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눈으로 본 멋진 관광개발과 콘텐츠 이야기
독일의 아름다운 소도시를 구경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차량을 렌트하여 로맨틱 가도를 달리는 것이다. 로맨틱 가도에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아래에서부터 퓌센, 로텐부르크, 밤베르크, 뉘른베르크를 거쳐서 눈이 호강한 경험이 있다. 특히, 아래 지방인 퓌센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어서 많은 이들에게 퓌센은 반드시 가야 하는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데, 이 유명한 퓌센에서 가까운 곳에 작은 마을 하나가 있다. 건물마다 프레스코 벽화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마을, 바로 오버아머가우이다. 독일의 전통 가옥은 고풍스럽기는 하지만, 아주 이쁘다거나 예술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벽화를 그려 넣으니 가옥이 예술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오버아머가우는 퓌센에서 직선거리로는 2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나, 주변에 Ammergebirge 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약 40km 정도를 차를 타고 가야만 도착할 수가 있다. 주변의 큰 도시로는 뮌헨이 있으며, 뮌헨에서는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당일 여행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목조 공예품이 유명하면서, 이야기한 다양한 벽화가 있는 마을로 마을 시내를 둘러보는데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보다 마을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하루 정도는 전통 숙소에서 잠을 자면서 여유 있게 쉬기에도 좋은 마을이다.
오늘은 이 오버아머가우를 만나러 가보자!
드디어 말로만 듣던 이 곳을 가보게 되는군!!
오버아머가우는 사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거리를 둘러보는데, 이렇게 마을이 작은지 의심이 들 정도로 몇 시간이면 시내 주요 지역은 볼 수 있는 규모였다. 순간, 여기에서 1박을 하기로 한 것이 잘한 결정이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숙소 예약까지 마친 상태인걸.. 그렇게 오버아머가우의 시내로 들어섰다.
오버아머가우의 시내 중심가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은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벽화가 그려진 집들이었다. 1층은 상가로 쓰이고 있었고, 대부분 2층이 숙소나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아름답게 채색된 건물들이 내가 오버아머가우에 왔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아! 건물들 참 이쁘다!!
시내 건물들은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채색이 되어 있었다. 적게는 창문 주위나 지붕 근처가 이쁘게 장식이 되어 있는 집부터, 많게는 전체 벽이 다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곳도 있어서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벽화의 마을이라서 그러할까? 중심에 있는 성당에 우연찮게 들어갔는데, 조그마한 시골 성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성당의 천정에는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사실 이 성당은 천정만이 아니었다. 전체 성당의 벽면에 그려진 그림들은 작은 규모의 성당임에도, 유럽의 다른 대성당에 비하여 크게 손색이 없었다. 아니, 종교적인 의미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오히려 훨씬 압도당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오버아머가우에는 1층 상점에 다양한 목각제품들을 많이 팔고 있다. 종교적인 제품들을 많이 파는데, 이는 오버아머가우의 공연과 연관이 있다. 1633년부터 오머아머가우에서는 10년마다 "예수의 수난극" 연극을 개최하게 되었고, 개최한 년도부터 흑사병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버아머가우는 유독 종교화를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종교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동화 이야기들을 표현하고 있는 마을 벽화들도 눈에 띄는데 브레멘 음악대, 빨간 모자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의 내용을 볼 수 있는 유치원과 고아원 등의 건물은 눈을 떼지 못하고 그 그림의 이야기를 볼 수밖에 없다.
이 작은 마을은 크게 볼거리가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마을의 자원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독특한 형태의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것만은 분명했다. 만약, 여기에 이러한 벽화가 없었다면 과연 사람들은 이 조그마한 마을을 방문하였을까? 대규모 개발이나 투자가 아니고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오버아머가우는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진짜 마을 가꾸기가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부터인가 벽화마을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벽화마을이라는 것이 우리의 경우는 대게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 오버아머가우와 똑같은 형태의 벽화마을은 아닐 것이다. 이 오버아머가우가 독특했던 점은 벽화로 아름답게 꾸민 것만이 아닌, 벽화 자체에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냥 짧게 둘러보며 이쁘다는 느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발길을 멈추어 그 벽화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스토리텔링이 갖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종교화가 많이 그려져 있는 이 오버아머가우는 벽화의 종교적인 내용이 "예수의 수난극" 연극으로부터 출발을 한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연극을 굳이 보지 않아도, 종교화에 걸맞은 이 곳의 분위기는 벽화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예수와 마리아 등을 조각한 목각제품들을 많이 진열하고 팔고 있는 모습은 마을 자체의 분위기와 잘 맞는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 생뚱맞은 기념품이 아닌 마을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이 기념품들은 오버아머가우에 들르면 사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든다.
오버아머가우는 참 작은 마을이다. 그 마을의 벽화가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이 작은 마을에 함께 하는 이들이 서로 간 잘 배려를 하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 때 반드시 내 가계에 와야 한다고 크게 간판을 걸거나, 미관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마을 방문자들은 벽화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더 마을의 테마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얼마 전, 인터넷 사이트에 오스트리아 할슈타트가 한국에 있다면 어떠한 모습일지를 그리는 패러디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이 패러디 사진에 보면 그 아름답던 할슈타트도 한국의 간판문화(?)에 그저 집단 빌라촌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웃지 못할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오버아머가우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벽화의 아름다움을 스토리로 승화시키고, 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절제가 함께 녹아들어 있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고즈넉한 저녁을 오버아머가우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당일치기 여행객들도 많이 빠져나갔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1박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고요해진 오버아머가우의 길가를 거닐며 다시금 벽화의 그림 내용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1. 별 것 아니지만,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참 특색 있어 보이네!
2. 그냥 벽화가 아니라 벽화에도 이야기가 있고, 내가 아는 이야기라 더 정겨워!
3. 벽화와 어울리는 각종 기념품들이 발길을 잡네!
4. 그렇게 건물들이 튀지도 않아, 어울리는 모습에 구경하는 발길도 가벼워!
1. 마을 만들기! 대규모 개발이나 투자 없이도 독특함을 살리는 방법!
2. 단순한 벽화 그리기가 아닌 건물에 맞는 이야기가 있는 벽화 그리기!
3.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벽화가 되고, 기념품이 되는 테마의 일관성 유지!
4. 모여있는 건물들이 튀지 않고, 함께 어울리도록 하는 배려의 정신이 필요!
다음에 살펴볼 벤치마킹 여행지는?
여행지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하나의 나라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나라는 바로 모로코이다. 색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모로코. 모로코의 도시들은 바로 색깔의 도시들이다. 자신만의 정체성 있는 색으로 매력을 보여주는 모로코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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