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드 Mar 31. 2024

사용자(User)로서의 '환자'에 대하여

UX는 모든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사용자에게서 찾는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고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공감해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의 사용자인 환자가 병원서비스에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환자의 인지/행동 특성(User Behavior), 이용상황(User Context), 그리고 목적달성을 위해 사용자가 해야할 과업 (User Task)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 치료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사용자로서 환자를 이해해보자. 




✅ 환자의 인지/행동 특성 (User Behavior)  

낮아진 인터렉션 능력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연령대가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너무도 넓다. 그래도 보통 건강이 악화되는 나이는 50대 이후 고령환자가 많고 그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보통 70대 이상의 노약자는 보호자를 동반하기 때문에 스스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유저를 기준으로 20대~60대 까지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사용성은 60대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매우 직관적으로 맞춰져야 한다. 또한 통증이나 섬망증상 같은 질병현상으로 인해 인지능력이 낮아지거나 정상적인 인터페이스 이용이 어려울수도 있다. 또는 외상으로 인해 지문인식이나 얼굴인식이 안될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자서 병원내 고객 접점은 기본적으로 매우 단순한 정보와 직관적인 인터렉션이 요구되며, 버튼이 누르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한 예를들면 마이크, 카메라 같은 Multi-modal 인터렉션도 함께 고려해야한다. 또한 키오스크나 핸드폰 앱 사용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저의 인지력을 더 낮은 기준에 맞춰서 쓱 지나치면서 봐도 인지 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량과 빠른 시간에 완료할 수 있는 간단한 사용자 과업(User Task)으로 사용자 시나리오(User Flow/Scenario)를 설계해야 한다. 

<이미지: unsplash>

휠체어, 링거 폴대, 스트레쳐카

외래 환자가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보호자가 찾는것이 바로 휠체어이다. 입원실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러 내려올때도 마찬가지로 휠체어나 이동식 침대(스트레쳐카)를 탄 환자들이 많다. 그래서 소방법 상 병원 복도는 아무리 좁아도 최소 1m를 확보 하도록 되어있다. (1m도 좁다. 휠체어가 지나갈때 비켜주려면 1.5m는 확보해야 한다.) 또한 키오스크나 데스크, 의자를 배치할때도 휠체어에서 손을 뻗어서 닿을 수 있을 정도에 버튼이나 물건을 배치하는것을 권고한다. 또한 사이니지도 휠체어에 앉아서 볼수 있도록, 그리고 휠체어에 달려있는 링거폴대에 걸리지 않을만큼의 높이인 최소 2미터 높이에 설치해야한다.

 


<이미지: Unsplash>

응급상태 위험

병원 환자는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갑자기 심정지가 오기도하고, 링거 바늘이 빠져서 피가 쏟아지기도 하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낙상 사고에 매우 민감하다. 쓰러지면서 부딪혀서 발생하는 2차부상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의 의자는 양옆에 반드시 팔걸이가 있는것을 선호하고, 가구나 기구는 최대한 모서리가 없는것을 배치하려고 노력 하며, 병원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을 사용 한다.  



혼돈(Chaos) 상태

질병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그 상태에서 환자는 경황이 없어지고 당황하게 된다. 판단력이 흐려지는 상태인 것이다. 또한 환자들은 보통 병원이라는.. 그것도 3차병원 같은 크고 복잡한 공간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나 그렇듯 초행길을 가게되면 당황하게 된다. 아무리 간단한것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정보 습득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에게 정보를 여러개를 던져주고 알아서 습득하라고 하는건... 이건 마치 마라톤 달리기할때 수학 문제를 풀라고 강요하는것과 다를바 없다. 따라서 환자에게는 한번에 하나씩.. 마치 입으로 씹어서 하나하나 넣어주듯, 정보도 한번에 하나씩 천천히 눈에띄고 명확하게... 마치 한걸음 한걸음씩 손을 붙잡고 이끄는것처럼 이끌어줘야 한다. 병원에 막 온사람에게 이거하고 저거하고 그다음 이거 하세요라고 한번에 퍼붓지 말고, 이번에는 이것부터 하시고 다시 이쪽으로 오세요. 라고 천천히 가이드 해야한다. 외래에 환자 안내문을 소설쓰듯 문장으로 써서.. 벽지 붙이듯 덕지덕지 붙이는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단어만 눈에 띄도록 우선순위를 정렬해서 간결한 문장으로 만들어서 최소한으로 붙여야 한다. (잊지말자! 집중력이 낮은 상황에서 글씨가 많으면 많을수록 환자가 습득할 수 있는 정보량은 낮아진다.)




