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다.
1초 만에 2019년에서 2020년이 되다니!
이 사이버틱한 숫자가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왠지 아주 희망적인 느낌도 든다.
"2019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무엇이었나요?"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뭔가 마음이 쿵하는 질문. 처음으로 한 해의 시간들이 연속적으로 눈앞에 지나갔다. 생각보다 큰일이 없었다 싶으면서도, 그 안에 행복했던 시간들이 알알이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게 보인다. 잔잔한 행복! 이제는 가슴이 크게 두근거리는 것보다, 흘러가듯 나의 시간들을 따라가 보는 즐거움을 알 것 같다.
그럼에도, 가장 떠오르는 한 가지는 봄과 여름의 아주 오랜 여행. 중국 윈난과 인도 히말라야의 스피티. 오랫동안 그린 그곳은 예상했듯 내게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가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따스한 사람들과 친구들, 하늘을 품은 풍경들. 여전히 그때의 마음이 어제인 것처럼 또렷하다. 그중 가장 반가웠던 건 어이없게도 바로 나 자신. 오랜만의 장기 여행을 나선 내 눈빛은 다시 반짝였고, 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여행의 시간들을 채워갔다. 여행자로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확인했던 시간. 이렇게 나를 알아 가는 시간은 다음을 꾸려갈 방향을 알려 준다. 올해를 시작하기 전에, 2019년의 여행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몇 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큰 일들도, 심심한 일상도 저마다의 즐거움과 행복을 그 안에 품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나아가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3월. 중국 윈난
8년 전, 나의 세계 여행의 시작점, 중국 윈난으로 돌아갔다. 따스한 햇살, 상큼한 공기, 최고의 음식들, 내가 좋아하는 소소하고 따스하게 정스러운 마을들, 그걸 만들어 내는 좋은 현지 친구들과 여행자 친구들까지! 살아 보고 싶은 마을도 만난 여행. 내겐 너무 완벽히 아름다웠던 여행.
4월 국내 벌교
벌교 친구의 집. 한옥 고택에서 잠깐이지만 고즈넉한 여유를 가졌던 따스한 시간.
5월. 늘 아름다운 나의 마을 양평
매일 봐도 다른 풍경으로 마음에 닿는 곳. 집에 있을 때 최대한 이 풍경을 눈에 마음에 담으려고 한다. 여름이 오고 있는 양평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국내 부산
일주일 동안 부산에. 내게 부산은 바다, 그리고 음식.
남쪽은 다 내 고향. 햇살이 익숙한 느낌으로 바뀌는 것을 감지해낼 수 있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
국내 지리산 2번.
2018년 10월, 남인도 여행에서 만나서 친해진 1인 요가여행 기획자이자 1인 여행사 대표 망고님의 국내 요가 여행의 시작을 도와서 함께 재미나게 보낸 시간. 내가 평소 가장 아끼고 아끼는 곳을 국내 요가 여행지로 추천드렸다. 그렇게 지리산 악양으로 한 번의 답사를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곳들을 함께 보고 , 요가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찾으며 재미나게 바쁘게 보냈던 시간. 이태원 바람까마귀 요가 스튜디오의 윈드 선생님과 함께 한 2박 3일의 요가 여행. 최고 최고!!! 모두가 너무나 행복하게 보냈던 시간.
6월. 인도 히말라야 스피티 지역
그동안 가장 가고 싶었던 곳으로 드디어 여행을 떠났다. 내겐 하고 싶었던 것을 실제로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던 시간. 아름다운 풍경과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로 내게 최고의 여행지로 등극. 조만간 이 곳의 이야기를 풀어내야지.
7월. 인도 리시께시
여행에도 인연과 흐름이 있나 보다. 히말라야 이후 실크로드나 동유럽 쪽으로 가려던 나의 여행은 리시께시에서 요가를 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한 달 여 동안 너무나 좋은 선생님과 함께 비수기의 특수를 누리며, 거의 개인 교습과 같은 소중한 수련 시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요가를 하고, 오후에도 3시부터 요가를 하며 느릿느릿하지만 더없이 열심히 보내기도 했던 시간.
8월. 태국 치앙마이
어쩌다 보니 또 치앙마이로, 요가만을 위해 머물렀던 시간. 4년 만에 다시 한 달여간 머물게 된 치앙마이. 내겐 커피가 전부인 도시. 망고님께 추천받은 가장 아름다운 요가 스튜디오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련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곳. 떠날 때엔 요가를 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이 편안한 여유와 치앙마이의 심심함까지 사랑스러워져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해져 당황스럽기도.
9월. 나의 집 양평
10월. 인도 성지순례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인도에서 열흘만에 입출국 도장을 찍어 버린 가장 예외적인 여행. 하지만 내겐 가장 큰 의미를 지녔던 더없이 소중했던 시간. 모든 것이 그저 감사했던 순간들.
12월. 국내 순천, 지리산
인도 히말라야에서 만난 친구의 마을로. 악양은 어쩌면 생각보다 나와 깊은 인연이 있는 마을인가 보다. 이번에도 악양으로 향했다. 갈 때마다 이 곳 현지분들과 친구가 되어 더 깊숙이 있다가 오는 느낌이다.
여행과 관련된 재미난 일
- 팟캐스트 시작
친구와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여행의 감상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컨셉으로.
나의 인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되어, 조금씩 에피소드를 쌓으려고 노력 중.
2020년에는 더 열심히 해볼 계획!
http://www.podbbang.com/ch/1772511
그밖에 2019년, 소소하게 재미났던 일들
1. 독서
한 해에 120권 정도 읽은 듯하다.
마지막 3개월 동안 80권은 읽은 듯.
편중되지 않게 더 다양한 장르를 읽는 올해가 되도록.
2. 독립출판 시작
소소하지만 부담 없이, 일단 시작해보는 걸로!
지금 진행 중!
2020년에 하고 싶은 일들
1. 책 출판
2. 여행, 인문(역사, 예술, 음식 등을 엮어서) 이야기 풀어놓기
3. 나의 여행 프로그램 만들어 운영해보기
외국인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 or 해외 인솔 프로그램
4. 여행
여행은 계속
지금은 동유럽, 뉴욕 & 포틀랜드, 멜번 이 세 지역을 가장 가고 싶다.
5. 아트페어 참석
올해에는 기간이 맞다면, 해외 아트페어를 둘러보고 싶다는 바람.
그밖에 언제든!
1.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꼭 그렇지 않더라도 나만의 상품 제작하기
2. 내가 사랑하는 곳에 나의 집 & 숙소 갖기
쉬엄쉬엄 오랜만에 나가는 여행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던 해. 그러면서도 재미나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여행에 관한 재미난 일들을 조금씩 벌였던 해.
‘쉬엄쉬엄 즐겁게 작은 것에도 행복하게’가 모토여서 그랬는지 전반적으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하지만 2020에는 조금 더 실행하고, 하고픈 것들을 조금 더 크게 잡고 나아가 보고 싶다. 글도 좀 더 많이 쓰고 싶고.
하지만 시작은 나의 작은 습관들을 바꾸는 것부터 하려고 한다.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모두에게 좋은 일들 2020개쯤 가뿐히 일어 나는, 그런 행복한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