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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 Mar 28. 2024

병원에서 '길찾기'가 어려운 UX적 이유 3가지

UX와 관련된 병원의 고질적인 문제



이미지출처 : https://redyref.com/hospital-wayfinding/


국내 Big5 병원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보통 두가지에 놀랜다. 하나는 어마어마한 병원의 규모를 보고 놀래고, 그다음... 우리나라에 아픈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놀라게 된다. 하지만 그 놀램도 잠시...그 이후에 찾아오는 감정은 뭘까?... 아마도 보통은 '막막함'일것이다. 도대체 이 큰 건물에서 내가 찾는 진료과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진료를 받으려면 어디로 가서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정신이 멍해진다. 참 이상하다... 병원보다 훨씬 큰 전시회, 호텔, 놀이공원, 심지어 공항에서도 사람들은 원하는곳에 길을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간다. 하지만 병원에만 오면 사람들이 갈곳을 잃고 헤맨다... 분명히 문제이기는 한데...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오늘은 그 실마리를 UX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사용할때 특정 기능을 찾기위해 버튼을 눌러 눌러 눌러 눌러...들어가다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헛... 여기가 아닌가봐... 여긴 어디지? 어떻게 나가지? 다른 메뉴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지? 처음부터 시작하려면 뭘 눌러야 하지?...' 이 상황에서 만약... Back버튼이 없다면? Home버튼이 없다면? 화면 상단에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제목이 없다면? 현재 화면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글자 외에는 아무런 정보나 버튼이 없다면?...아마도 사용자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리고, 앱 이용을 포기할 것이다. 이런 경우를 UX에서는 '사용자가 길을 잃었다!'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위에서 얘기한 그...'만약'이라는 상황이... 병원에서는 현실이 된다는데 있다.



✅병원에서의 '길 찾기'


상상을 해보자. 50세 환자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방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3차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엄청난 규모의 병원에서 정문 찾는것부터 어렴다. 병원 정문을 물어물어 찾아서 들어와서 두리번거려도 건물 구조상 시야가 가려져서 백화점이나 호텔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한눈에 병원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예상하는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병원 지도를 얻기위해 info desk를 찾아간다. 내가 가야할 진료과를 지도에서 열심히 (오랫동안) 찾는다. 드디어 찾았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지 두리번 거리는데... 여기는(현재위치) 어디이며 목적지의 방향은 어디인지 도무지 찾을수가 없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야 목적지 방향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주변은 온통 비슷하게 생긴 건물뿐이어서 여기가 어디인지 알수가 없다(전화해서 지인에게 여기로와! 라고 할때 여기를 설명할수가 없다). 현재 위치를 찾아보려고 주변에 있는 사이니지를 찾아도 현재 위치는 없고 진료과를 안내하는 사이니지만 여기저기 붙어있으며, 사이니지의 글씨가 너무 작고 빼곡해서 (가독성이 낮아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길 찾기를 포기하고 주변에 있는 직원을 붙을고 목적지를 물어본다. 이렇게 간신히 진료과에 도착한다. (이미 몸이.. 반은 지쳐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진료과 입구에서도 마치 병원에 들어왔을때 느꼈던 광경이 똑같이 펼쳐진다. 오라고 해서 일단 진료과를 왔는데 어디로 가서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직원 안내대로 접수하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려고 복도를 들어갔는데, 진료실이 족히 20개는 되 보이는데, 또 주변에 복도가 또 있다. 돌고 돌아도 내가 찾는 진료실 번호가 안보인다. 결국 또 직원에게 물어봐서 진료실을 찾아간다.




또...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진료를 보니 의사 선생님이 X-ray를 찍고 오라고 한다. 그래서 진료과를 나와서 X-ray실을 또....... 찾아 나선다....이건뭐... 미로 찾기도 아니고 돌고 또 돌고...병원 전체를 스캔하면서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이런 지겨운 경험을 계속 하루종일 반복한다... 안그래도 힘든 50세 환자에게...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ㅠ









기준점이 되는 아이폰의 Home버튼 (이미지 출처 : https://blog.easyacc.com/2020/11/25/does-the-iphone-12-series-have-a-home-button/)




✅ UX가 말하는 옳바른 '길찾기' 사용성

UX 구조를 디자인 할때 유저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필수적으로 제공하는 3가지 정보가 있다.

바로 '기준점(Home) / 현재 위치 / 전체구조'이다. 이제부터 이 세가지 관점에서 병원 길찾기를 설명하고자 한다.




1.기준점 정보


기준점은 마치 'Home버튼'처럼 나의 여행이 시작되는 지점... 즉, 여행 시작의 기준이 되는 지점을 말한다. 이 기준점은 무슨 역할을 할까?... 기준이 있으면 여행중 두려울 것이 없어진다. 마치 해외여행을 하다가 친구와 헤어지면서 '길을 잃으면 있다가 저기 보이는 시계탑에서 만나!'라고 얘기하고 헤어지면... 어딜 돌아다녀도 눈앞에 보이는 시계탑이 기준점이 되어 자유롭게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한다. 즉, 길을 잃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Home버튼의 역할을 하게 되는것이다. 불안해 하지 않고 Home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2.현재위치 정보


현재 위치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내가 여행을 시작한 이후 목적지에 얼마나 많이 왔는지에 대한 '진척 상황'을 알 수 있고,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목적지까지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며, 목적지에 가려면 앞으로 얼마나 남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UX 디자인을 할때는 현재 위치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페이지의 최 상단(Header)에 제공한다 (현재 있는 페이지의 컨텐츠 정보를 통해 현재 위치를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경우는 생략하기도 한다.)