✅ 환자의 사용환경 (User Context)   

<이미지 : Unsplash>


정보 비대칭

환자는 의료지식이 부족하다. 지식 습득을 위해 제대로된 정보소스를 찾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의사나 간호사의 말을 일방적으로 수용 할 수밖에 없다. 병원 이용방법에 대한 정보도 경험도 부족하다. 환자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고, 정보를 찾을곳도 없고, 물어볼곳도 없어서 지도없이 거리를 헤매는것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저기 우왕좌왕하며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마치 눈을 감고 길 위를 걷는것처럼 말이다. 병원의 위치를 알기도 어렵고, 병명을 알기도 어렵고, 의사의 프로필을 알기도 어렵고, 진료를 받고 뭘해야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기다린다. 이런 이유는 위에서 얘기한것처럼 환자에게 3차 병원은 처음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병원내 사용되는 용어 하나하나가 어렵고 생소하기도 하며, 한번에 환자가 소화해야할 정보가 너무도 방대하고, 병원에서 환자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준다 하더라도 이해할수도 써먹을수도 없는 의료용어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가 병원 IT가 그리 환자를 배려한 서비스 환경이 아닌 탓도 있다.   

보호자 동반

환자들은 물론 혼자오는 사람도 있지만... 보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료실의 크기, 의자개수, 편의시설등을 계산할때 반드시 보호자를 함께 count 해야한다.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만 1:1로 대화를 하는것이 아니라 보호자까지 1명(의사):1.5~2명(환자+보호자) 형태의 Communication이 이뤄진다 (암환자는 심각한 상황이라서 보호자가 3명 이상인경우도 있다.). 그래서 의자/책상의 배치도 이를 고려해야 하고, 불편한 환자를 대신해서 보호자가 수납, 정보수집 할 수 있도록 환자앱이나 병원 행정 처리상에서 배려 해야한다. (의료법이 정한 공개범위 하에서).


이용가능한 의료정보, 서비스의 제한

병원 데이터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네트웍을 물리적으로 외부와 단절시킨 상태에서 운영한다. 또한 같은 병원 내에서도 담당의료진이 아니면 특정환자의 의료정보를 조회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는 자유롭게 본인의 병원데이터를 조회하거나 이동시키도 어렵다. 병원에 요청해야 특정 정보를 열람할 수 있으며, 본인의 X-ray나 MRI영상도 CD나 USB에 담아가야 하고, 병원 행정서류도 본인이 직접 발급하거나 가족에게 위임해야 발급 받을 수 있다.

SW또한 외부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하는 편리한 4차산업혁명 서비스도 병원에서 활용하려면 많은 작업을 거쳐야 이용할 수 있어서, 병원 자체적으로 SW개발해서 트렌드에 맞지 않아 불편하며, 3rd party 앱서비스 연계는 물론 본인 데이터의 외부 공유도 쉽지 않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것은 좋지만... 환자라는 사용자에게는 여러모로 불편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프라이버시 노출

외래 대기실에서 기다리다보면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갑자기 간호사가 환자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A님 맞으시죠?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A환자분은 B때문에 C를 관리하셔야되요'라고 친절하게 얘기해준다. 하지만 함께 대기하던 주변 환자들에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본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질병까지도 모두 알게되는 이 상황에 환자는 당황스럽다. 본인의 개인정보 노출도 꺼려지지만 환자는 본인의 질병정보를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경우가 많다. 그렇기때문에 프라이버시를 병원내에서는 반드시 신경써야 한다.


감염노출

Big5 3차 병원에는 하루동안 롯데월드를 방문하는 인원보다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A병원은 하루 외래 환자만 15,000명). 그리고 그사람중 일부가 입원실에 병문안을 오고, 외래 대기실, 진료실 앞에 함께 앉는다. 우리는 옆에 있는사람이 호흡기 환자인지, 피부병 환자인지, 기타 감염병 보균자인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병원이라는 공간은 감염관리에 취약할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시로 손을 씻고, 소독한다. 때문에 병원은 손을 최대한 쓰지 않도록 디자인 해야한다. 지문인식 보다는 홍체나 얼굴인식이 적합하며, 손잡이를 잡고 열기보다 팔뚝으로 밀면서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 환자가 서로 교차되지 않도록 환자동선을 일방통행으로 Flow가 만들어 지도록 구조가 디자인 되어있다. 또한 언제든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주변에 화장실이나 수전이나 손소독제가 바로 있다.   


