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드 Mar 31. 2024

병원 vs 의료서비스 기업

'의료서비스' 기업으로서의 병원


병원은 기업일까? 아닐까?영리를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엄연히 의료서비스 기업이다. 그렇다면... 병원도 당연히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곳일 것이다. 그럼 어떤 가치를 판매하는 기업일까?...당연히 환자를 치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는 너무 당연한 질문이고 대답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 당연한 질문과 대답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가끔..본인 소개 자리에서 UX디자이너라고 말씀드리면 디자이너를 접해 보신적 없으신 분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면 책도, 영상도, 볼펜도, 앱도, 자동차도 전부 디자인 할 수 있는거에요?'... 음..잘 생각해보면..어찌 보면 맞는 말일수도 있다. 제품디자인, 시각디자인, 영상디자인, 건축디자인 모두 디자인의 대상과 결과물이 다르긴 해도.. 서로 각 영역에서 디자인의 기본 원리는 공유하고 있으며, 디자인 철학과 언어(요소)가 동일하다면 마치 한 사람이 모든것을 디자인 한 것처럼 하나의 디자인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달의민족, 카카오에서 만든 앱,오토바이,택시,카드,굿즈는 모두 배민, 카카오 스럽고, 루이뷔통에서 디자인한 호텔은 루이비통 가방처럼 럭셔리하고, 베르사체가 디자인한 호텔은 역시나 화려한 베르사체의 호텔 같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루이뷔통도 베르사체도... 호텔은 디자인 해본 적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팔라초 베르사체 호텔 (출처 : 호텔스 컴바인)


한번 상상을 해보자. 독자가 만약 루이비통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수석 디자이너이고, 경영진이 브랜드 차별화와 매출 증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호텔산업에 진출하려 한다고 가정 해볼때, 본인 이라면 가장 첫번째로 드는 질문은 무엇이겠는가?바로 '가장 루이비통 다운 호텔은 무엇인가?'즉, 브랜드의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위한 디자인 철학에 관한 질문일 것이다. 이 방향에 따른 디자인 규칙이 정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동일한 컨셉의 디자인 언어로 인테리어, 시각적 컨셉, 가구를 디자인 함으로써,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생긴 디자이너 호텔이 완성되게 된다. 이런 과정이라면 루이비통은 호텔 사업을 진출 한다기보다...'럭셔리'라는 고객가치를 호텔이라는 방법으로 제공하는 방법의 다변화로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루이비통이 호텔을 디자인하든 아파트를 디자인하든 '럭셔리'라는 고객가치는 동일하다.



애플 디자인의 원조, 조나단 아이브 (출처 : 로이터신문)


고객가치 하면 애플을 빼놓고 얘기 할 수없다. 아이팟,아이폰,아이맥,아이패드,맥북... 애플의 온갖 제품을 디자인했던 산업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Jonathan Paul Ive)는 2011년 스티브잡스가 작고한 이후, UX디자인까지 담당하게 된다. 이때 스티브잡스가 아닌 조나단아이브가 그동안 제품디자인에서 보여줬던 혁신을 UX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 초유의 관심이었다. 결국 그는 iOS7부터 스티브잡스가 추구해오던 사실적 디테일을 기반으로한 스큐어모피즘 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걷어내고 그동안 그가 추구했던 미니멀리즘을 만들어 현재의 UX모습을 완성 해냈다. 아이팟부터 시작된 기존 애플 제품이 추구해오던 '단순함'이라는 가치를 더 극단적으로 발전시켜나갔다. 아이폰의 상징이었던 동그란 홈버튼도 없애고, 안드로이드의 위젯 개념을 적용했고, 아이폰/애플워치/아이맥/아이패드 등 점점 더 다양해지는 기기들간의 Seamless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사용 경험을 디자인했다. 그는 UX라는 새로운 분야에서도 애플의 '단순함'이라는 고객 가치는 여전히 동일하다.


