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비행기가 착륙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멈추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어나서 가방을 꺼냈다.
아시아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구나 싶었다.
스튜어디스와 인사를 나누며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여기 공기는 다르구나.’
그랬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공기와 달랐다.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듯했다.
다행히 바로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갔기에 괜찮아졌지만,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야! 다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잘 따라와라.”
“넵! 알겠습니다.” X 9
출입국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빠져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창이 공항과 연결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작년에 묵었던 숙소여서 다들 위치를 알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운 애들은 잘 들어.
싱가포르 지하철에서는 음식도 음료도 먹을 수 없으니까 조심해라.
벌금이 엄청나니까.”
별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몰랐지만,
싱가포르가 그런 쪽으로 아주 엄격하다는 것은 알았기에 조심하기로 했다.
지하철은 정말 깔끔했다.
다만 우리와 달리 실내가 아니고 실외였기에 너무 더웠다.
어떤 운동도 하지 않았지만 운동을 한 것 같았다.
우리의 숙소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꽤 가야 했지만,
새로운 곳에 왔다는 설렘 때문에 금방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거리가 있었지만,
다행히 택시를 타고 갔다.
만약 걸어가거나 버스를 탔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숙소는 한인 다음 카페로 예약했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해서 임대하는 한국 분이 있었다.
방은 총 4개였고, 우리 11명이 묵기에는 적당한 곳이었다.
고급 아파트여서 아파트 중앙에 대형 수영장이 있었다.
숙소를 도착해서 짐을 푸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아뿔싸! 이어폰을 비행기에 두고 내렸다.’
이어 팟을 두고 내린 것이다.
에어팟이 아니고 유선 이어폰인 이어 팟.
당시에는 아이폰을 사면 이어폰을 함께 제공했는데,
뭔가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존재였다.
한참을 고민했다.
비행기에 두고 내린 것을 그에게 말하고,
팀원들에게 부탁해서 찾을까 말까를 말이다.
내가 영어를 잘 못했기에 영어를 잘하는 팀원에게 부탁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했다가는 그가 또 호통을 칠 테고,
그러면 분위기가 다시 안 좋아질 텐데…
한참을 고민했지만,
우리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나는 이어 팟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에게 말해버렸다.
“저… 사실은 제가 이어폰을 비행기에 두고 내렸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