무한대기 환경

병원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하는것이 바로 대기이다. 환자가 병원에 오는 순간부터 번호표를 뽑으며 대기는 시작된다. 접수에서 대기하고, 초진상담에서 대기하고, 사전문진에서 대기하고, 대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중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고... 진료 받기까지 대기 시간을10분씩만 해도 총 대기 시간이 최소 1시간이다. 그 이후에도 검사대기, 간호설명/재진예약 대기, 수납대기.. 다 합치면 결국 반나절이 날라간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가만히 있는것이 아니다. 이동에 이동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다보면 최소 5천보는 족히 넘게 걷는다. 아파서 온 환자가... 그래서... 병원을 방문하면 아무리 간단한 외래 진료를 받아도 몸도 마음도 지치고 피곤하다. 시간을 낭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지쳐있는 유저에게 뭘 그리 많이 설명하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욕심을 버리고 핵심만, 통합하고 생략해서 최대한 간략하게 전달해야한다.

 

안전사고 노출

병원은 2020년 기준 환자 안전사고가 1만3919건이나 일어나는 위험한 곳이다. 주로 투약, 낙상, 검사, 수술등의 오류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다. 환자는 치료를 받는 사람으로 영문도 모른채 의료진의 부주의로 안전사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는 병원에 오면 본인 병에 대해서도 불안하지만, 회복이 잘 되고 있는지, 치료는 잘 되고 있는건지,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불안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질문이 많아지게 되고 주변에 돌아다니는 직원들에게 항상 질문하게 된다. 즉, 모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마치 어두컴컴한 방안에 혼자 남겨진 아이처럼 병원에서 혼자 외롭게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환자들의 불안 감소를 위해서는 스스로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것.. 즉 위에서 얘기한 정보 비대칭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병원 자체적으로도 직원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를 없애기 위한 노력으로 직원이라는 유저의 Human Error를 최소화 할 수 있는...즉, 환자안전을 높일 수 있는 공간/Tool/시스템/업무흐름의 안전한 환경을 UX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디자인 해야한다.


수동적 이용환경

병원은 다른 서비스들과 다른점이 상당히 많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용자인 환자가 본인의 의지대로 병원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병원 예약부터 본인이 원하는 진료과를 선택하는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지정해주는 진료과로 배정 받아서 가능한 시간에 예약을 하고, 병원에 방문해서 체크인을 할때도 간편하게 병원에 도착을 알리는것이 아니라, 신체계측이나 초진상담등 정해진 방법과 절차에 따라 접수해야하고, 진료나 치료도 의사와 간호사에 의해 처방을 받고, 케어를 받아야 한다. 또한 환자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도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만큼만 알 수 있다.

병원 내에서 이동할때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마치 컨베이어 벨트를 갈아타듯 검사소로 가라고 하면 가고, 진료실로 가라고 하면 또 자리를 이동해서 자신의 몸을 병원에게 의탁해서 시키는대로 병원을 이용한다. 즉, 병원의 사용자는 마치 호텔처럼 스스로의 의지대로 자율권을 가지고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정한 절차와 순서대로 움직이고 사용하는 매우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 방식이다. 이렇게 사용자가 어찌보면 무력하게 시키는대로 이용하는 서비스구조는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생경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병원의 사용자인 환자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사용자'라는 단어 보다는 병원에게 치료를 위해 맡겨진 '관리고객'이라고 표현 하는것이 맞는 표현일 수 도 있겠다. 이렇게 환자가 자신을 병원에 온전히 맡기려면 환자에게 필요한것은 '병원에 대한 신뢰'와 편하게 맡기고 안심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환경'이다.  




✅ 서비스 이용을 위한 환자의 숙제(User Task)

환자의 종류는 방문 목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하게 되는데,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바는 외래환자, 처치를 받기 위해 병원에 상주하는 입원환자, 진단을 위한 검사 또는 종합검진을 받기위해 방문한 검사환자로 분류된다. (당일 치료/시술등은 외래에 포함되며, 수술은 입원환자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병원을 일단 방문하면 그다음부터 해야할 일들과 경험들이 서로 매우 달라지고 세분화된다.   


