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기획자의 머릿속을 뜯어보는 과정
*이 내용은 체계적으로 회사가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니어 혼자 기획을 맡게 된 상황을 전제로 작성되었습니다.
합류하고 보니 *(전편 참조)
회사 진행 상황은 서비스 아이디에이션 단계에서 큰 기획을 그리기 위한 사용자 조사를 막 마친 상태였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가 되지만
상황 파악하기도 바쁜 신입이, 게다가 처음으로 기획 일을 접한 사람이 그걸 알아차릴 턱이 있..!
입사한 날 간단하게 회사 상황을 공유받고 전임 기획자분이 작성한 파일과 함께 다음날부터 잡힌 대학생 자문단, 디자인 외주팀과의 미팅들을 리딩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4월 중에 대학교에 서비스를 오픈해야 했고, 그전에 서비스 모델을 완성시켜야 했다.
우리에게는 3개월 정도의 기간이 있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나의 이상은 이러했다.
(입사 전 자문으로 갔을 때 ppt를 봤고, 팀 구성을 대충 아는 상황)
UX 기획자, 임상영양사 두 분 모두 5년 이상 경험이 있는 경력직 분들이니까 그분들 밑에서 배워야지!
CTO(최고 기술 책임자)분이 계시니까 챗봇 빌딩 하는 방법 배우면 좋겠다.
결론: 일단 모르겠고 나는 합류 전에 들었던 그 모델을 만들고 싶다!!!!
당황했지만 당시 나는 기획자가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 혼자인 상황에 놀랐지만 회사 상황을 파악하려 묻기보다는 일단 뭐든 해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동화 같은 나의 생각과 달리 현실은 이랬다.
전임 기획자는 파일로 내용을 정리해두었지만,
그분과 함께 일했던 팀원은 자신이 리딩 한 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는 상황
대표님과 기술 책임자는 하드웨어를 처음부터 만들러 다니는 상황.
모 대학교에서 이 서비스를 론칭하려고 하다 보니 관련 학과와 산학협력을 맺은 상태
대학생을 대상으로 상담 챗봇을 기획해서 외부 디자인 팀과 미팅이 잡힌 상황
일단 해야 될 것 같은 일들을 쭉 나열해서 할 수 있는 대로 동시다발로 진행하였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보이는 대로 설계해서 진행하고, 마케팅, 운영, 기획, 상품 소싱 등 기존에 있던 팀원 한 명의 서포트와 함께 진행하였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이런 생각이 기저에 있었던 것 같다.
문제를 발견했고 이 방법 진짜 쌈빡하다 > 해보자!
당연히 검증했으니까 서비스를 기획하겠지 > 시장조사도 하고 인터뷰도 당연히 했으니까 산학협력도 따고 기계도 만들고 있겠지
*전편 참조: https://brunch.co.kr/@jooyunha/45
✔️Look Back, 회고
돌아보면 이런 점들이 아쉬웠다.
아쉬운 점 1. 기획자가 하는 일이 뭔지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Job Description도 없었고 면접도 짧은 식사자리로 대체했으니 회사도 나도 서로가 '기획자'의 역할을 모르는 채 시작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대표님도 나도 너무 몰라서 가능했던 채용이었을 수도 있다.
서비스 기획자, UX 기획자, UX 디자이너, 서비스 운영
나에게는 그 말이 다 그 말 같았다.
'기획'은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하는데 구현 가능성 예측, 커뮤니케이션 조율 및 스케줄 관리까지 그 역할인지 처음에 몰랐다. 인터넷으로 기획자가 하는 일을 스터디했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아쉬운 점 2. 돌다리를 두드려볼 생각은 일도 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합류했을 때까지의 서비스 상태를 검증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임자가 한 일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납득될 정도로 의심-해소 과정을 어느 정도 반복해볼 필요가 있었는데 '팀원들이 다 알겠지'라는 마음으로 임했었다.
아쉬운 점 3. 구조적 사고를 하지 못했다.
당시 한 번에 요청받은 역할이 다양했다. 기획, 운영, ux 기획, 상품 md 등 역할이 주어졌었는데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바로 업무로 착수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모든 걸 한 번에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서비스 덩치가 컸기 때문이다. 온전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완성시켰어야 했는데 아직 구현 전 단계라면 큰 덩치의 서비스를 쪼개서 살펴보고 코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부터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쉬운 점 4. 자신감이 없었다.
능동적으로 회사 일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처음 일하니까 이끌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기저에 있었던 것 같다. 회사가 나를 뽑았을 때, 특히나 혼자일 때는 조심해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감하게 해야 튀어나온 부분을 옆에서 코멘트를 해줄 수 있다. 그런데 걱정하느라 전임 기획자는 파일로 내용을 정리해두었지만, 잘 만들어진 평가기준표, 인터뷰 자료 등이 있었지만 활용하지 못했다.
✔️만약 기획자가 전임자 없이 혼자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면 어떡해야 할까?
가장 좋은 건 서비스에 대해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때는 각 파트별로 찾아가서 서비스에 대해서 설명+기획 파트와 협업이 필요한 부분을 들어가면서 내가 전임자의 자료를 보며 정리한 서비스 내용과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회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가설과 검증 내용, 그리고 팀 운영진 혹은 co-founder 가 추구하는 사업의 모습을 파악하면서 시나리오를 그려보면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근거가 생길 것이다. 어디까지나 앞으로 계속해서 바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나름의 사고를 구축하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