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hink 'reThinkFood' 2018 end

CIA, 그들의 음식은 특별했다.

reThink Food 2018 콘퍼런스를 미국 요리학교 CIA가 호스팅 한만큼 다양한 세팅을 볼 수 있었다.

약 4일 동안 매일 콘퍼런스 시작 전, 점심 식사를 제공하였는데 색다른 음식도 많았고 디스플레이도 인상 깊었다. 그래서 그때 찍은 사진들과 마지막 전날 구글에서 호스팅 한 저녁 만찬, 마지막 날 전시한 푸드테크 제품들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오늘은 글보다 사진으로 음미하는 포스팅이 될 것 같다.


당시 CIA는 plant-based food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독창적인 플레이팅도 많아서 그런 점을 눈여겨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DAY 1. 웰컴 푸드 및 아침식사 풍경


매일 아침 9시에 콘퍼런스가 시작되기 전에 8시부터 식사를 제공해준다.

커피, 티는 콘퍼런스 중간에 언제든 마실 수 있게 제공해주고 핑거푸드는 아침시간 때와 오후 티타임 때 달랐다. 아래 사진은 첫날 3시부터 콘퍼런스를 시작하기 전에 세팅한 음식들이다.


IMG_9777.jpg 세팅에 많이 신경 썼던 CIA (뒤에 보이는 사람들은 소니에서 온 VC 분들이다)
IMG_9778.jpg 각 음식의 이름과 재료를 표시하고, 비건과 글루텐프리 음식 여부를 꼭 표시하였다.
IMG_9779.jpg 한동안 치아시드가 식이섬유가 많아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었다. 치아시드가 든 딸기주스
IMG_9780.jpg 튀긴 토르티야를 스푼 모양으로 만들어 재해석한 타코가 인상 깊었다


식사뿐만 아니라 간이 워크숍도 진행하였다.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면 사람이 지각한 내용을 학습하는 과정에 대해 배우는데 아래 워크숍이 발상을 전환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


와인, 커피 같은 기호식품도 그렇지만 우리는 음식을 경험하기 전에 읽고 본 걸로 음식을 추론한다.

그래서 '드라이한가요? 바디감이 있나요? 플로럴 향은 별로고 너 티 하면 좋겠어요.' 등 요구조건을 이야기해서 소믈리에 분들께 와인을 추천받고, 식당에서 메뉴판에 적힌 설명을 유추해서 메뉴를 고른다.


하지만 자기가 경험한 대로 표현하면 나중에 제품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해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워크숍은 그 개념을 보여주기 위해 와인 테이스팅 후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느낀 대로 표현하게 한 후, 다시 와인을 바꿔서 제공해서 자기만의 시그널로 제품을 맞출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었다. 신기하고 의미 있어서 요즘 수업할 때 종종 이 포맷을 쓰곤 한다.

IMG_9784.jpg 콘퍼런스 시작 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IMG_9782.jpg 내가 느꼈던 각 와인의 느낌
IMG_9783.jpg 참가자마다 각 와인을 표현할 때 쓴 색상과 표현 방식이 달랐다. (비슷한 부분도 있고)


Day 1. 점심 풍경


CIA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느낀 건, 조합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한식과 멕시칸을 섞는다거나, 기존 상식을 깨는 디스플레이를 하지만 핑거푸드라는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음식들. 밸런스가 좋았다. CIA 출신 셰프분들 음식 먹으려면 꽤 지불해야 하는데, 심봤다는 마음으로 매 끼니 아주 잘 챙겨 먹었다.


IMG_9828.jpg 이탈리안 porchett에 살사 알리 오리 라니
IMG_9829.jpg 일식의 색다른 디스플레이였다


그런데 가끔은 그 도전이 좀.. 과할 때가 있었다.

한동안 미래 식량으로 곤충을 많이 이야기했고, 서울에 있는 곤충 레스토랑도 가봤지만 그때는 가루로 만들어서 형체를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그런데 어후 음료에 담긴 건 좀.. 눈 꼭 감고 마셨던 기억이 난다.


IMG_9824.jpg 이름만으로 속을 꿀렁꿀렁하게 만든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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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827.jpg 매 끼니마다 와인을 제공한, 역시 와인 부자 동네 napa valley다


DAY 2. 점심 풍경


2018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데, 식사에 한국 음식이 종종 출현했다.

