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어제 분명 싱가포르에 있었지만,
오늘 나는 서울 서쪽의 한 사무실 안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남들 다 쉬는 일요일 낮에 말이다.
그의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항상 자발적으로 야근하고,
주말도 평일처럼 일했다.
현실은 그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지만,
페이스북에서는 검증할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든 포장이 가능했다.
내가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회사나 직원 자랑을 하는 대표들의 글을
믿지 않게 된 이유가 바로 그 덕분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스타트업 대표들에 대한 환상을 말끔히 치료해 줬다.
“상하이에 있는 여러 벤처기업들과 대표들,
싱가포르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벤처기업들과 대표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팀원들을 보고 온 우리 직원들은
어제 여행을 다녀왔고, 오늘이 일요일임에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출근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회사처럼 일하는 직원들에게
나는 대표로서 어떻게 더 잘해줄지만 고민하면 된다.
5월에는 상하이, 싱가포르.
6월에는 도쿄.
7월에는 뉴욕을 가기로 했다.
그들이 더 큰 세상을 보고 자신들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나는 앞으로도 아낌없이 지원을 해줄 작정이다.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회사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그는 이렇게 글을 쓰고서는 회사 메신저에 말한다.
“나 금방 글 하나 썼는데, 오탈자 있는지 봐줘라.
그리고 각자 좋아요 누르고 댓글 하나씩 달아라.”
“네, 알겠습니다.” X 9
페이스북 본 나는 놀랐다.
‘응?
갑자기 도쿄는 뭐고? 뉴욕은 뭐지?
정말 가는 것인가?’
아직 도쿄도 뉴욕도 한번 못 가본 나로서는 마다 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코리아타운에는 안 가기를 바랐다.
오후 4시쯤 그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야, 왜 이렇게 피곤하냐.
다들 별일 없지?
내 글 어땠냐?”
“너무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X 9
“참 그리고 6월에는 도쿄 가고 7월에는 뉴욕 갈 거다.
PM들은 가능한 일정 확인하고 정리해서 화요일까지 보고해라.”
“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간 김에 콘텐츠용 사진도 많이 찍어올게요.”
라고 iOS 개발팀장이 말했다.
‘아오, 저 ㅅㄲ는 또 먼저 가서 알랑방귀 뀌네…
얄미워주겠다 정말.’
라며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오늘은 명동 할머니 국수에서 먹을 거다.
다들 메뉴 정리해서 PM한테 말해라.
나는 두부국수로 해주렴.”
“네, 제가 메뉴 취합할게요.”
라고 말하며 내가 정리를 했다.
저녁 메뉴의 선택권이 우리에겐 거의 없었다.
우리는 매일 새벽 1~4시 사이에 퇴근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저녁을 사줬지만,
그도 밤 10~11시 사이에 퇴근했기 때문에 거의 매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나는 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닭갈비덮밥을 선호했다.
“전화 주문한 거 찾으러 다녀오겠습니다.”
“배고프다, 얼른 다녀와라.”
“네, 알겠습니다.”
후다닥 뛰어가서 음식을 수령했다.
혹시 몰라서 음식은 다 제대로 있는지,
젓가락과 국물, 밑반찬은 넉넉하게 있는지 확인했다.
지난번 탐앤탐스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음식 제대로 나온 거 확인했고,
젓가락, 국물, 밑반찬도 넉넉하게 있는 거 확인했습니다.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그래, 어서 오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갑자기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