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O에서 진행한 푸드 디자인씽킹 워크숍
지금까지 reThink Food에서 인상 깊었던 연사들의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연재하였다.
2018년, 약 1년 반 전에 나눈 정보들이었지만 지금도 유의미한 내용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콘퍼런스 여정을 준비하면서 나는 매우 흥분상태였다. 혼자 자비로 떠나는 내가 이상하진 않을까, 가서 허탕치고 오는 건 아닐까 등 여러 가지 생각으로 떠났지만, 좋은 결정이었고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키보드 몇 차례 두드리면 많은 정보가 나오는 세상이지만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받는 에너지는 대신할 수 없지 않은가!
여담이지만 그때 나는 대학원을 졸업한 지 1년 조금 넘었을 때인데,
비행기 타고 자비로 간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주최 측에서 금액적으로 약간의 배려를 해줬었다. 그때 사람은 역시 일단 이야기해보고 봐야 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마지막 두 편의 포스팅은 reThinkFood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들로 꾸며보려고 한다.
우선 첫 번째는 당시 참여했던 IDEO 주최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다.
reThink Food 콘퍼런스에서는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가 2번 있다. 크게 연사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마련한 세션과 짧은 시간 안에 mvp를 만들어보는 세션으로 나누어졌다.
그중 나는 ux에 관심이 있어 자주 이야기를 들었던 회사인 IDEO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IDEO는 David Kelley Design (스탠퍼드 대학의 교수인 데이비드 켈리(David Kelley)가 설립한 회사로 클라이언트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P&G, 펩시 등이 있어 더욱 유명해진 회사다. 디자인 싱킹 방법론으로 전 세계에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다.
출처: 위키피디아 IDEO
워크숍 주제는 Design a Cook Book이었다.
IDEO 팀원들은 캐주얼하고 유쾌하게 세션을 오픈하였다.
Rachel, Chioma, Stuart 각각 IDEO에서 자신의 역할을 간단하게 소개한 후 모든 참가자들도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참가자는 전자제품 업체부터 식품 제조, 유통, 농업, 데이터 회사 등 다양한 커리어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었다.)
워크숍은 4~5인 1조로 진행되었다.
이 워크숍의 목표는 아래 사진처럼 특정 퍼소나(고객 혹은 대상자)의 정보를 IDEO 팀원들이 나눠주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상상해서 단 한 명을 위한 요리책을 만드는 것이다.
IDEO에서 우리에게 준 정보를 바탕으로 이 사람의 이름, 성별, 나이, 취미, 좋아하는 음식과 브랜드, 식사에 쓰는 돈 그리고 요리책에 필요한 필수 사항 등을 써내려 갔다.
그렇게 우리만의 퍼소나가 만들어졌고 그 내용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시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싱킹과 IDEO에 대한 너무 큰 기대와 환상을 스스로 만들어서 화려한 카드라던지 툴키트 등 장비를 활용한 방법론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 수 있었다.
워크숍 시작 - 팀원 간 의견 조율의 어려움 - IDEO 팀원들의 도움 - 으아 시간 없어! - 끝
나는 과제가 어렵거나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요즘 트렌드인 방법론을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과제를 하면서 배운건 문화적 배경도 다르고, 직무, 나이, 경험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때의 태도였다.
팀원 간에 백그라운드가 달라 '상식'이라는 단어를 어딘가로 묻어야 했다. 사용하는 단어도 일상적이어야 했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생각이라 하더라도 팀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팀원들은 내가 모르는 식품 브랜드를 설명해주어야 했고, 반대로 트레일 러닝을 하는 지인들이 있어서 나는 운동하는 사람의 생각을 설명해주어야 했다.
누구도 아닌 우리만의 의사 '결정'을 내리면서 큰 그림을 그려 갈 용기도 필요했다.
아무도 모른다. 이 퍼소나가 몇 살인지, 성별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 우리가 상상하기 나름이었다. 반대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 자신 있게 주장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태도로 과제에 임했다면 제 시간 안에 마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장벽을 우리는 깨야 했다.
시작할 때 한번 시계 보고 마치기 10분 전에 시계를 봐서 벼락치기로 찝찝하게 마무리 짓고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회사에서도 아이디에이션 미팅을 할 때 종종 느꼈던 기분이다. 대충 해서 더 잘 정리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마무리 짓고 떨어져서 보면 결과물이 그렇게 나쁜 적은 없었다. 이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조가 조별 활동을 마치고 자신이 쿡북에 대해 설명하였다. 우리 팀 발표를 끝으로 IDEO 팀에서 세션을 마무리 지었는데, 이때 워크숍의 빅픽쳐를 공개하였다.
조별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6개 조에 각각 퍼소나 별 특징을 나눠줬었는데 알고 보니 그 정보는 IDEO 세션 진행자였던 Rachel, Chioma, Stuart 이 세 사람의 특성이었던 것이다.
우리 조가 5가지 정보를 받고 가장 고민했던 게 그 사람의 성별과 나이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선입견을 깨야 할지, 잘 팔리는 쿡북을 만들어야 할지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출제자의 의도를 이 방향으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른 의도가 있을 줄이야..!
6개 조(예를 들어 A, B, C, D, E, F)가 있으면 A, C조는 둘 다 Rachel에 대한 정보를 받았지만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아예 다른 사람을 퍼소나로 만들었다. 우리 조도 다른 조와 같은 정보를 받았지만 완전 다른 콘셉트로 사용자를 상상하였다.
Rachel, Chioma, Stuart 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어떤 데이터와 사용자 정보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완전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때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스팅을 쓰면서 그때 워크숍과 이후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면서 일 했는지를 돌이켜 생각해봤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잊어버리고 살았다.
초기 제품의 프로덕트 오너를 하면서 여유를 만들지 못했다. 사용자 리서치, 인터뷰를 해도 외부 요인으로 쓸모 없어질 때도 있었고, 퍼소나 정보를 택할 때 용기가 없어서 뾰족하게 접근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일하다 보면 별 수 없을 때도 있다. 생존이 우선일 때도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망각과 학습을 넘나들면서 하니까, 다음에는 이 워크숍 내용을 덜 잊어버리고 활용해봤으면 싶다.
워크숍 같은 조 팀원들은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한 마음과 함께 포스팅을 마무리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