 대면하는 실무진들이 느끼는 죄책감, 미안함이 그들 때문이 아니라는 점도, 우리가 모든 걸 해낼 수 없다는 것도 늘 말하려고 하지만 참 어려운 문제다. 준하는 적절한 대우, 돈은 뒷전에 두고 선거 때면 너무 쉽게 공표되는 ‘ㅇㅇ급식을 늘리겠다, ㅇㅇ식을 하겠다, 돌봄에 식사를 ㅇㅇ하게 늘리겠다’에 최소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해 무기력함을 느낀다는 말을 들으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공보건이라는 영역, 사각지대라는 곳이 갈수록 어렵게 다가온다. 한 주간 생각해 보며 다음 주에 다룰 공공보건 x 헬스케어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