3.전체구조 정보


앱을 켰을때 나오는 첫 화면은 유저에게 첫인상과 사용성을 좌지우지 하는 가장 중요한 페이지이다. 때문에 첫 페이지는(Landing Page라고도 부른다) 그 앱이 뭘 하는 앱인지,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고 예측 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야 한다. 한눈에 파악하려면 유저가 한번에 소화 할 수 있는 정보량을 단순한 구조로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유저를 생각하게 만들고 머뭇거리게 만들면 거기서 벌써 game over... 그래서 Landing page는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매우 단순 명료하게 디자인 되어야 한다.









인천공항 라운지의 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사이니지(이미지 출처 : https://www.stylermag.co.kr/wp-content/uploads/2018/01/1-17.jpg)




'병원 길찾기' ReDesign How?

자.. 이제는 위 3가지 관점에서 병원의 길찾기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1. 병원에서 기준점을 어떻게 만들까?


아웃렛에는 'CGV영화관', 놀이공원 에는 '회전목마'처럼... 누가 봐도 잊을 수 없는 형태, 위치, 크기의 기준이 되는곳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길을 잃어도 CGV영화관을 중심으로 오른쪽, 회전목마를 끼고 왼쪽에 있는 ㅇㅇ 이라고 지도를 보며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는 ... 없다... 아무것도...그냥 정체를 알 수 없는 진료실, 사무실 같은 곳들이 쭈~~~~욱 나열되어있을 뿐이다. 그나마 기준점으로 말 할 수 있는건 1층로비 인데...이마저도 로비가 좌우로 쭈욱~~~펼쳐진 광활한 곳이라면 로비 마저도 기준점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환자들은 길을 잃어도... A지점으로 돌아와서 다시 길을 찾는것이 아니라... 광활한 1개층 전체에서 목적지를 찾아 헤맬수 밖에 없는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에서 보더라도 눈에 띄는곳에, 눈에띄는 형상의 기준점이 하나 필요하다. 마치 삼성동 코엑스몰 지하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 처럼 말이다. 많이도 필요 없다. 큰것 한두개만 있으면 된다. 그럼 그걸 기준으로 목적지가 어디 있는지를 예상하고 찾아가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2. 병원내에서 현재 내 위치를 어떻게 바로 인지 할 수 있을까?


백화점에서 만약 친구와 같이 쇼핑을 한다면 '나 지금 명품관에서 루이비통 앞에 있으니 그 앞으로와~'라고 하면 친구를 바~로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위치를 나타내는 정보가 두가지가 있다. '명품관'이라는 공간의 그룹, 그리고 정말 특색있는 쇼윈도의 '루이비통'스토어이다. 병원도 이게 가능할까?... 쉽지 않다. 일단은.. 병원은 진료공간, 검사공간, 수납공간... 이런식으로 그룹핑 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들어 정형외과만 해도 환자 동선을 고려해서 X-ray실, 외래진료실이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단순화된 그룹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위치 정보는 가능하다. 백화점처럼 쇼윈도를 만들수는 없지만, 현재의 똑같이 생겨서 (간판 이외에는) 진료과를 도저히 구분 할 수 없는 현재의 진료과 입구 디자인을.. 각 진료과의 특성에 맞게 입구를 디자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치과는 치아 모양, 심장내과는 심장 모양의 심볼을 활용해서 입구에 배치한다면... 환자는 굳이 사이니지 글씨를 읽지 않더라도 쓱 봐도 바로 아~ 여기가 '치과구나'를 알 수 있을것이다.




3. 병원 구조를 어떻게 직관적으로 인지 할 수 있을까?


공항에서(그 넓은 공간에서)... 어떻게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로 직행 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사이니지라고 생각한다. 공항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앱에서 앱의 역할과 구조를 한눈에 확인하듯) 가장먼저 눈에 띄는것이 바로 '사이니지'인데, 사람 키의 3~4배나 되는 사이니지가 높게 붙어있으며, 사이니지의 순서가 J10,J11,J12...처럼 진행방향이 증가/감소하는 방향이어서 앞으로 내 목적지의 위치를 가려면 어느방향으로 가야할지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병원은 공항처럼 전고가 높지 않아서 그렇게 높게 사이니지를 붙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사이니지를 증가/감소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도록은 할 수 있다. 단순히 진료과 이름만 사이니지에 붙어있는것이 아니라, 진료과 앞에 위치를 알 수 있도록 '번지 수'를 붙이면, 전체 진료과의 개수와 그중 목적지의 상대적인 위치를 가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2A3-내분비내과'라고 한다면 아.. '내분비내과가 2층A구역3번째 위치에 있구나'를 예상 할 수 있을것이다. 본인도 이 과제를 진행하려다가 예산문제로 무산된적이 있었다. 실질적인 실행방법 측면에서 얘기해보자면... 전체 사이니지를 뜯어고치지 말고, 기존 사이니지 위에 번지수를 덧붙이는 것으로도 길찾기 사용성이 훨씬 좋아질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UX design영역 (이미지 출처:https://www.pinterest.com/pin/219409813082994097/)


UX에서 말하는 사용성의 기본 원리는 App이든 물리적 공간이든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람의 인지적 특성을 배려해서 디자인하는 기본 속성을 추구하는것이기 때문이다. UX는 기본적으로 User를 배려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분좋게 사용하고 좋아하도록 만드는... 사람을 배려하는 영역이다. 병원에서 사람이 배려되지 못했을때 사람은 실수하게되고, 필요없이 힘들어지고, 기분이 상하게되고, 심각한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지 오류로 이어져서 투약오류 같은...환자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앞으로도 자주 얘기하겠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직원이라는 사용자, 환자라는 사용자 모두가 배려받는 환경을 위해 UX는 특히 병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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