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안녕, 제주.
2012, 2013, 2016, 2018, 2019, 그리고 2020.
어렸을 적 가족여행을 제외하고, 성인이 된 이후 내가 제주에 갔던 해다. 연례행사 혹은 월례행사처럼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나는 그들 앞에서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정도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만은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제주는 어딘지 애틋했다. 어렸을 적에는 온 가족이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간 가장 먼 여행지였고, 성인이 된 후에는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여행지로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일종의 연습 단계였기 때문에. 나의 성장과 함께 제주 또한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하며 자라고 있었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혼자'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해외는 혼자 다닌 적이 많으면서 정작 제주도는 몇 번을 오가면서도 단 한 번도 홀로 여행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생각하면 의외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제주는 외로운 섬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8시만 되어도 칠흑 같은 암흑으로 물들어 고요하다 못해 거룩하게 느껴지는 쓸쓸한 곳에 혼자 머무는 것은 어딘지 조금 처량하게 보이기도 하니까.
제주는 여전히 외로운 섬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외롭지 않았다. 친구와, 연인과, 엄마와, 가족과 왔을 때보다 나는 한 뼘 더 성장한 사람이고 누군가와 함께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온 마음 다해 살피느라 외로울 새가 없었다. 하늘에 간당간당하게 걸려 있는 노을이 얼마나 더 붉게 타오를 수 있는지, 제주를 감싸 안고 있는 바다의 색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제주 사람들은 무슨 말로 안부를 묻는지, 제주 버스 기사님은 운전할 때 사이드미러를 몇 번이나 살피는지. 그리고 나는 그곳을 바라보며 어떤 표정으로 얼마나 자주 웃는지까지도. 혼자가 아니라면 결코 보지도 알지도 못할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래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제주를 담을 수 있었다. 가장 제주로운 것들에 대해 말할 수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제주에 갈지 모르겠다. 어쩌면 여태 갔던 것보다 더 많이 갈 수도 있고 혹은 상황이 나아져 다시 해외여행에 열을 올릴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되든 이것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