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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란수 Mar 02. 2016

#7. 로마 산 에우스타키오 카페

여행자의 눈으로 본 멋진 관광개발과 콘텐츠 이야기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밝혀둘 것이 있다. 나는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 미각이 그리 발달하지 못하여, 소위 초딩(?) 입맛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커피의 산도니, 바디감이니 하는 부분은 내게는 그리 익숙치 않은 단어이다. 이러할진데, 커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 커피 전문가들에게는 웃음을 유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오늘은 커피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 한다.


비난을 감수하려 하지만.. 너무 심한 비난은 상처받아요 ㅠㅜ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영화에서는 줄리아 로버츠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서 커피숍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줄리아 로버츠의 극중 인물인 "리즈"와 여행에서 많은 것을 도와주고 이야기하는 다른 여성인 "소피"가 만나는 장소가 바로 이 복잡한 커피숍이 되겠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中


바로 요장면!


실제 이 곳은 매우 사람들이 붐비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누가 붙여준 수식어인지 모르겠으나 로마의 3대 커피숍인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는 로마 중심부인 나보나 광장, 그 가장 큰 랜드마크인 판테온 신전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처음에는 대체 어떻게 찾아가야 되나 고민이 되었으나, 우리나라 블로거들의 고마운 도움 덕분에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가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산 에오스타키오 일 카페로 함께 가보자!



직접 만나본 산 에우스타키오


로마에 도착한 것은 토요일이었고, 나보나 광장에 간 것은 일요일이었다. 예전에 판테온 신전은 돔 위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신기했다는 정도의 생각뿐이었는데, 이번에 가 본 판테온 신전은 사뭇 달랐다. 일요일이다보니 미사가 한창이었다. 유적지를 과거로 박제화하지 않고, 현재까지 사용한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미사 중인 판테온 신전


판테온 신전에서 조금 걸었더니, 역시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드디어 도착한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


산 에우스타키오 일 카페 전경


어쩐지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이 사람들이 다 커피를 마시러 온 것일까?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나! 대부분이 커피를 마시려고 기다리거나, 이미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난관이 예상됐다!


기다리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역시! 카페 안에는 사람들로 바글 거렸다. 커피를 주문하였더니 조그만 영수증을 나누어 주었다. 이 영수증을 바리스타에게 주면 커피를 내려준단다. 아!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줄도 없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들어 커피를 달라고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내게는 거의 고난도 수준의 커피 주문이었다.


카페 내부의 모습


대체! 왜 줄을 서지 않는 것이냐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영수증을 내밀었다. 바리스타는 영수증을 보고는 에스프레소 한 잔과 카푸치노 한 잔을 건네주었다. 카페 내부에는 앉을 곳이란 없었다. 아니,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두 잔을 들고 나와 거리로 나왔는데, 여기에도 테이블은 몇 개 없었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커피를 한 입에 털어놓고 잔을 두고 나왔다. 스탠딩 카페가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었다.



커피 맛은 어떻냐고? 음! 단연 최고였다. 믹스커피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커피구나!"


산도니, 바디감이니 이러한 표현으로는 못하겠지만, 정말 부드럽고 진했다.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커피였다. 대체 어떠한 커피 원두를 어떻게 로스팅하는지 알진 못했지만, 이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카페 내부 판매제품들


카페 내부에는 이 카페에서만 판매하는 각종 커피 관련 제품들이 판매한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으로 색감이 통일되어 있는 모카포트, 커피 제품 들도 방문한 김에 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방문 후 느꼈던 점!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서비스라는 것은 고객 중심으로 맞추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듯 하다. 내 돈 주고 내가 먹는데! 라는 인식이 강하다고나 할까? 얼마 전, 심심찮게 이슈가 되었던 조선일보의 오피니언 란에도 이러한 비슷한 글이 실렸다. 매우 사람들한테 비판적이었지만~ 원문은 다음을 클릭하면 된다! - 간장 두 종지


모든 우리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없고 모든 남의 회사 앞에는 맛있는 집이 많다. 태평로를 사이에 둔 동아일보 기자들이 조선일보 앞에 와서 밥을 먹고 조선일보 기자들은 동아일보 쪽에 가서 밥을 먹는다. 기이한 일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회사 근처 중국집에 갔다. 탕수육 하나와 짬뽕 짜장 볶음밥 등을 시켰다. 탕수육이 먼저 나왔는데 간장 종지가 두 개뿐이다. 우리 일행은 네 명인데 간장은 두 개. 종업원을 불러 "간장 두 개 더 주세요" 했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간장은 2인당 하나입니다."

간장은 2인당 하나. 대가리 두 개당 하나. 간장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짬뽕이나 먹고 떨어질 놈아. 그렇게 환청이 증폭되면서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여기가 무슨 배급사회인가. 내가 아우슈비츠에 끌려가다가 "마지막 소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짬뽕 한 그릇과 탕수육 몇 점 먹는 것이오"라고 애걸하고, 검은 제복을 입은 간수가 "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마. 그러나 간장은 2인당 하나"라고 말하는, 뭐 그런 것인가. 내가 짜장면 한 그릇 시키고 "한 그릇 시켰지만 두 그릇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것도 아니고 "군만두 시켰으나 탕수육을 서비스로 줄 수 있나요"라고 물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간장은 2인당 하나라니. 당장 쿠팡이나 위메프에 간장 한 박스를 주문해 이 집에 배달시키고 다음에 와서는 "내가 킵해놓은 간장 있지? 그것 좀 가져와. 대접에 간장을 부어 먹을 테니까 대접도 네 개"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어떤 경우에는 을이 갑을 만든다.

