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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주 Jun 22. 2023

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생각하는 우체통

  출생률이 0.82%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의 단위, 두 사람이 만나 한 명을 낳아도 종국에는 인구가 줄어드는 판에 그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결혼을 하길 원하는 사람에겐 좋은 배우자가 나타나지 않고 아니면 결혼을 원하지 않는 미혼자의 수가 늘어나니 출생률이 늘어나려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사람의 출생이 둘셋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불안, 기후위기, 빈부격차의 사회적 문제, 노령인구의 증가 등 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보다 아이를 낳지 않을 이유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이 문제는 해결책을 찾기가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아주 어릴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성당에 나가 유아세례를 받았다. 성인이 되어 오랫동안 주일학교 교사를 했고 이십여년간 냉담했다가 다시 성당에 나간다. 그래서 신약성서와 구약성서는 낯설지가 않고 종종 성서를 읽기도 한다. 많은 종교의 시작은 스승의 가르침을 들은 제자들에게서 성장하였다. 토론과 문답을 통한 사유의 확장이 종교의 확대를 가져왔고 그건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적 윤리 혹은 상식 혹은 가치관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단의 생명이 짧은 이유는 보편적 감성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가르침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종교지도자의 윤리적 결함이 문제가 되어 결국은 사라지게 된다. 수천년간 이어온 종교의 공통점은 가르침이기도 하지만 질문이기도 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질서가 과연 맞는가,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본질은 무엇인가, 부조리한 현재의 삶이 죽음으로써 완전히 끝이 나는가, 선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삶인가, 악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등. 생각해 보면 그들은 가난한 이들의 선생이었다. 귀족들에게만 주어진 교육의 기회가 가난한 사람에게로 그들이 던지는 질문이 철학이란 이름으로 학문이 되었고 윤리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규범으로 정착되었을 것이다.


 귀족들에게 부유층에게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가장 골치 아픈 사람들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일 것이다. 그들은 대중이 무지하기를 바란다. 무지한 사람은 세뇌가 쉽고 현재의 부조리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며 반대하지 않으며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질서란 이름으로 지금 주어진 삶이 맞다고 생각케 한다. 나쁜 종교지도자들이 흔히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질문하는 존재이다. 맞다, 틀리다의 양분화된 질문 뿐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도 던지고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방법을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것도 인간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교육이 주는 효과는 이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양하게 시도되는 것이 아닐까.


  코비드로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 나는 사람들과 코로나 이후에 대해 전쟁의 위기와 경제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지금의 윤택함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했고 위기를 말하는 것이 지나친 부정적 판단이라고도 했다. 일부는 과거의 역사적 지표를 통해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전쟁의 공포와 경제적 혼란을 예측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권위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그 예측을 신뢰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았다. 앤데믹으로 가고 있는 요즘도 경기에 대한 전망은 양분되고 있다. 여전히 위기를 말하는 사람과 주식과 부동산의 상승 현상을 보여주며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고 이제는 권위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여전히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경제 위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긴 하다.  물론 경제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 많다. 심리학의 유용성이 확대되는 이유는 우리의 삶에 불완전한 인간의 심리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럴 때 그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교육의 제대로 된 기능일 것이다.


  교육의 시발점은 질문이다. 그리고 지금, 현재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질문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양자물리학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라는 것이 실재하는 세계인가,라는 의심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네다섯 개의 문항 중에서 틀린 것과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것, 정답만을 찾아내는 방식, 단답형의 문항 들에서 앞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의 교육은 성실한 사람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성실함은 수직적인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수행할 목표와 문제를 제기하고 일정기한내 해결하라고 했을 때 질문하지 않고 성과를 내는 방식의 씨스템에서는 성실함이 아주 중요한 덕목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수직적인 조직 운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경계가 파괴되는 씨스템, 협치와 공조가 필요한 씨스템, 학문에서조차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과 통섭이 이뤄지는 세상에서는 더욱이 과거의 교육 방식으로는 성장이 어렵다.


  EBS의 위대한 수업에서 리하르트 프레이트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현대는 그 어느 때보다 도덕적이고 선인이 많으며 악과 선의 구분이 명확하다고. 선한 인간을 지금보다 더 열망하는 시대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래는 과거보다 더 도덕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임을 예측했다. 그것 역시 교육의 결과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지 않다 하더라도 종교의 가르침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또 교육은 선한 것을 왜 추구해야 하는지, 악한 것은 왜 나쁜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그만큼 왜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그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과 같은 삶을 살기도 했지만 더 많은 지식인은 성공과 권력을 추구하며 나쁜 행위를 일삼고 거기서 얻은 기득권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사용하며 질문하는 사람들을 입 다물게 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 교육은 질문보다 정해진 답을 던져주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 처음에 언급했던 아이를 낳지 않는 세대들은 교육의 혜택을 받은 세대이다. 그들은 누구나 대학을 갖고 직업을 가졌으며 성취라는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충족감을 누렸다. 결혼은 그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잃게 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젠 문제를 제기하고 강제적으로 출산률을 올린다거나 결혼을 요구할 수 없다. 이젠 삶에 대한 본질적인, 인류가 더 진보해야 할 까닭을 물어볼 때이다. 


    지금 교사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먼저 질문해야 할 것이다. 왜 교사들은 존중받아야 하는가. 무조건적으로 존중받고 존경받고 대우를 받는 것이 옳은가. 아이들은 왜 교사들을 존중하지 않고 그 부모들은 교사가 받는 부당함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가. 지금까지 한국의 교사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또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이다. 공부는 왜 하는지, 대학에 가는 수단인지, 학문의 필요성이 어느 한 시점에서 중단할 수 있는 것인지, 출세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가르침의 주체는 누구인지, 교사의 역할과 배우는 사람의 역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인생의 멘토로 삼을 수 있는 교사가 있는지, 스스로  이 질문들을 하고 교사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공부는 끝이 없는 것인지 찾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더 확장해서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력이 내게 있는지, 내가 하려는 공부는 인류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공부의 시작점이 무엇인지를 묻게 해야 한다.  항상 모든 발전의 시작은 질문이니까. 하지만 이미 효용과 실리만 가득한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는 공염불이 될 것을 알고 있다. 질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도 그렇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교육이 왜 바뀌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내 아이가 기대하는 미래를 나도 기대하고 싶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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