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한 2년보다 더 빨리 이에 부착했던 장치들을 떼어 냈다. 처음 교정장치를 붙이면서 2년 후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앞으로 나열된 시간이 까마득히 느껴졌고, 나도, 주변 사람들도, 치과 선생님도 많이 변해있을 거라 생각했다.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마치 두 달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나도, 주변 사람들도, 치과 선생님도 겉으로 늘 보던 모습에서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숨도 안 쉬고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그저 매일의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변한 건 나의 내면의 풍경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었다. 이로써 나의 세계는 조금 더 깊고 넓어졌다.
치아교정은 내 인생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약 1년 9개월에 걸친 내 몸의 변화와 내 몸에 대한 타자의 개입은 새로운 감각의 자극이 필요한 예술가로서는 영감의 보물과 같은 것이었다. 늘 내가 오브제들을 만지고 조작하며 작품을 만들다가, 내 몸이 누군가의 작품을 위한 오브제가 되어보는 기분이었다. 나는 내 신체의 작은 일부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잘 알게 되었고, 이는 나의 감각을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증폭시켰다. 또한 나와 다른 분야에 있는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밀도 있고 다채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치아교정 중의 이야기를 매 진료일에 맞추어 글로 남기려다가 여타의 이유로 잠시 중단했었다. 무언가를 계속하다 보면 문득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원래의 목적을 잊고 무감각해질 때가 있다. 치료 전의 오랜 망설임에 비하면 막상 아무것도 아닌 듯 느껴진 탓도 있었을 것 같다. 영원할 것 같았던 치아교정을 곧 종료한다는 말을 들은 후, '벌써?'라는 느낌과 함께 그간 무의식에 쌓였던 감정과 기억이 잠시 닫아두었던 문을 부수고 터져 나오듯 의식의 표면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감각해 보이는 행위일지라도 그것을 지속할 필요가 있었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교정치료 중의 일상들이 글과 설치물과 그림이 되어 나의 작업실을 채우고 있다. 내 입안에 남은 생생한 감각이 무뎌지기 전에 그간 써두었던 글들을 다시 꺼내고, 하려다 말았던 이야기들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치료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말하고 표현할 것들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