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AnnE에게

노을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노을은 ‘노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편이 아릿하고 눈물이 나. 노을은 왜 어감마저 슬플까? 사물에 붙여지는 이름들은 어쩜 그렇게 그 모양에 딱 맞는 감정을 품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

노을 지는 풍경을 사랑했었어. 그 빛깔이 눈물 나도록 예쁘고, 슬퍼서 사랑했어. 사람마다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내 이십 대의 노을은 유난히 아팠어. 눈물도 많이 흘렸고, 어린 왕자가 마흔세 번이나 자리를 옮겨가며 바라보았던 그 풍경. 마흔세 번이나 슬픔을 견뎌낼 만큼 어린 왕자는 강했던 걸까.


오늘은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드는 날이야. 그런데 신기하게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들의 응원과 격려, 그리고 내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몇 줄의 글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사르르 평온해졌어. 그리고는 다짐했어. ‘잘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에서 벗어나 잘 읽히는 글을 쓰자고. 그리고 불행의 씨앗인 타인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자고.


오늘의 힘듦을 곱씹다 보니 문득 그 시절이 떠올랐어. 아픔 속에서 몸부림치며 버텼던 그때의 나를. 그 시간을 견뎌온 만큼, 나도 자랐고 강해진 것 같아. 사랑하는 가족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내 안의 긍정이라는 큰 에너지를 키워왔기에 지금의 상황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어. 나 자신을.


태양이 지는 저녁, 하늘은 붉게 타올라. 짧은 파란빛은 바람처럼 흩어지고, 오랜 시간을 지나온 붉은빛만이 끝내 눈에 닿은 그 빛은 순간의 반짝임보다 기다림이 빚어낸 빛이야. 너의 삶도 그런 노을처럼 곱게 물드는 삶이기를 바랄게.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1화이웃집 AnnE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