김치, 고추장, 불고기 등을 물론 한인타운에서 자주 접했지만 왠지 CIA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지금이야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가 자연스럽게 해외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만, 어릴 적 내 기억 속 미국 생활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했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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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830.jpg 쌈 싸 먹던 불고기를 이렇게 세팅하니 또 색달랐다.


Napa Valley에서 진행한 만큼 점심, 저녁 식사 때마다 다양한 와인을 페어링 해서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브랜딩을 특이한 제품이 있어서 사진으로 올려본다.

IMG_9832.jpg 하 나 참.. 학위로 이렇게 와인 맛도 다르다니. 색다른 브랜딩이었다.



DAY 3. 저녁 만찬, hosted by Google Food


멋진 기억으로 남은 저녁 만찬.

전체 콘퍼런스를 마무리 짓는 차원에서 구글 푸드에서 큐레이팅하고 CIA 셰프분들과 함께 제공한 저녁식사였다. 딜리버리 로봇인 bear robotics 제품도 직접 보고, 분자 요리를 응용한 음식, 정원처럼 꾸민 테이블 등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분들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를 설레게 하는 회사는 새로움과 통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들이었다.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설루션을 선보이고 역동적인 변화를 만드는 회사를 보면 어떤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일할까 항상 궁금했다. 임파시블 푸드, 구글, MIT 미디어랩, 뉴욕타임스, IDEO 등 인터넷으로만 보던 회사 이름이 명함에 적혀있고 그 명함을 내 명함과 교환하면서 나는 내가 기에 눌릴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우리 서비스를 설명하고, 내가 생각하는 푸드/헬스테크의 방향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참 행복했다.

소니에서 스마트 키친 시장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vc들이 원하는 스타트업은 어떤 곳인지를 듣기도 했고 구글에서 자판기에 관심이 있다며 우리 서비스를 유심히 들어주기도 했다. MIT에서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지도 듣고, 유럽은 네트워킹을 위해 어떤 조직들을 만들 예정인지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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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898.jpg 이름도 어여쁘지만 생각보다 맛있어서 더 놀랐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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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902.jpg 다 먹은 접시를 올려놓으면 Penny가 주방으로 가져갔다
IMG_9903.jpg 첫 경험은 언제나 짜릿한 듯, 첫 만찬과 네트워킹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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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배우고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푸드테크 리서치를 할 때 큰 도움을 받았다. 종종 메일을 주고받는 분들 덕에 미국, 유럽, 일본 시장을 조금 볼 수 있었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겠다는 사실을 반박자 일찍 경험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다녀오고 나서 국내에서 로봇 바리스타, 배달의 민족 x베어 로보틱스 서빙로봇, plant-based food, 기능성 식품 등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었다.

그 네트워킹을 회사에 더 끌고 들어올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도전하는데 진이 빠져서 다음에 비슷한 기회가 있을 때는 더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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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reThinkFood 2018 연재물이 끝이 났다.


처음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시리즈 연재를 해보았는데 정말 만족스럽진 않지만, 지난 3개월 간 2년 전 그 날을 돌이켜 보며 즐거웠다. 여전히 다루지 못한 콘텐츠들도 있다.

카네기 멜론 로봇공학 팀에서 제기한 로봇 발전이 요식업과 직업윤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던지 MIT 미디어랩에서 농업 발전을 위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식물 기르는 센서 화분 등 공학적인 내용들도 재밌었는데 이 내용들은 별도로 심도 있게 리서치해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마무리 짓고 써볼 것 같다.


CIA는 2018년 이후로 reThink Food 콘퍼런스를 주최하지 않았다.

더욱 세분화해서 plant-based food 콘퍼런스, health decision making 콘퍼런스 등 다양한 주제로 구분지어서 주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다가 질렀던 비행기표와 콘퍼런스 입장권이었는데 그때 가지 않았다면 아쉬운 마음이 한가득이었을 텐데. 이래서 가끔은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푸드테크, 헬스테크는 나를 참 설레게 하는 단어들이다.

융합과 협업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집단이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으며 어렵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관심을 받다 보면 좋은 일도, 복잡한 일도 다 일어나기 마련인데 그 속에서 인류의 식량과 건강 문제가 콘텐츠로 소모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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