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_SIDEMEN
시데멘에서 우리가 묶은 곳은 하나의 독채 형태의 숙소였다. 외부로 이어지는 큰 마루와 주방 그리고 양 옆에 침실이 있는 구조였다.
밤새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밤사이 비는 그쳤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다가 아침이 다가오자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우리를 감쌌다.
아침 6시가 되기도 전에 천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고 일찍 눈이 떠진 나는 밖으로 나갔다.
마루에 앉아 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풍경들을 바라보았다. 아침이 서서히 다가오고 흩어지는 걸 보았다.
" 너무 평화롭다. 다른 곳으로 굳이 갈 필요가 없다."
다채로운 색으로 초록초록 물들어가는 시데멘의 아침을 보며, 나는 이미 충분하다고 느꼈다. 이 여행에서 더 무엇을 구할 것이 없었다.
다만, 둘째의 몸상태는 좋지 않았다. 토를 계속하고 축 쳐졌다. 한번 토하는 장염 증상이 있으면 이틀정도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기운도 없어 하는데 하필 도착하자마자 아파서 눕게 되다니.. 할 수 없이 남편과 첫째만 식당으로 갔다.
나는 종일 아이의 곁을 지키며, 천천히 아이의 회복을 도왔다. 풍경을 바라보거나 글을 썼다. 그렇게 아이 곁에서 함께 긴장을 풀고 이완하였다.
이번 여행은 전체적으로 숙소 운이 정말 좋았다. 시데멘의 푸른 자연 속에 있는 이 숙소도 주변에 뭐가 없는 외딴 공간이라 무언가 해야 할 것 없이 오로지 휴식을 할 수 있었다.
근처에 딱 하나 있는 식당에 다녀온 남편은 주문을 하면 주인이 그제야 열매를 따고 재료를 사러 가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최고의 음식이라며, 이 이상의 발리 음식은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집안일할 것도 없고, 때마다 분주히 만들어 내야 하는 가족들의 끼니도 신경 쓸 일 없이 그저 널브러질 수 있다니, 하루 만에 경직된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나만 좋을 순 없다.
엄마들이여 가끔씩은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