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치약
치약, 소스, 썬크림처럼 소모되는 것들을 소비기한 내에 말끔히 쓰고서 깨끗이 비워진 용기를 보면 왠지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소비자의 의무인 소비를 완벽히 해냈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인지, 낭비 없이 물품을 알뜰하게 썼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인지, 어렸을 적에 치약을 반으로 잘라 끝까지 썼다고 할머니께 칭찬을 받았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만의 소소한 기쁨인지라 제품을 사면 내용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잘 써보려 궁리합니다.
주로는 마지막쯤에 튜브용기를 반으로 잘라 속을 긁어내서 쓰거나 용기를 거꾸로 세워 남은 내용물이 입구 가까이로 모이게 하는 방법을 씁니다. 그렇게 하면 치약은 2~3일 정도 썬크림 같은 경우에는 통에 덜어 며칠은 쓸 수 있을 만큼의 양이 모이기도 합니다.
얼추 다 썼다 싶을 때 버리고 새로 사는 게 편하긴 하지만 해보면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고 마치 환경지킴이가 된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참, 치약으로 세면수전을 닦으면 금세 빤짝 광이 납니다. 다 썼다 싶은 치약 그냥 버리지 마시고, 안에 남은 치약으로 한번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 다 써가는 치약을 반으로 자르다가 글감으로까지 살뜰히 써보자 싶어 주제로 삼았습니다. 참 많은 걸 주고 가는 치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