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눈이 오는 날 만큼은 내가 스노볼 속 작은 장식물이 된 상상을 한다. 그럴 때 나의 고뇌는, 나의 비애는, 나의 허무는 모두 반짝거리는 가루로 변하여 흩날린다. 마치 나의 눈물이 휘돌고 있는 스노볼 속 조류에 녹아버리듯이.
그리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과 같이 이 스노볼을 들여보는 저 눈동자에는 내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이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으로 됐다. 꿈과 함께 얼어붙은 냉동인간처럼.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존재하는 것뿐이라도. 이렇게 눈이 오는 날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