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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Sep 05. 2024

불편했던 수영 코칭.

[젤리의 제국]

그는 여자 직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영을 가르쳐주겠다고 자처했다.


그녀들은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했지만,


내 눈에는 괜찮다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괜히 괜찮다고 말했다가 그가 갑자기 돌변해서,


“야! 내가 니들한테 시간을 내서 수영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그걸 거절하고 그러면 내가 얼마나 무안하고 그러냐!”


라고 말하면서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우리를 붙잡아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보기가 불편했다.


배영을 가르쳐 주겠다며 등을 받쳐주는 모습이라니…


‘지금 뭐 하는 거지?


이게 지금 맞는 상황인가?


내가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것인가?’ 


그곳에 있던 6명의 남자 직원들은 비겁했다.


잘못된 것임을 알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말할 용기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그녀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녀들은 그 힘든 순간을, 그 지옥 같은 순간을 웃으면서 견뎌냈다.



‘얼마나 힘들고 끔찍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제일 못나고 비겁한 순간 중 하나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 불편했던 시간이 끝나고 저녁이 되었다.



우리는 싱가포르에 있는 그의 지인들을 만났다.


싱가포르 사람이었다.


그와 그 지인들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지인들이 한국에 와서 만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건너들 었다.



그들도 자신들만의 사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를 그들이 있는 창업 인큐베이팅 시설로 초대했고,


그곳에 있는 한국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그는 베푸는 것을 좋아했다.


정확히는 회사돈으로 베풀면서 자신이 성공한 사업가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 했다.


싱가포르 지인 3명, 한국인 2명과 함께 싱가포르 번화가로 이동했다.


한국인 중 한 분은 남자분인데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공유 킥보드 업체의 CEO가 되었다.



그는 그 한국인들에게 자신의 사업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신이 났다.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극복을 했는지,


사업을 잘하고 싶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아니 엄청 많이 이야기했다.



저들도 나름 생각이 있을 텐데, 


그리고 그렇게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말릴 수는 없었다.


뒤에 벌어질 이야기가 너무 눈에 선하니까.



싱가포르에서는 정말 휴양지처럼 보냈다.


유명한 몇몇 곳을 둘러봤고,


매일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고,


보드게임도 하고 마피아게임도 하면서 보냈다.


하루하루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어느새 우리는 한국에 돌아오는 날이 되었다.


싱가포르 친구들이 공항에 배웅을 나와주었다.


그들과 공항에서 한 끼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겨울에 꼭 한국에 오라며, 함께 스키 타러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의 10박 11일의 상하이, 싱가포르 해외 워크숍은 끝이 났다.


창이 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려는 순간,


나는 너무 아쉬워서 그 풍경을 눈에 담으려고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잠이 들었다.



꿈만 같았던 해외 워크숍을 마치고,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다.



“다들 고생 많았다.


분실한 것은 없지?”


“네, 없어요.” X 9


“그래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은 12시까지 출근하도록 해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내일은 일요일이었다. 

이제 나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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