매식(買食)이 일상인 직장인들과 매식(賣食)이 생계인 음식점 종사자들은 항상 부딪힌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설렁탕을 주문했고 설렁탕이 나왔는데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먹은 만큼 돈을 냈는데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나는 그 중국집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 간장 두 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그 식당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중화' '동영관' '루이'는 아니다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내가 여행자로 느낀 우리의 서비스는 너무나 과도하게 친절하다. 좀 불친절하면 안 되나? 본연의 업에 충실하고, 손님이 좀 맞추어주면 안 되나? 지난 필자의 브런치 연재글 "여행? 희망! _ 갑질을 벗어던지는 여행"에서도 언급한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글담출판)라는 책을 낸 린 마틴은 노부부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깨달은 삶의 기쁨을 책에 고스란히 적었다. 책에는 멕시코 산미겔이라는 지역을 여행 다니면서 적은 구절이 쓰여 있다.      


“멕시코 정부는 1920년대에 산미겔을 멕시코의 명승지로 선정해 산미겔의 고유한 매력을 보존해 왔다. 산미겔에는 신호등이나 네온사인이나 체인점이 없다. 산미겔은 45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산미겔 대다수 주민의 예의 바른 행동은 품위가 넘치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멕시코 정부는 19세기 중반에 행실이 바른 모든 멕시코인이 어린 시절에 배우는 올바른 행동 강령을 발표했다. 이를 테면, 물건을 사든 사지 않든 가게에 들어가면서 주인에게 인사를 하지 않거나, 가게를 나가면서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화를 할 때마다 항상 가족의 건강을 묻는 안부 인사를 먼저 해야 하며, 신사라면 여성에게 문을 열어 주고, 여성이 방에 들어가면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표해야 한다.

이 모든 게 느긋한 삶의 속도의 일환이다. 우리는 산미겔에 갈 때마다 미국에서와 다른 느린 흐름을 다시 익혀야 했지만, 이런 느긋함이 더 없이 고마웠다.”     


줄도 안 서고, 이상하리만큼 혼돈스러웠지만, 그래도 힘들게 주문하고 나니 나름 쟁취감도 있었고, 또 특이한 경험을 했다는 재미도 들었다. 게다가 그렇게 나온 커피는 황홀하게 맛있었다. 그 맛있는 커피를 단돈 1유로(한화 약 1,300원)에 마실 수 있었다. - 물론, 지금은 조금 가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의자와 테이블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닥다닥 붙어만 있어도 불평이 있을 수 있는 우리네 카페는 양반인 편이었다. 스탠딩 카페는 이탈리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들에게 커피와 카페는 오랜 시간 앉아서 쉬는 공간일 수도 있지만, 더 크게는 진짜 일상생활에서의 커피를 마시고 떠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보니 회전율은 올라가고, 가격은 저렴할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라! 커피 원두값이 몇 백원이라고 하면서 폭리를 취한다고 하기 전에, 우리네 임대료 수준을! 왠만한 커피숍의 보증금은 억대가 넘어가고, 월세는 300~1,000만원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월세 내려면, 커피를 몇 잔 팔아야 한단 말이냐!


물론, 커피가 황홀하게 맛있으니, 커피값을 저렴하게 할 수 있고, 또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는 한다. 다만, 이러한 요소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되는 경우가 많다. 쉽지 않지만, 이들이 고민한 것은 아마 이러한 것이리라!


저렴한 가격 → 회전율의 증대로 인한 신선도 유지와 맛있는 커피 → 고객의 방문 증대 → 스탠딩형태의 카페문화 일상화 → 굳이 고민하지 않는 인테리어 → 굳이 고민하지 않는 서비스


어떠한 국내 커피 기업에서도 스탠딩 카페를 고민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만 고객에게 공감을 받지 못하면 복합적인 사이클을 유지하기 어렵다보니, 아마 고민하다가 도입에는 주저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보면, 어떠한 사업의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변화는 용감하고 과감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행자의 시선!


1. 로마의 가장 유명한 커피숍! 힘들게 주문했지만 쟁취감이 있네!

2. 서서 마셔도 좋아! 단돈 1유로니깐!

3. 역시 카페는 일하거나 담소나누는 공간이라기 보단 커피 자체만을 마시는 공간이구나!

4.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탈리아 로마니깐!



공급자의 시선!


1. 무조건 고객 편의에 맞추기 보다는 훌륭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고객이 우리 문화를 따라올 수 있도록 유도하자!

2.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그만큼 회전율이 낮아지고, 판매도 어렵다. 보다 저렴하게, 하지만 회전율을 극대화시키자!

3. 카페는 인테리어도, 접근성도, 친절도 부차적인 것일 뿐! 맛있는 커피에 몰두하면 나머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

4. 카페에서 먹거리가 함께 해야 할 필요 없다! 정말 잘 하는 몇 가지 대표 메뉴를 통해 특화시키자!



다음에 살펴볼 벤치마킹 여행지는?


다음 살펴볼 곳은 태국 치앙마이 외곽에 위치한 엘리펀트 네이쳐 파크이다. 다른 코끼리 관련 시설과 달리 트래킹을 하지 않는 이 곳은 코끼리를 보호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코끼리 생태공원이다. 대부분은 트래킹 등을 하다가 다친 코끼리를 데려와서 보호하고 있다.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을 시켜주는 진정한 생태관광지 중 하나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이 함께하는 치앙마이 엘리펀트 네이쳐 파크로 가보자!


엘리펀트 네이쳐 파크 (이미지 출처: http://www.aroundthisworld.com)



이 연재글은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아무래도 글을 쓰다보면, 정확한 근거나 자료가 미흡할 때가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라든지, 만약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에 남겨주세요. 또 댓글 작성이 어려우실 경우, naked38@naver.com, http://www.facebook.com/projectsoo, http://www.tourism.re.kr 에 의견을 보내주세요. 지속적으로 글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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