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k Oct 03. 2021

아주 짧은 리뷰 - 밀도는 낮고 감정은 풍부하다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자가 증식하는 '더스트'가 지구를 거의 멸망시키는 데 이르렀지만 인류의 노력으로 재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건 과정에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다. 한 식물이, 그리고 그 식물을 탄생시킨 이야기가.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은 그 비밀을 세상에 드러내는 한 과학자의 노력을 쫓는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궁금증이 들게 한다. 온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희수는 누구인가? 더스트의 기원은 무엇인가? 등등.


그런데 가장 큰 미스테리 하나가 있는데, 그건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이야기 안에서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작가가 풀어주질 않는다. 사실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가 바로 이 미스테리를 푸는 데 있다. 그럼에도 그 답을 주지 않는다. 맥거핀일까, 아니면 후속작을 위한 '떡밥'일까?


맥거핀에 불과했대도 작품 감상에 크게 지장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몰입을 돕는 측면이 있다. 다만 가장 큰 미스테리에 비해 다른 소소한 비밀과 반전들이 너무 '순한 맛'이다. 이 소설의 호불호가 여기서 갈릴 듯하다. 작품의 스케일에 비해 음모도 없고 모략도 없다. 밀도는 낮지만 감정은 풍부하다. 어떤 독자들은 풍부한 감정의 기반이 약하다고 느낄 것이고 반면 다른이들은 오롯이 감정에 집중하며 쉬이 공감할 수도 있을 테다. 


혹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소설 <채식주의자>에 나오는 현실의 뒤틀린 인간들이 '더스트'이고 끝내 식물이 되어버린 영혜가 '모스바나'였던 것은 아닐지. 김초엽이 그런 의미로 썼을 리 없겠지만, 책임지지 않는 독자의 상상은 자유롭다.

작가의 이전글 무조건 글쓰기 #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