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신축한 마곡 이대서울병원 (이미지: 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20421)
블링블링한 새 병원들을 보면... 마치 미래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라떼 시절의 소독약 냄새나던 병원이 이렇게 변하다니..거의 천지개벽 수준이다. 얼마전 방영했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던 병원도... 그레이 아나토미(미국 의학드라마)에서 나오는 병원과 비교해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멋진 병원들이 TV 드라마용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실제로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요즘 대형 병원들 사이에서 2017년 이후부터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이대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은평성모병원.. 이뿐 아니라 강남세브란스병원, 청라아산병원등.. 500병상 이상의 대규모 병원 신축들이 다수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정부에서도 2025년까지 지역 공공병원 20곳을 신축/증축 하기로 발표한 상태이며, 이런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가? 왜 병원들이 하필 지금 시점에... 이렇게 갑자기 달려들어... 경쟁적으로 병원을 신축하려 하는걸까?
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병원 인프라 자체가 오래됐다...그것도 신기하게 동시에...도대체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지금의 (병원 신축을 계획 또는 완료한)Big5를 포함한 대형 병원중에는 1980~90년 전후로 건립되어 개원한지 약 30~40년 정도 된 곳들이 많다. 개원 이후로 밀려드는 환자를 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병원 규모를 확장 해왔고,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 하면서 버텨 왔지만... 최근에 발생한 코로나상황, 의료진 부족등의 경영이슈, 병원산업 트렌드 변화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더이상 기존 인프라에서는 아무리 리모델링을 해도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는것을 절감하면서(기존 시설을 유지하면서 업그레이드 하려면 병원 운영/수익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존 인프라를 위해 고려해야하는 사항이 많아서 소요비용 측면에서 차라리 새로 만드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드는 상황 발생)..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병원들이 신축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것이다. 그런데 우연히도 병원들의 개원 시기가 비슷해서인지.. 병원 신축 시기도 비슷해져서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경쟁적으로 병원신축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30년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대기업 본사 사옥들은 여전히 건재한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안그래도 부족한 재정일텐데...병원에게 굳이 왜 새 건물이 필요할까? 병원들이 '병원신축'을 통해 얻고자 하는것은 무엇일까?
그 이유에대해 크게 3가지로 요약해서 설명 해보려 한다.
1.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2.의료대응체계 확보
3. 차세대 의료환경 구축
1.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병원신축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아마도 시장 확대일 것이다. 최근 완공되었거나 준공예정인 대형병원들의 지역을 보면 마곡(이대병원), 청라(아산병원), 송도(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같은 대규모 재개발 또는 신도시이다. 서울에서는 환자 수는 많지만 병원을 지을만한 장소가 없기때문에, 풍부한 인프라와 인구가 확보되는 신도시와 재개발 지역에 브랜치 병원을 세워서 환자를 분산시키고 해당지역 환자를 흡수 할수 있기 때문에 주로 대규모 신도시, 재개발 지역에 병원을 신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재개발, 신도시에는 한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경제자유구역, 에너지산업단지, 스마트시티, 의료특구처럼 모두 특정 목적/컨셉을 가지고 정부에서 도시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중에서 우리는 의료특구, 의료허브, 첨단의료복합단지, 의료관광특구 같은... 의료산업을 기반으로한 지역 특성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세종 스마트시티는 핵심 7대 과제에 스마트 헬스케어가 포함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스마트 헬스케어의 시나리오는... 응급현장에서 병원으로 이동하는동안 응급구조사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병원과 상황정보를 공유하여 응급처치를 하고, 평소 만성질환자의 건강정보를 시민건강 관리센터에 전송해서 실시간 분석하고 건강관리를 피드백하는 솔루션을 말한다. 현재 이 솔루션은 2020년에 신축한 세종충남대병원이 헬스커넥트와 함께 개발중인데... 이것이 의미하는바가 뭘까?... 이는 더이상 병원이 아플때만 찾아오는 곳이 아니라, 평소 개인건강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구독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즉, 스마트시티에 병원을 신축을 함으로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축 조감도 (이미지 :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번에는... 기존 병원을 허물고 신축하는 경우를 보자.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강남세브란스병원일것 같다. 이 병원은 강남 도곡동에 위치해 있으며, 기존 진료시설을 유지하면서 단계별로 공사해서 2029년 융복합 병원 개원을 목표로 한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여기에서 융복합 병원이란 무엇을 말하는걸까? 최근 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등의 대형병원들이 서울대학교, 포스텍, 카이스트같은 공대와 함께 협업을 통해 의료기기, AI 알고리즘등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이렇게 개발된 솔루션들은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 창업으로 이어지거나 대기업을 통해 상품화로 연계하는형태로 사업화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병원이 중심이 되어 산,학,연,병이 함께 헬스케어 상품을 연구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융복합병원을 최근 많은 병원들이 지향하고 있다. 또한 이런 병원들은 정부에서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되어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게 된다. 이런 협업구조는 기존 병원 시설에서는 만들어지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병원 신축을 통해 산,학,연,병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성장 동력을 만들고자 하는것이다.
