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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란수 Nov 05. 2015

여행?희망! _
축! 국정화 신화 교과서 탄생!

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 이른바 "헬조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다시 역사 교과서 이야기로     


여행 관련 연재 글에서 역사 교과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이미 본 연재 글 3번째 이야기로 역사 교과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브런치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내가 본 여행지에서 진정으로 역사에 대해 반성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만큼 멋지게 다가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 다하우 강제수용소에는 독일의 유태인과 외국인 포로 대상 만행이 잘 기술되어 있고, 진정으로 반성을 하는 모습이었다


JTBC 비정상회담의 독일인 출연자 다니엘은 솔직하게 독일의 잘못을 이야기하여 감동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저랬다면 역사를 매도하는 좌빨이라고 불렸을지도?


그런데, 얼마 전 다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고시되었다. 이에, 필진과 편찬 기준 등이 속속 발표가 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상고사와 고대사 부분을 대폭 늘려 집필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고대사는 그 자체로 고증이 치밀하지 않은 역사로써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기사 역시 이미 오마이뉴스 김준수 기자가 지적하기도 하였다. (참조: 국정교과서 상고사 서술이 우려되는 이유)     


대체 왜 역사 교과서의 고대사, 상고사 기술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대표 필진도 고대사와 상고사 전문가가 나서게 된 것인가?          


우리 민족 만만세!?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유추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대사와 상고사 비중은 불거진 근현대사의 독재 논쟁, 일제 강점기의 친일 논쟁을 떠나서, 쉽게 접근 가능하다. 다시 말해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나온 결과물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둘째, 먼 이야기는 우리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멀게만 느껴지게 하는 것은 내  마음속에서, 내 생활 속에서 멀게 된다. 역사라는 것이 그저 유물화되어 배우는 것이지, 역사는 관여하고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도 역사를 만들려 하지 말고 닥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일종의 최면이 아닐까 싶다.      


셋째, 우리 민족에 대한 유구한 위대함과 자존심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일 게다. 원래 우리 민족은 잘 나갔고, 땅도 엄청 컸고, 지혜롭고, 다른 나라에 여러 영향을 준 근본 있는 민족이니, 우리 뛰어나다라는 이야기 정도? 우리 민족 만만세라는 이야기이다. 뭐 조상 잘 났다는데 나쁠 것은 없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적인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어 단군 이야기와 박혁거세의 이야기의 경우, 곰이 사람이 된 이야기나 알에서 태어난 사람 이야기를 역사로 받아들여야 할까? 신화로 받아 들어야 할까?     


에이! 설마? 요즘 돌아가는 거 보면 설마가 정말 사람 잡을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는 신화이다     


어쩌면, 역사라는 것도 사실에 기초하였다고 하지만, 사관이 어떠냐에 따라서 그것은 신화가 될 수도 있다. 아니, 사실 인간의 역사라는 것 자체가 신화일 것이다.      


제1회 CNN 테드 터너 미래문학상 수상작인 ‘고릴라 이스마엘’이라는 소설을 인간의 역사와 신화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고릴라 이스마엘 책 표지


이 소설은 말하는 고릴라가 세상을 구할 열망이 있는 제자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내고, 제자가 그 고릴라를 찾아가서 함께 이야기하는 내용을 그린다. 고릴라 이스마엘은 상당히 위트 있는 비유를 들어가며 인간의 문명에 대해 비판한다. 특히, 제자에게 너희의 창조신화를 이야기해보라고 하자, 제자는 인간에게는 창조신화는 없다며, 대신 어떻게 이 세상이 생겨났는지를 고릴라에게 이야기해준다.     


