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 나무는 무엇인가요.

동백나무

by 리아

처음 동백 군락지에 도착했을 때, 그 황홀함을 잊지 못한다.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분홍이 지천에 가득하여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떨어진 꽃잎을 애써 밟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발걸음을 나란히 하며 걷는데 마음이 소란스러워져 어쩔 줄을 몰랐다. 단순한 설렘이 아니었다. 마음에도 데시벨이 있다면 아마 그 소리를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정한 소란이었다.

동백꽃만큼은 핑크색이 아니라 분홍색이라고 말하고 싶다. / ⓒ 2018, Lia, All rights reserved.


동백 군락지의 동백나무는 대부분 비슷한 높이로 자라, 한데 모여 아름답게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떨어진 꽃잎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긴장한 채 밑동 아래를 살펴야 했고 겨울 햇빛을 잔뜩 머금어 만개한 동백을 보기 위해서는 있는 힘껏 고개를 들어 올려야 했다.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깨가 뻐근해지고 허리가 쿡쿡 쑤셨지만 덕분에 내가 본 것은 아주 오래 내 마음에 남았다. 고작 한 철 피고 지는 꽃나무를 보면서도 이렇게 온 힘을 다했다.

눈이 부시고 목이 아파도 감내할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 / ⓒ 2018, Lia, All rights reserved.
나는 과연 낮은 곳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살피고,
높은 곳을 우러러보는 사람이었을까.

고작 한 철 피고 지는 꽃나무 때문에 내 인생 전체를 반추했다. 동백나무는 어쩌면 그 어떤 꽃나무보다도 인간적인 나무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꽃이 지고 척박한 계절이 시작될 때 그제야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며 세상을 밝히는 동백은, 다른 꽃들이 피어오를 때가 되면 다시 하나둘 땅으로 떨어진다. 겨울 한때 적당히 화려한 한 떨기의 꽃이었던 동백 꽃잎이 그렇게 토양이 되고 양분이 되어 다른 생명이 아름답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어떤 것의 쓸모를 헤아리고 별 볼일 없던 나의 걸음에 온 마음을 다하는 것,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산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어려운 만큼 가치 있지 않을까. / ⓒ 2019, Lia, All rights reserved.


keyword
이전 06화마음이 고플 땐, 책방에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