안전의 대명사 Volvo자동차 <이미지 출처:볼보자동차코리아>



이런 케이스는 스웨덴 자동차 기업 볼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스웨덴은 겨울 평균기온이 영하25도인 자연 환경을 가지고 있다. 볼보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온 그 무엇보다 '안전'이라는 고객가치를 가장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브랜드이다. 이 고객가치는 볼보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서 나타난다. S60모델 같은 가장가격의 엔트리급 모델부터 S90같은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까지 최고의 안전장치를 모든 제품 라인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들은 1970년부터 3만건 이상의 사고분석 통계데이터를 통해 볼보 신차 개발에 활용하고 있으며, 보행자용 에어백 같은 선도적인 안전관련 특허는 항상 볼보가 앞서서 개발하고, 3점식 벨트같은 운전자 안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허는 무료로 배포하기도 한다. 애프터서비스도 운전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정식 매장에서만 순정 부품으로 교체하도록 하며, 소모성 부품은 평생 무상으로 교체해준다. 또한 볼보는 2008년에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중상자 0명'으로 비전을 세웠고 현재 그 약속을 지켰다. 이런 활동들을 보면..아.. 볼보는 '안전'에 진심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안전'이라는 고객 가치가 기업 활동의 곳곳에 녹여지며, 이런 노력의 결과로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들은 가방, 노트북, 자동차를 판매하는것이 아니다. 이들은 럭셔리, 단순함과 세련됨, 안전을 판매하는 것이다. 제품의 기본적인 상품성 즉, 기본기는 당연한 것이고, 여기에 더해 고객이 제품/서비스를 이용할때 필요한 또 다른 '고객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위 사례들의 공통점이며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메이요 클리닉 (https://www.yna.co.kr)


병원도 마찬가지다. '환자치료'라는 기본기 이외에 병원이라는 의료서비스 기업은 어떤 고객 가치를 추구 할 수 있을까? (마치 '주행성능'이라는 자동차 본연의 고객가치 이외에 볼보가 '안전'이라는 고객 가치를 추구 했던것 처럼.. )... 이 물음에 대한 힌트를 메이요클리닉에서 찾을 수 있다. 메이요클리닉은 미국 미네소타에 소재한 2059개 병상, 55,900명 직원, 기본적으로 존스홉킨스,MGH,클리블랜드 클리닉과 함께 항상 세계Top5에 Rank되는 세계 최고 의술의 병원이다. 하지만 메이요클리닉의 명성은 의술에서만 기인하는것이 아니다. 메이요클리닉은 '환자중심'이라는 고객가치를 1910년 설립 초기부터 '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서비스디자인 업계에서 교과서처럼 인용되고 있다. '환자중심'이라는 고객가치는 병원서비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메이요클리닉에서는 환자의 수술을 의사 한명이 결정할 수 없다. 뇌수술의 경우, 신경외과,신경과,재활의학과,운동치료사등 관련분야 의료진 10명이 모인 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수술 이후의 치료관리 또한 환자가 신경쓰지 않도록 영양사,재활치료사, 사회복지사등이 참여해서 토탈케어를 제공한다. 그리고 미네소타라는 다소 외지로 치료를 위해 몰려오는 환자와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그리고 환자가 언제든 병원 주변에서 통원하며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횡단보도만 건너면 갈 수 있는 호텔 10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호텔비 일정금액을 할인해준다. 또한 환자들이 원거리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진료를 선도적으로 도입 및 활용하려 노력하며, 환자의 프라버시 존중을 위해 카운터는 잘 안들리는 거리만큼 칸막이가 설치되며, 로비에서는 환자가 비오는날 밖에서 기다리지 않도록 버스나 차를 대기할때 방송으로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환자중심'이 곳곳에 녹아져 있다. 즉, '환자중심'의 고객 가치가 병원서비스 곳곳에 디자인되어 환자가에게 실제로 경험되고 있다는 얘기다. 로고나 이미지를 통한 말장난이 아니라...진실되고 실체적인 서비스로 말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메이요클리닉을 경험한 환자의 95%가 다른이에게 병원을 추천하겠다고 대답하며, 실제로 개인이 약 40명에게 메이요클리닉을 추천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엄청난 광고 효과이다)




