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영으로 25M 가기에 성공했습니다. 중급, 고급반 회원들의 여유롭고 유려한 접영에 비하면 앞으로 갈길이 멀지만 접영 발차기도 못했던 3개월 전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수영을 배우면서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강사님의 말, 몸의 느낌이 어느 날 벼락같이 이해되는 유레카의 순간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자유형 발차기 할 때 무릎이 앞으로 구부러지면 안 돼요. 허벅지보다 위에 있어야 돼요.', '접영과 평영은 몸이 가라앉았다가 부력으로 떠오르는 힘을 이용하세요.', '자유형을 할 때 물을 뒤에다 놓는다는 느낌으로 팔을 미세요.', '접영 할 때 상체가 계속 펴져 있어요. 인사하듯이 구부려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수영을 우아하게 하세요. 힘 빼고, 힘을 써야 하는 순간에만 효율적으로 쓰세요. 물이랑 싸우지 말고 물을 이용하세요.', '제발 발을 모으세요.'
다리를 펴라는 말인가? 무릎을 구부리되 앞으로 구부리면 안된다는 말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동안 발차기를 할 때마다 강사님 지적을 받았어요. 강사님이 발을 잡고 움직임을 만들며 설명을 해주셔도 뭐가 다른 건지 도통 모르겠는 거예요. 근데 몇 주 후에 갑자기 알겠더라고요. 무릎을 구부릴 때, 허벅지를 접어 무릎을 당기는 게 아니라 허벅지 앞을 펴고 무릎을 뒤로 밀면서 정강이가 위로 접히도록 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 이해한 걸 몸으로 구현하는 건 막연할 때보다 훨씬 쉽고 빨랐어요. 익숙한 움직임이 아니라서 처음엔 동작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고 난 뒤로 허벅지와 다리 움직임에 집중해 연습하니 발차기가 차츰 나아지더라고요. 평영 발차기를 배울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수영이 가진 여러 장점이 있지만 계단식 성장이라고도 하는 유레카의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어떨 때는 수영을 배우는 과정이 미션을 풀어가는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저는 몇 번의 유레카를 경험하면서 하면서 매일 반복하는 연습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믿게 됐어요. 기본적인 걸 반복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지만 쌓이는 힘이 있다는 것도요.
제가 수영을 하면서 배운 거는요.
뭔가를 배울 때 처음에는 막막하지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걸 반복하면서 미세한 변화를 쫓아가다 보면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그 안에서 문제의 실마리, 방법을 깨치게 되는 순간이 온다는 것
그걸 몸으로 익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습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깨치고 난 뒤에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금세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
그러니 처음부터 욕심을 내며 서두르거나 지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오늘 접영을 하며 만난 유레카는 '물을 타고 넘어간다는 게 이거구나, 팔을 뒤로 미는 타이밍이 여기구나, 뻗은 팔을 모으며 상체를 구부려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이건가보다'였어요. 이제부터 할일은 오늘 깨친 걸 제 것으로 만드는 연습입니다. 우아하고 힘찬 접영을 상상하면서 차근히 연습을 쌓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