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직군별 역량교육을 준비하며
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영양사’라는 직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두 가지를 짚고 싶은데 하나는 영양사가 실제로 하는 일, 다른 하나는 1인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 범위다. 이 두 가지가 설명되어야 내가 직군별 역량교육을 왜 이렇게까지 준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 속 영양·보건의 실상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영양사’라고 하면 단체급식소에서 메뉴를 짜는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마치 변호사, 디자이너, 의사를 한 가지 이미지로만 보는 것과 같다. 같은 ‘디자이너’라는 이름 아래에도 시각디자이너와 실내건축디자이너가 전혀 다른 일을 하듯, 영양사도 소속과 직군에 따라 담당 업무가 천차만별이다. (관련 글)
단체급식을 맡는 산업체·병원 영양사는 비교적 익숙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대학병원에서 환자의 수술·질환 상태에 맞춰 특정 영양소를 제한하거나 조정하는 임상영양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식사 지도·영양 교육을 하는 영양교사, 식품·헬스테크 기업에서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원·홍보 영양사, 운동선수의 경기 일정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지원하는 스포츠 영양사, 비건 전문 영양사, 신생아·영유아·임산부 맞춤 영양사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그래서 영양사협회는 영양사를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해 급식 관리 및 영양 서비스를 수행하는 전문인’이라 정의한다. 이렇듯 범위가 넓다 보니, 솔직히 말하면 같은 영양사끼리도 서로의 업무를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래서 사전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양사의 업무는 상당수가 ‘원맨팀’ 형태로 운영된다. 급식소를 관리하든, 병동 환자를 상담하든, 한 명이 기획·집행·모니터링·행정까지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메뉴를 화려하게 잘 짜는지 아닌지’로만 평가받지만, 실제로는 하루의 대부분이 기획·조율·행정·교육·위기대응으로 구성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한 사람이 수십·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관련 행정과 보고서, 교육까지 모두 처리하는 ‘일당백’ 상황이 흔하다. 이 구조를 모르면, 외부에서 제시하는 교육이나 프로젝트가 현장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업체 영양사의 경우 아침·점심·저녁의 3식 메뉴를 구성하면서 아래 내용들을 모두 직접 처리해야 한다.
식재료 발주와 입고 확인
알레르기 유발 식품 표시
HACCP 기준에 맞춘 위생 관리
급식소 내 10~30명 이상의 조리 인력 스케줄 조정
현장 민원 처리(맛·양·특이 요청 대응)
병원 영양사는 환자별 식이 기준표를 관리하는 동시에 혼자서 아래 내용들을 진행해야 할 때가 많다.
환자 상담 및 교육(수술 후 식사법, 당뇨·신부전 식이 등)
의사·간호사와의 식이 협의
메뉴 변경 시 영양소 재계산
급식 운영과 병동 배식 동선 점검
학교 영양교사는 1명에서 전교생의 점심 혹은 아침-점심-저녁(3식)과 교사 및 임직원의 급식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의 민원을 모두 담당한다. 그러면서 아래 내용들을 동시에 진행한다.
식중독 예방 교육
영양교육 수업 준비 및 진행
조리종사자 관리 감독 및 조직문화 형성
학부모·교직원·교육청 보고
학교 행사 메뉴 기획
보건소 영양사는 해당 지역의 영양·식생활 사업을 맡을 경우 아래 내용들을 진행한다.
아동·노인·저소득층 대상 영양개선 프로그램 기획·운영
지역사회 영양실태 조사 및 분석
만성질환 예방 교육(당뇨·고혈압 등)
다문화가정·취약계층 맞춤 식생활 지도
행사·캠페인 기획, 홍보물 제작
보건복지부·지자체 보고서 작성
그렇기 때문에 영양사 직군별 역량교육을 준비하면서 교육이나 강의라고 생각하기보다 ‘서포터’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영양사는 전체 사업을 1인에서 맡는 경우가 허다하고 공공기관의 경우 일당천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보건소 실습을 하거나 주변 영양사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면 쉬이 접하는 현실이다.
사업적으로 멋있고 이상적인 이야기가 그분들에게 탁상공론으로 들릴 수 있고 잘못하면 그분들 업무에 미칠(!) 영향을 알기 때문에 일손을 도울 수 있는 방법과 실용성을 위주로 진행하려고 했다.
마치 대표님들을 도와주는 브랜딩 회사, 전략기획 에이전시 컨설턴트 분들이 하는 역할처럼 말이다.
현업 상황을 최대한 파악해서 실무를 뛰는 영양사 선생님들이 당장 필요한 요소 + 최근 경향에 주안점을 두고 강의를 만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