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고 뿌듯했던 수요일 이후 연이어 기운이 없습니다. 유난히 기분 좋았던 날의 이유를 알 수 없듯 별달리 몸을 혹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기운 없이 축 쳐지기만 하는 이유도 알 수가 없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싶다 생각하지만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불안한 꿈을 꾸고 자주 좁니다.
이해하고 싶어 하는 뇌는 용의자를 여럿 세웁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학원수업이 재개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고 5시간씩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이번주는 선생님 결혼식으로 휴강이었습니다. 한주 놀아보니 학원으로 돌아가기 싫어 부리는 엄살일까요?
제가 생각하기로 가장 유력한 이유는 내일로 다가온 생애 첫 마라톤이 아닐까 합니다. 10km, 두 달 전에 달리기 수업을 시작하며 같이 신청했던 대회인데 그날이 오고야 마네요. 달리기 실력은 1mm쯤 늘었는데 10km를 뛰어야 한다니요. 저는 혼자서 3km까지 뛰어본 게 최대기록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진도가 더뎌 홀로 느끼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불안과 우울,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저를 휘감습니다.
마라톤을 앞두고 차곡히 쌓인 부담에 짓눌려 기운이 없는 걸지도 몰라요. 설마 마라톤을 위해 미리부터 힘을 비축하려는 신체의 생존전략이었을까요? 그렇다면 소름. 마라톤 끝나고 그때의 컨디션 상태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