“우주가 생겨나고, 각종 미생물이 진화하여, 양서류, 파충류가 생겨났고,
다시 포유류가 생겨났고, 마침내 인간이 탄생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고릴라 이스마엘은 그것이 신화라고 이야기를 하고, 제자는 이는 중학교용 과학 교과서에 그대로 싣는다고 해도 교육위원회에서는 뭐라고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이스마엘은 하나의 이야기를 꺼내 든다. 그것은 인류학자라는 한 사람이 5억 년 전으로 돌아가서 만난 일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삭막하기만 한 지역에 인터뷰할 상대를  찾아다니다가, 바닷가 얕은 물에서 생물로 보이는 어떠한 것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뭐 굉장한 것도 아니고 그저 형체도 없이 흐물거리는 것이었다. 그가 물속으로 걸어가 그 생물에게 너네의 창조관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그 생물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소설 속에는 훨씬 더 재미있고 실감 나게 표현을 하지만, 아주 짧게 요약을 한 내용으로 써본다


“우주는 아마 100억 년 내지 150억 년 전쯤에 태어났어. 우리 태양계는 20억 내지 30억 년 전에 생긴 것 같아. 

그러다 약 10억 년 후 생명체가 출현했어. 수백만 세기 동안 세상의 생명체는 오직 화학 수프 위를 무력하게 떠다니는  미생물뿐이었어. 

하지만 조금씩 더 복잡한 형태가 출현했지. 

단세포 생물, 조류(藻類), 기타 등등. 하지만 마침내     


...     



'해파리가 출현했어!”     


우리에게는 역사이고,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것은 신화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역사라는 것 자체도 신화로 보일 수 있다. 하물며, 우리 국사라고 하는 것도 어떠한 관점에 따라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달리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신화를 역사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조선 상고사와 고대사가 기술되면서 가장 큰 위험에 봉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을 통해 만나는 인간의 존재와 역사이야기     


여행을 통해 만나는 역사는 해석이 하나가 아니다. 터키의 아야 소피아 성당을 보면 이스탄불이 콘스탄티노플 때 있었던 가톨릭, 동방정교회, 이슬람과의 역사적 충돌을 마주하게 된다. 그 역사적 충돌을 직접 보며 어떠한 관점에서는 이슬람의 침범 또는 침략으로, 어떠한 관점에서는 동방정교회의 몰락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토론하고 역사를 재해석할 수 있다. 역사는 하나의 관점으로 볼 수도 없으며, 그 곳에서 올바름이란 판단할 수가 없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 이슬람과 동방정교회, 카톨릭의 조화가 아름답다


봉하마을에 갔을 때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관을 보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볼 수 있었고, 그의 업적과 과오를 그 자리에서 바라보며 토론하게 된다. 물론 노무현 재단에서 만들었기에 업적을 이야기하는 것이 위주라 하더라도, 그것을 국정화하여 강요하지 않는다.   

   

봉하마을은 방문하여 고 노 전대통령을 추모할 수도 있지만, 그의 업적 또는 과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여행을 통해 느낀 감사함은 여행지에서는 그 나라의 역사를 바라볼 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교과서에서처럼 역사는 이렇다거나, 이렇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쓰여있지 않은, 유물과 문화로서의 역사를 바라보기에 어쩌면 더 나의 생각이 가미될 수가 있다.      


국정화 역사 교과서는 이미 필진 구성, 그리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발언 등에서 방향은 정해져 있다. 99.9%가 좌편향된 교과서라고 판단했다면, 그들은 0.1%의 우편향된 교과서가 옳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교과서에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신화를 가미하게 될 것이다.      




축하한다. 

국정화 신화 교과서가 탄생하게 될 테니깐.     


앞으로 우리나라의 역사 유적지, 역사 관광지에도 모든 해석을 국정화하여 답사를 간 여행자와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해석만을 강요하길 바란다. 그렇게 똑같은 생각을 갖게 하고, 똑같은 것만 바라보게 된다면? 그렇게 그들이 원하는 사회상을 만든다면?      


아마..


우리 미래는 획일화된 로봇 같은 삶이나 그저 앞만 바라보는 좀비 같은 삶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진정한 헬조선의 귀환이다.        


로봇은 시키는대로만 한다. 획일화되어.. _ 사진출처: 인도영화 로봇 中

  

좀비는 앞만 보고 걸어간다. 생각도 없이.. _ 사진출처: 드라마 워킹데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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