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AnnE에게

여름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나의 여름은 설렘이었어. 여행을 좋아하는 남자 친구 덕분에 나는 다양한 교통편으로 다양한 바다를 경험했었거든. 여름이 오면 더위는 상관없이 마음 깊은 곳까지 설레고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 햇살은 더 선명하고, 공기마저 반짝이는 것 같았어. 살에 와닿는 바람은 뜨거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시원하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면 푸른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었지. 계절이 바뀔 뿐인데 세상이 조금은 더 가볍고 투명해지는 그런 느낌, 여름은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파란 하늘, 새하얀 구름, 너무도 황홀한 저녁노을.

여름을 가장 여름답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 바다야. 쏟아지는 햇살 아래 반짝이는 물결, 구름 사이로 길게 늘어선 햇빛, 발끝에 스쳐 가는 파도의 감촉까지. 그 모든 것이 여름을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채워줘. 아이들의 웃음소리, 플라밍고 튜브 위로 누워있는 사람들, 바닷가에 퍼지는 노을빛까지. 그렇게 바다는 여름을 품고, 여름은 또 바다를 닮아가.

그래서일까, 여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을 때면 왠지 나도 빛나는 사람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속 걱정도, 어지러운 생각들도 잠시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천천히 들이마시게 되는 거지. 유난히 짙고 푸른 여름의 기억 속에서 행복이란 단어가 내 마음에 물들어 있어. 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느껴본 적이 있니? 나는 2박 3일의 진도 여행을 끝내고 가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 무엇이 나를 울게 했는지. 여행은 너무 행복했어. 여행의 여정과 풍경이 가슴에 깊게 박혀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여행이었는데. 왜 눈물이 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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