2. 의료 대응 체계 확보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병원 의료체계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입원환자 면회는 불가능해졌고, 어떤 병원은 병원내 입장 인원은 거리 유지를 위해 미리 예약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입구에서 발열체크 및 예방접종을 확인해야 들어갈 수 있고, 입원전 코로나검사를 해야 하는등...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또한 전에는 아주 드문 케이스 때문에 필요했던 음압병상 수를 늘려야 하며, 감염방지를 위해 손이 닿는 곳을 줄이고 더 많이 소독해야하며, 입원환자 간호인도 감염관리를 훨씬 엄격하게 통제해야한다. 이 모든 요구사항들이 결국엔 인력이 투입되어 하나하나 챙겨야 하는 업무들이며.. 결국 인건비, 업무효율, 환자경험, 직원 피로도와 직결되는 사항들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어떻게든 이 사태를 막기위해 많은 의료진들의 희생으로 버텨왔지만 이런 상황을 더이상은 인력과 임시방편으로 막아내기는 어려운 상태이다. 그래서 신축 병원에서는 이런 업무를 대부분 자동화하고, 효율화 하며, 정부 가이드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예를들어 모바일로 환자 ID카드를 제공하고, 모바일 위치를 감지해서 환자/보호자 동선을 추적하고, 음압병실과 중환자 배정을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통해 자동화하는것 처럼 말이다. 즉, 장기적인 의료대응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갖추는 기회로 병원신축을 활용한다고 할 수 있다.
3. 차세대 의료환경 구축
최첨단 시설의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조감도 (이미지 출처 : 용인시)
AI진료, 예방의료, 정밀의료,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eICU(원격 중환자실)등등,... 최근 의료계에서는 고도화된 4차산업 기술 덕분에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많은 혁신적인 개념의 의료기술과 인프라를 통해 급상승하는 의료질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신개념의 진료법과 의술들이...기존의 의료서비스 Value Chain과 인프라에서는 동작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바꿔 말하면 4차산업 기술들을 적극활용하여 의료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인프라와 Value Chain이 수반 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병원신축'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들어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이번에 구축한 원격 중환자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번에 구축함으로써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자동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환자의 건강회복 트렌드를 예측하고, 앞으로 건강이 악화될 여지가 있다면 이를 미리 알고 대처함으로서 환자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영상의학 AI를 활용해서 폐암,유방암 진단을 단 몇초만에 97~99%의 정확도로 진단 할 수 있게 있게 되었다.
