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의 20대 때엔 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 봄의 찬란함이 이유 없이 우울하게 느껴졌거든. 부족한 것 없던 그 시절이 왜 그렇게 밝으면서도 동시에 우울했을까? 길가에 핀 민들레의 노란빛도, 개나리의 노란빛도, 비 오는 날 아이가 신었던 노란 장화와 노란 우비도 내게는 밝게 다가오지 않았어. 이유는 없어. 모든 것이 부족함 없는 일상이었지만, 나는 쉴 새 없이 일했고, 열정을 다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어.
나는 어쩌면 바람으로 태어났어야 했는지도 몰라. 갇혀 있는 게 싫었거든.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어. 아마도 찬란한 봄을 온전히 누리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기에, 그 찬란함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
이제는 나도 조금은 성장했나 봐. 움츠렸던 자연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좋고, 이 봄의 생명력이 너무나 벅차고 벅차서 눈물 나도록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야. 집 근처 병원이 있는데, 하얀 벚꽃이 다 떨어지고 나면 분홍빛 화려한 겹벚꽃이 어여쁜 자태로 피어나곤 해. 올봄도 어김없이 화사하게, 내 마음에 아름다움을 가득 채워주었어.
신이 선물로 주신 이 계절을 나는 매일매일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누리고 있어. 벚꽃비가 흩날리던 어느 봄날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마음에 예쁜 꽃잎 같은 행복을 선물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3월, 봄에 태어난 나는.
*너에게도 내가 꽃잎 같은 어여쁜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해. 꽃분홍 꽃잎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