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운 시간을 찾아서.

Epilogue/안녕, 제주.

by 리아

코로나로 인해 한반도 밖으로 나가는 하늘길이 모두 막히는 바람에, 사람들은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겠다고 전부 제주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제주는 유례없는 몸살을 앓고 있었다. 죽어가는 여행산업을 살리고 내수 경제도 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여행객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자연이 숨 쉴 곳은 줄어들기 마련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제주 여행을 아주 오래 망설였다. 그러나, 길어지는 휴식시간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내 몸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던 나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결국, 제주로 향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항공권은 공항행 리무진 차비보다도 저렴했다.

적당히 쌀쌀한 밤의 공항이 이제 진짜 가을이라고 말한다. / ⓒ 2020, Lia,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제주로 떠났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향한 제주에서는 고작 며칠만 묵을 뿐이었지만, 이번 여행은 내가 제주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여행이었다. 글을 쓰기에 앞서, 내가 제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싶어 지난 여행을 돌이켜보니, 나는 생각보다 꽤 자주 제주에 갔었다.


2012, 2013, 2016, 2018, 2019, 그리고 2020.

어렸을 적 가족여행을 제외하고, 성인이 된 이후 내가 제주에 갔던 해다. 연례행사 혹은 월례행사처럼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나는 그들 앞에서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정도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만은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제주는 어딘지 애틋했다. 어렸을 적에는 온 가족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간 가장 먼 여행지였고, 성인이 된 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여행지로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일종의 연습 단계였기 때문에. 나의 성장과 함께 제주 또한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하며 자라고 있었다.


선장님, 항해를 시작하시죠! (부제 Yang Sparrow) / ⓒ 2020, Lia, All rights reserved.

내가 이번 여행에서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혼자'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해외는 혼자 다닌 적이 많으면서 정작 제주도는 몇 번을 오가면서도 단 한 번도 홀로 여행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생각하면 의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제주는 외로운 섬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8시만 되어도 칠흑 같은 암흑으로 물들어 고요하다 못해 거룩하게 느껴지는 쓸쓸한 곳에 혼자 머무는 것은 어딘지 조금 처량하게 보이기도 하니까.

KakaoTalk_20201021_154006652_05.jpg 가장 제주로운 시간. / ⓒ 2020, Lia, All rights reserved.

제주는 여전히 외로운 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외롭지 않았다. 친구와, 연인과, 엄마와, 가족과 왔을 때보다 나는 한 뼘 더 성장한 사람이고 누군가와 함께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온 마음 다해 살피느라 외로울 새가 없었다. 하늘에 간당간당하게 걸려 있는 노을이 얼마나 더 붉게 타오를 수 있는지, 제주를 감싸 안고 있는 바다의 색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제주 사람들은 무슨 말로 안부를 묻는지, 제주 버스 기사님은 운전할 때 사이드미러를 몇 번이나 살피는지. 그리고 나는 그곳을 바라보며 어떤 표정으로 얼마나 자주 웃는지까지도. 혼자가 아니라면 결코 보지도 알지도 못할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제주를 담을 수 있었다. 가장 제주로운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혼자여도 가능한 여행, 혼자라서 더 잘 알게 된 제주에 대하여. / ⓒ 2020, Lia, All rights reserved.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제주에 갈지 모르겠다. 어쩌면 여태 갔던 것보다 더 많이 갈 수도 있고 혹은 상황이 나아져 다시 해외여행에 열을 올릴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든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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