병원은 인건비에 꽤 민감한 편이다. 2019년 기준, 사립대병원 운영비 기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3%나 되는데... 이는 일반 서비스업의 인건비 비중이 14%임을 감안할때 꽤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중소병원은 50%, 대학병원은 45%를 전후로 해야 안정적인 경영의 마지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인건비 감소가 곧 병원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의료진을 줄일수는 없다. 않그래도 현재 부족한 의료진을 줄일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인건비 감소는.. 인력 감소가 아니라, 지금의 환자 수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현재 의료진들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업무량을 감소시키고, 의료역량을 높이는 방향성을 말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로봇, AI, 자동화 솔루션등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들어...환자기록입력, 수술환자교육, 입원환자교육, 입원환자 병상배정, 수술스케쥴링 같은.. 사람이 하기에는 에러도 많이 발생하고, 효율도 낮은 단순 반복업무는 AI 자동화 솔루션으로 처리하고 사람은 남는 시간에 환자 대면업무에 투입하는 형태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솔루션들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하나있다. 기존 인프라 위에 이런 첨단 솔루션들을 Integration하려면 비용이 훨씬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들어...해당 솔루션을 설치하려면 통신망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거나... 기존의 의료기기들과 호환이 안된다거나... 로봇을 설치할때 로봇이 다니는 길과 전용 엘리베이터를 만들기위해 기존 복도와 엘리베이터를 수정해야한다거나... 솔루션보다 부가적인 인프라 변경으로인해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참 난감해진다... 도입하고 싶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 이런 경우에 '병원신축'은 하나의 해결안이 될 수 있다. 병원을 새로지을때 인프라 설계에 이런 내용들을 미리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솔루션 도입 비용을 낮추고 최적화된 환경에서 해당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이제 '병원신축'의 명분은 이미 충분히 마련되었고, 병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통해 차세대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잘 생각해보면... 여기에 한가지 빠져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환자중심병원'이다. 안타깝게도 발표되는 병원들의 병원신축 계획을 살펴보면... 이 부분은 다른항목 대비 강조되지 않는.. 마치 하나의 옵션처럼 다루는 분위기다.
국내 병원의 의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공개한 '2021 세계 병원 순위'에 의하면, 서울아산병원이 암진료 분야에서 5위를 차지했다. 메이요클리닉이 4위인것을 보면 그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메이요클리닉이 세계에서 존경받는 병원이 된것은 의술만으로 달성한 결과가 아니다. 그에 맞는 브랜드와 서비스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이 앞으로 세계화를 지향하려면 이제는...의술 뿐 아니라 서비스경쟁력 또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할 때인 것이다.
대형병원들간 병원신축이 한창인 이때에 한번즈음... 멈춰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과연 신축되는 병원들의 공간, 동선, 레이아웃, 인프라, 프로세스, 서비스가... 최근 국내병원에서 논의되고 확대되고 있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다학제 진료, 원격 진료, 전인적 통합진료등을 고려해서 최적화 되어있을까?... 환자들이 점점 더 개인화 되고, 보다 편리한 환경에서 건강을 관리하고 치료받고, 환자의 이동을 최소화 하고, 환자가 의료진에게 묻지 않아도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안심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채널이 마치 하나처럼 Mix되어있으며, 이것이 하나의 서비스경험으로 물흐르듯 끊임없이 흐르도록 병원 서비스가 디자인이 되어 있을까?...
만약 멋지게 지어진 신축병원에서 아무리 첨단장비와 IT 인프라가 있고 로보트가 돌아다닌다고 해도... 치료받는 환자가 이전과 똑같이 기다리고, 똑같이 의료사고가 나고, 똑같이 불편하다면?... 여전히 의사가 언제 회진을 도는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병원, 수술환자가 의사의 허락을 받아야 퇴원할 수 있어서 의사가 외래가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병원, 똑같은 약을 받기 위해 제주도에서 서울로 와야하는... 이런 병원이라면 과연 Next 병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병원신축'이라는 이런 기회는... 흔하게 오지 않는다. 이렇게 수십년만에 찾아오는 '병원신축'이라는 큰 모멘텀을 '환자중심병원'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한다. 이런 기회를 놓치고 나중으로 미루면 미룰수록... 효과는 낮아지고...(수정을 위해 공사하려면)비용은 몇배로 증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