그럼 국내 병원 상황은 어떨까?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하며 환자중심 병원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중이지만.. 아직 병원의 경영 철학과 문화로 정착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것 같다. 거의 10년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진도가 더디게 느껴지는것은 사실인듯 하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환자중심'이라는 개념이 아직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은듯 하다. 더이상 의료기관인증 평가를 위한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경쟁우위를 위해 필수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환자가 찾는 병원은 병을 잘 치료하는 병원이었다. 그래서 '환자의 병원 선택 기준은 의료질이다!!'라는 말은 너무 당연한 불변의 진리처럼 생각해 왔다. 때문에 지금까지 병원은 끝없이 의료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병원 규모와 시설을 확장하면서 경쟁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동일할까? 미래도 병원의 최고의 가치는 의료질일까? 이제는 시대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것 같다.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독자 본인이 만약 감기에 걸려서 동네병원을 찾는다면, 인터넷에서 감기를 잘 고치는 명의를 찾을까? 아니면, 거리가 가깝고, 친절하고, 대기시간 적고, 이왕이면 쾌적한 곳을 찾을까? 피부과에 점 빼러 갈때는 어떤까? 이때는 가격, 청담동 사모님처럼 대접받는 경험을 찾는다. 치과 치료하러 갈때는? 아마도 과잉진료 않하는 믿을 수 있는 곳을 찾을 것이다. 의료질을 추구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정말 아파서, 생명에 지장이 있어서, 생활이 너무 불편해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병을 잘 고치는곳.. 즉, 높은 의료질을 간절하게 찾는다. 하지만 이런 중증질환 케이스가 전체 환자중 얼마나 되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다. 의료계 치료 페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방향보다는 미리 질병을 예방해서 병에 걸리지않고 오래도록 건강한 몸으로 살도록 하는 '예방치료'개념으로 전환되어 가는것이 의료계의 큰 흐름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치 요즘처럼 감기 소아환자가 없어서 폐업하는 소아과처럼 중증질병 치료에 대한 수요는 점점 감소하는 반면, 병에 걸리지 않도록, 또는 병이 있어도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를 원하는 환자의 수요는 노령인구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도래 한다면.. 그때 환자들은 어떤 병원을 선택하게 될까? 그때도 의료질이 고객가치의 최우선 순위일까?...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원격진료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례만 보더라도( <2020.2~6월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총56만건 / 고혈압,당뇨환자 약14만건 / 1,2차 병원급 40% / 내과 34% / 순환계,내분비,대사,호흡기 질환 위주 / 6193개 의료기관 참여, ) '환자는 편하게 집에서 치료받기 원한다'는 가설..즉, '환자는 (가벼운 증상은)의료질보다 편의성을 추구한다'라는 가설은 이미 한차례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환자의 병원선택 기준이 바뀌는 날이 그리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병원의 서비스경쟁력'...이젠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주제이다.




마무리 하자면, 병원 경쟁의 Rule이 점점 고객중심, 서비스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주도권은 점점 병원이 아닌 고객에게 넘어가고 있고, 고객 유치를 위해 의료질 뿐 아니라 서비스 경쟁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환자들이 찾게 될 병원은 환자의 니즈에 맞는 병원일 것이다. 항생제 덜 쓰는, 과잉진료 않하는, 궁금한점을 언제든 물어 볼 수 있는, 가까운, 예약이 쉬운, 대기없이 바로 진료받는, 세심하게 케어받는 경험, 쉬면서 건강해지는 느낌, 치료보다는 관리해주는, 퇴근하고 방문 가능한, 간편하게 집에서 치료받는,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딱 맞는,... 그런 병원 말이다... '의료서비스 Quality'는 기본적으로 병원이 갖춰야할 기본기가 되고, 이미지(신뢰,..)/편리성/가격등의.. 차별화된 '고객 가치' 그리고 그에 맞는 브랜드경험으로 병원간 경쟁하는 시대.. 이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에 따라 이제 병원은 의료질 향상에서 눈을들어... 고객을 세분화 해서 타겟팅하고 고객가치를 만들어 이미지를 포지셔닝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격/서비스/브랜딩/경험 전략을 세우고 고객 관리하는... 서비스기업간 경쟁 방식을 준비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중의 기본부터 시작하자. '환자중심'이라고 부르고 '병원중심'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환자중심'으로 생색만 내는것이 아니라.. 이제는 진정성 있게 모든 문제의 시작을 '고객가치'에서 시작하는... '관점과 마인드셋을 '고객'으로 바꾸는 것' 부터 시작하자.








잊지말자. 이제 병원 서비스의 중심은 바로 '고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