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코로나 팬데믹의 끝 무렵, 온갖 딱딱하고 질긴 것을 즐겨 먹던 나는 아래턱의 양쪽 같은 위치에 있는 어금니에 가끔씩 둔탁한 불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병원을 두려워하는 나는 몇 년째 치과 검진을 미루고 있었다. 가끔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잇몸 일정 부분에 둔탁하게 통증이 있다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치아 주변에 어떤 이름 모를 신경이 잠시 예민해지는 거라고만 믿었다. 그러다가 여름이 가기 전 스케일링과 함께 구강점검을 받을 겸 가벼운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오래전 마지막으로 갔던 동네 치과를 방문했다.
병원에서는 엑스레이 사진을 먼저 찍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사진을 보던 의사 선생님이 "빼고 임플란트를 하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유는 모르나 두 아래 어금니 치아 주변에만 잇몸이 녹고 있는 증상이 있다고 했다. 계속 놔두면 옆에 있는 이까지 염증이 번진다고 했다. 뽑으면 6개월 동안 뼈가 차오르고 그때 임플란트를 식립해야 한다고 했다.
그간 별다른 통증이나 출혈, 충치처럼 보이는 변색도 보이지 않았는데, 잘 씹던 양 쪽의 어금니를 빼야 한다고 하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들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내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느꼈다. 의사 선생님은 영구치인 어금니를 빼는 일이 마치 이에 낀 음식물을 빼내는 것처럼 별 거 아니라는 듯, 당장 그대로 이를 뽑을 것 같은 태세로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울음이 나올 것을 꾹 참으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간 '음식을 꼭꼭 씹어먹어야 맛있다'는 광고를 볼 때, 혹은 명절에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부모님이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을 잘 못 씹는다고 했을 때, 나는 이 모든 것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별 공감을 하지 못했다. 양치를 할 때마다 내 눈에 멀쩡해 보이는 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나는 임플란트는커녕, 치과에 갈 일이 계속 없을 줄 알았다. 치아에 일어날 수 있는 병증은 까맣게 뚫리는 충치 밖에 없는 줄 알았다.
의사 선생님은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정보를 아주 정확히 전달해서 내가 뭐라 따로 할 말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이를 빼고 나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것을 스스로 용납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려야 하는 일이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