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늘은 마라톤 이후 달리기와 멀어진 지 열흘 째 날입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꼭 달려야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달리기 수업도 끝이 났습니다. 이제 달리기는 온전히 제 선택에 달렸습니다.
애초 달리기를 시작하며 가졌던 목표는 '가장 싫어하는 것과 마주해서 그걸 넘어서 보는 경험'이었습니다. 두 달 동안 달리기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료했고, 마라톤 대회 10km 코스도 완주했으니 가시적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룬 셈입니다. 사실 만년 달리기 꼴찌였던 제 기준에서는 장족의 발전이지요.
돌이켜보면 달리기를 하면서 신체적인 힘듦보다 의지가 굳세지 못해 온갖 핑계를 수집하고 편한 걸 추구하면서도 성과는 탐을 내는 등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은 제 모습과 마주하는 게 불편하고 어려웠어요. 그때는 그런 제가 싫고 그런 마음조차 회피하고 싶었는데 덕분에 더 근본적인 저의 문제에 가닿을 수 있었어요. 뭐든 끝까지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걸 깨닫게 되었지요. 마음챙김 달리기의 효과인가 봅니다.
깨달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변화를 이루려면 꾸준한 실천과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할 텐데 그 여정을 달리기와 함께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뭐든 끝까지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기로 했으니 제 마음을 지켜보며 결정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