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며 생각해 보니 제가 어떤 것이든 그만두기를 거듭하는 이유는 잘 해내려는 마음에 있는 거 같아요. 의욕을 가지는 건 좋지만 마음이 너무 앞서 무리하다가 일찍이 소진되거나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허둥대다 다치거나 또는 아주 작은 부분에만 집중해서조화를 깨기도 하고, 좁아진 시야로 상황을 왜곡되게 해석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도 하면서 성급히 마무리했던 일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운동을 할 때도 그래요. 굽은 어깨 펴기에 꽂혔을 때는 하루종일 상체에 힘을 빳빳하게 주고 다녔어요. 매우 부자연스럽고 힘들게. 오래가지 못했고 효과도 없었어요. 되레 허리가 너무 젖혀져서 몸이 불편했어요. 강사님께서 말씀하시길 그런 방법은 오히려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대요. 굽은 걸 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편 방향으로 과도하게 힘을 줘서 굽히는 것과 마찬가지라 바른 자세는 아닌 거죠.
바른 자세는 몸의 어느 한 부분에 힘이 과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산되어 효율적으로 몸을 지지하고 지탱할 수 있는 몸상태래요. 근육, 힘줄 같은 부위가 고르게 강해지고 제 역할을 기억해서 자동으로 기능하게 되면 몸에 힘을 풀어도 저절로 바르게 서있게 되고, 그 자세를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고 말씀하셨어요.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고무줄 묶음 같이 생긴 근육세포들이 짱짱한 탄력성을 가질 수 있도록 수없이 늘렸다가 당겼다가 효과적인 자극을 반복하는 운동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셨지요.
잘하려는 마음과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을 구분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무엇을 하든 주어진 환경, 나의 상황과 상태를 고려하면서 차근히 해나가다 보면 결과는 조금씩 쌓여가는 건데 저는 제 자신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남이 쌓은 결과만 부러워하고, 당장의 성과만 바랐던 거지요.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마음도 다 내려놓기로 했어요. 마음을 쓰는 방향에도 관성이 있어 새로고침이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헤치지 않는 달리기를 하려면 그래야겠더라고요. 타인과 비교하는 대신 제가 가진 고유한 특성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한 잘함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보려고 했어요. 저만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걸 뒤늦게라도 깨달아 참 다행이죠?
달리기 횟수, 속도, 거리, 시간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코어, 발목, 무릎, 발가락 운동에 집중했어요. 저에게 필요한 것부터 하기로 제가 정한 거예요. 그전까지는 누가 달리기를 하라고 시켜서 억지로 하는 사람처럼 굴면서 시키는 걸 시키는 대로만 했었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그 뒤에도 위기가 있었지만 전과 달리 금세 회복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2024.10.08. 달리기 후기] 지난 금요일 달리기 이후 허벅지 안쪽에 극짐한 근육통이 와서 하마터면 달리기와 멀어질 뻔 했습니다. 며칠 쉰 터라 걱정이 됐는데 생각보다 더 오래 달릴 수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오래 달리기 훈련의 효과인가 봅니다. 오른쪽 발목이 또 아플까 미리부터 걱정되었는데 발가락을 펴고 몸에 힘을 빼는데 집중했더니 지난번 보다는 통증이 늦게 약하게 왔습니다. 데드버그 운동도 미약하게나마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결심ㆍ부상ㆍ열등감ㆍ내려놓음 끝에 마라톤대회 날이 다가왔고, 달리기 수업도 끝이 났습니다. 내일은그 마지막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