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Anne에게

기도

가끔은 내 안에서 소용돌이가 일듯, 바닥으로 내던져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마음을 붙잡고 또 붙잡아도 버거울 때가 있는데, 그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하면 상대도 울적해할까 봐 차라리 혼자 감당하려고 해. 하지만 그렇게 삼키다 보면 내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차서, 결국 눈물이 터져 버리기도 해. 한 번은 지하철역에서 주체하지 못한 눈물 때문에 혼이 난 적도 있어. 그 순간 떠올랐던 시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기철 시인의 〈별까지는 가야 한다〉였어. 오늘 같은 날에도 그 시가 자꾸 떠올라.

요즘은 동생과 저녁마다 운동장에서 함께 걷기 운동을 하고 있어. 하지만 갑상선 문제로 오래 병원을 다녔는데, 또다시 이상이 생겨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어. 수면의 질도 좋지 않아 면역이 많이 무너진 게 아닌가 싶어 세 곳의 병원을 다녔지만, 결국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어.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붙들어 보려 했지만, 걷던 중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이 터져 버렸지. 이번에는 숨기지 않고 울어버렸어. 얼른 털어내고 싶어서.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는 일은 쉽지 않은 듯해.

문득 나는 하느님께 꾸중을 듣는 아이처럼 느껴져. 집을 뛰쳐나와 돌아가지 않는 탕자 같은 존재. 그렇지만 끝내 그분께서 사랑으로 나를 이끌어 주실 거라 믿어. 흔들릴지라도 쉽게 꺾이지 않는 나라는 걸, 결국 잘 이겨낼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야. 나는 매일 기도를 하고 감사일기를 써. 간절한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오늘도 진심을 담아 신께 기도를 올려. 부디 건강만은 잃지 않게 해달라고.

혹시 네 삶에도 주저앉고 싶고 울고 싶은 날이 찾아온다면, 간절하고 진심 어린 기도를 올려봐. 신은 언제나 그 기도의 염원을 잊지 않고 품어주실 테니까.


별까지는 가야 한다/이기철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들인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든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마침내 걸어서 가야 한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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