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첫눈이 쌓인 겨울 아침, 창밖을 바라보면 세상이 마치 하얀 이불속에 포근히 잠든 것 같아. 이루어놓은 것이 없어도, 아직 채운 것이 없어도, 눈 덮인 세상은 우리에게 말을 해. “괜찮아, 이제부터 하나씩 새로운 색을 입히면 돼.” 걱정과 두려움이 하얗게 쌓여도 너의 삶에 멋진 색을 입히면 된다고.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처음엔 낯설지만, 그 한 걸음마다 새로운 풍경이 열릴 거야. 때로 잘못된 길에 들어서더라도, 멈추지 않고 방향을 찾으면 그 또한 소중한 발자취가 되어주지. 내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삶에 작은 등불이지 않겠어? 삶은 반드시 대단하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작은 걸음과 작은 마음이 모여서 충분히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해.
겨울은 차갑고 고요하지만, 그 안에 따뜻함이 숨어 있어. 하얀 눈은 세상의 소음을 잠시 덮어주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을 맑게 해 줘. 그 맑음 속에서 우리는 더 부드러워지고, 더 섬세해지지. 어린 시절 눈 위에 남긴 발자국처럼, 순수한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렇게 겨울은 우리에게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동심을 다시 불러오곤 해.
어느 해 겨울, 조카가 눈사람을 만들어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냉동실에 보관해 달래. 녹아 사라지지 않게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눈사람을 지퍼백에 넣고 냉장고 한쪽에 잘 넣어두었어.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눈사람과 함께 잘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신은 그래서 겨울을 만드셨을까? 봄, 여름, 가을의 화려한 색채를 쫓으며 살다가도 겨울의 순백의 순수함을 보면서 살아가라고. 나는 내 마음에 눈의 요정을 숨기고 살아갈 거야.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