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공중보건사업과 영양상담 시 영양사의 역할
영양사 직업군이 대표적으로 가는 곳 중 하나는 보건소다.
보건소는 사회 곳곳 사각지대에서 건강 관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부터 전체적인 공공보건을 담당하고 있다. 공공보건사업은 지역사회의 필수 의료 및 보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영양사 선생님들은 다양한 보건 사업 운영에 참여한다.
다른 전문직군도 마찬가지겠지만, 보건소 소속 영양사 선생님들은 직무 교육, 담당자 워크숍 등 필수로 참여해야 하는 교육들이 있다. 그중 나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의뢰로 건강증진사업 중 영양플러스 사업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전국구에서 워크숍 참여를 위해 오는 만큼 만발의 준비가 필요했다.
우리나라에는 각 지역구 별 보건소(전국 261개)에서 진행하는 보건소 영양 사업들이 다양하게 있다.
각 사업은 지역구 별로 민관협력으로 진행된다. 해당 지역구의 병원, 공공기관, 회사, 보건소 등이 함께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PM이 되는 경우도 많다.
보건소 사업은 질환을 기준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특히 사회 속 다양한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사업기획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모자보건 사업, 영양플러스 사업이 여기 해당된다.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보건소 사업 우수 사례집을 검색해 보면 구체적 타깃 (ex. 부산 ㅇㅇ구 3040 남성 직장인 대상 비만예방관리 사업)을 정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보건 영역 특성상, 임상적 근거 자료부터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타깃이 구체적일수록 사업 프로그램을 구상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공중보건 사업은 다음 회차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영양플러스 사업은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의 임산부 및 영유아 중 영양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을 선별하여 영양 상담, 교육, 식품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듯 1인의 영양사가 맡는 대상자 수가 많고 대상자들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식품 패키지이기 때문에 거기에 신경을 특별히 더 쓰게 된다.
보건소 별 지역특성 및 대상자 특성에 따라 집단교육, 개인상담, 가정방문 교육의 방법을 이용한 적절한 영양교육 및 상담을 실시합니다.
대상범주 별로 바람직한 식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과 모유수유를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최소한 1개월에 1회 이상 대상자와 접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 비대면 교육 및 상담을 실시합니다. 단, 지역사회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의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최소 2개월에 1회 이상 대상자와 접촉하도록 합니다.
처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의뢰가 왔을 때 '왜 제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여쭤봤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교육에 참여하는 많은 분들은 교수님이시거나 오래된 센터 대표 선생님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보건소 특성상 상담을 긴 시간 할 여력이 안 되는 반면 뉴트리셔스 스튜디오&랩 영양상담소에서는 영양상담을 FM (1시간 대면/비대면)으로 회기별로 진행하고 있으니 식사 계획 상담 사례를 들려주기 좋을 것 같았다고 담당자님께서 말씀 주셨다. 대상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영양 상담소라고 심리상담소처럼 오픈하고 진행하는 곳이 많지 않기에 그 말에 공감하여 강의를 맡게 되었다.
강의를 맡기로 하고 가장 먼저 한건 보건소에서 일하는 선생님 몇 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담당자분께 관련 자료를 받아 현재 보건소 상황과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 상담 진행 방식 등을 먼저 확인하였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소에선 영양플러스사업 대상자 영양섭취상태조사에 영양솔루션 시스템(NSS)을 사용한다.
이 솔루션 항목들을 보며 상담 시 어떤 임상적 정보를 얻어서 데이터로 기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상자의 신체 및 임상적 정보 기록부터 식사기록, 영양섭취 평가 및 식사 구성 평가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다만 영양 상담을 할수록 느끼지만 우리가 관찰해야 하는 것에는 '숫자, 식품'과 함께 '심리, 행동, 환경'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메인으로 잘 안 내세워져 있고 기타 혹은 누락 정보로 보통 취급 당한다. 그리고 실무자 입장에서 기록해야 할 데이터와 처리해야 할 정보가 많기 때문에 대상자의 머릿속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강의의 포커스를 '대상자의 입장'에서 영양 상담이 왜 어렵게 느껴지는지를 많이 설명하려고 하였다.
영양사가 하는 역할을 생각하다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과 음식 사이를 '통번역'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왜 어떤 음식을 고르는지, 그 음식의 정보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등을 우리의 전문성으로 쉽게 번역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해하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것이 어쩌면 정확도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그리고 배우길 '정확한 양, 정확한 숫자'가 너무 중요하다. 당연히 전문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것을 챙기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본질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하나씩 해결해 가는 것이지 100% 정확한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보다 영양 정보의 양이 방대하고 많다. 계층도 다양하다. 오꼬노미야끼에 들어있는 양배추 양과 탄수화물 g 수, 비타민 필수권장량은 모두 영양정보지만 정리정돈 된 상태로 전달되지 않으면 분산되어 머리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식품 정보와 '행동'은 또 별개의 항목이다. 그래서 늘 정보를 줄여서 핵심 몇 가지로 전달해야 하고 심심할 정도로 가짓수를 줄여도 적지 않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례 소개는 상담 진행했던 4명의 내담자 분들을 각색해서 진행하였다.
케이스 스터디를 할 때 내담자 정보 중 무엇을 눈여겨봐야 하고, 진단 판정하기 전에 히스토리 테이킹을 꼼꼼하게 할수록 솔루션 제공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 위주로 설명하였다.
항상 느끼지만 영양 정보 취급과 영양 교육/상담은 쉽게 생각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할수록 한 없이 복잡한 분야 같다. '5분 만에 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20 분하면 충분하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수학도 공식만 보여주면 1분 만에 설명 끝나요.
식품은 약, 수술과 처치 접근 방식이 아예 다르다. 직접적으로 바로 눈에 보이게 결과가 나타나게 하지 못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 때 건강한 식사를 해놓지 않으면 영양분이 부족해서 충분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 그게 식품과 음식 속 영양이 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참으로 미미하고 섬세하다.
보건소 공중보건 사업이 타깃으로 삼는 대상자들을 헬스케어, 소셜벤처 서비스에서 다룰 때도 많다. 그럴 땐 보건 사업을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의료보건은 웬만하면 관련 사업을 진행한 사례들이 있다. 그래서 구상보다 중요한 것이 시장 서치라고 생각한다. 보건소 별 우수 사례집도 검색하면 무료로 pdf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막연하게 우리 이렇게 해보자, 혹은 전문가와 처음부터 새판을 짜기보다 꼭 검색을 많이들 해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