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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지우 Nov 27. 2023

발단은 무지(無知)로부터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소설에서 발단은 배경과 인물이 제시되고 일이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제 스토리에서 발단은 무지에서 시작됩니다. 무지(無知). 즉 모른다는 뜻입니다.

제가 무지했다는 걸 알게 된 건 2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산책을 하려고 나섰는데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일렁였습니다. 직업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직장을 다니면서 하기 싫은 일도 참아냈지만 여전히 쥐꼬리만 한 월급에 매달려 내 시간을 맘대로 쓸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라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생은 망한 것 같다는 절망감이 밀려왔고 자려고 누워도 잘 수가 없었죠. 그 순간 예전 직장 동료가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월급을 모아 집을 두 채 사고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했어요.  <부의 통찰>이라는 책에 입사일, 연봉, 근로 조건이 같은 두 사원이 있는데 10년 후 한 사람은 마이너스 통장을 끼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수십억의 자산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 얘기를 하는 것 같더군요. 후자가 저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전자가 저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금융 문맹이 바로 저였던 거죠.



많이 부끄럽지만 필사했던 노트를 보여 드립니다. 이름도 아주 거창하죠. 부자 노트(웃음)


이 노트 안에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 롭 무어의 <머니>, 나폴레온 힐의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와 같은 책의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이것만 본다면 저는 부자가 되길 상당히 바랐던 것 같은데 아쉽게도 이 노트는 실천 편이 없습니다.


무려 5년 전에 읽은 책이니 책에서 알려준 내용대로 실천했다면 이미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천 편이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부자'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다.

부자가 되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절실하지 않다.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였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면 책을 읽어도 실천할 게 없습니다.

올바른 답을 얻으려면 질문을 잘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기 계발서를 긴 시간 읽으면서 책에 나온 내용을 안다고 착각했습니다. 단지 책 내용을 이해했을 뿐 아는 게 아니었습니다. 분노라는 감정이 현실을 자각하게 했고 무지를 깨닫게 했습니다. 내가 모른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저는 두 가지 면에서 몰랐습니다.

첫째, 나

둘째, 돈


나를 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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