외래진료

외래 환자는 심플하게 병원을 처음 방문한 초진환자와 재방문한 재진환자로 나뉜다. 그 이유는 초진환자는 3차병원에서 진료를 받기위해 1,2차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와 기타 데이터와 서류를 제출하는등 해야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에 재진환자는 그런 서류작업 없이 바로 접수하고 진료를 받으면 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초진환자와 재진환자의 동선을 분리해서 빠르게 운영하고자 하지만 환자들이 그 개념을 알리가 없다. 초진환자가 재진환자 줄에 서서 기다리게 되고, 그러다가 다시 초진환자 줄로 이동해서 또 기다리고...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초진환자와 재진환자의 경험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환자동선, 안내문등 경험 디자인을 다르게 하고 직관적으로 가이드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죽박죽 난리도 아니다... 그 다음부터는 진료를 받기위해 해야할 숙제들이 사람마다 다르다. (혈압을 측정하거나, 문진을 하거나, 사전상담을 하거나...) 그 숙제들을 마치고 진료가 끝나면, 또 다른 숙제를 하거나(추가검사 같은?) 다음 진료를 예약하고, 수납하고(돈을 납부하고 처방전을 받는 행위) 귀가하게된다. 하루동안 이동하면서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다... 그래서 병원에 오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런 과정들은 의료행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생략할 수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순서를 바꾸거나, 미리 하거나, 합치거나 하면서 할일(Task)을 효율화 할 수는 있을것이다. 이또한 UX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미지 : Unsplash>

입원치료

입원 환자는 본인이 그냥 입원하고 싶다고 입원할 수 있는것이 아니다. 반드시 의사가 진단을 마치고, 입원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서 승인된 경우에 입원이 가능하다. 일단 입원하게 되면 환자는 매우 수동적으로 변한다.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것들이 별로 없다. 모두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병원의 규율대로 따라야한다. 그래서 이 규율과 할일과 일정들을 모두 소화해내야 한다. 일단 병실에 도착하면 화장실등 병동의 구조와 이용 방법을 교육 받아야 하고, 생활수칙을 지켜야하며, 앞으로 진행될 수술,처치등 스케쥴을 전달 받는데... 문제는 이것도 전체 스케쥴이 아니라 당장 오늘의 정해지지 않은 스케쥴만 주고 그 이후는 상태에 따라 변동된다는 애매한 일정만 받게 된다. 그래서 환자는 의사는 언제 회진을 오는지, 퇴원은 언제 하는지, 입원비는 얼마가 나오는지 궁금한것 투성인 상태가 된다. 그래서 수시로 뭐는 어디있냐, 뭐는 언제하냐, 이건 괜찮은거냐 등등.. 수시로 간호사에게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그래서 입원환자를 위한 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정보판이 필요하다. 이 정보는 하루종일 병상에 힘없이 누워있는 환자에게 직접 노출되고 사용되기 때문에... 예를들어 누운 상태에서 팔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 interaction 할 수 있는 위치, 형태, 정보량처럼... 환자의 치료 Plan에 따라 사용자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검사

검사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하는 건강검진과 의료진의 요청에 의해 수행하는 정밀검사이다. 이 두가지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정기건강검진은 정해져있는 항목에 대한 검사를 루틴에 따라 모든곳에서 비슷하게 수행되기 때문에 검사결과의 퀄리티는 의료법을 기준으로 상향 평준화 되어있다. 따라서 건강검진의 가격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검사의 종류, 병원의 브랜드인지도, 시설, 서비스방식, 규모등 서비스경쟁력에 의해 결정되는 '서비스 상품'의 성격에 가깝다. 하지만 정밀검사는 의사가 진단을 할때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해서 진행되는 '의료행위'이므로 여기에서의 검사비용은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지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검진은 건강검진 예약부터 검사, 해석까지 전체 서비스경험을 디자인 하는것이 중요하지만, 정밀검사는 검사과정의 경험보다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결과를 알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전문화된 검사경험에 집중하는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고객이 할일은 매우 단순하다. 식당에서는 간단하게 주문하는일, 호텔이면 체크이하는일 하나면 그다음은 서비스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병원은 '치료'라는 가치를 얻기 위해서 사전에 환자가 해야하는 절차와 과제가 꽤나 복잡하고 많다. 아파서 치료 받으러 왔는데, 더욱 편하게 아무것도 안해도 알아서 케어 해줘야 할 병원에서 오히려 할 일이 더 많다는점은 참 아이러니 하다.


이전 04화 병원 vs 의료서비스 기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