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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5. 2021

톨후인

...


리오 그랑데를 벗어나자 파타고니아의 익숙한 초원이 펼쳐진다. 차이가 있다면 점점 산들과 가까워진다는 느낌이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 시간 반쯤 지나 Tolhuin을 지나간다. Tolhuin은 인구가 3000명 정도지만 크고 긴 Cami 호숫가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호숫가에 차를 세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와 양쪽을 감싸고 있는 낮은 산들과 멀리 정상에 눈을 이고 있는 산군들이 환상의 경치를 만들고 있다. 단 하나의 인공물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순간을 환상으로 몰고 가고 있다.


순간은 찰나이고 현재인데 붙잡아둘 수가 없다. 그래서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순간을 붙잡고 싶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 사람들은 연신 사진 찍기에 바쁘다. 현재를 과거 속으로 보내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사진 함 속에 자신을 박제하고 싶어서인지...


Tolhuin을 지나면서부터 산 길이 시작되었다. 급회전 구간도 간간히 있지만 오가는 차는 거의 없다. 호숫가에서 멀리 보이던 흰 눈을 이고 있는 산군들 속으로 점점 들어가고 있다. 파타고니아를 횡단하며 보지 못했던 울창한 나무들도 보인다. 높은 고개를 두세 개 넘은듯하다.


장례식장에서 Maroon 5의 Sugar와 Memories가 교대로 무한반복했었다. 아버지는 파타고니아에서 처음 Sugar를 우연히 들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Maroon 5를 좋아했다고. Sugar를 선택하고 볼륨을 높였다. 늦은 오후 시간에 서쪽으로 달리다 보니 앞 유리창을 통하여 쏟아지는 햇빛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다. 햇빛, 구름, 파란 하늘, 호수, 설산, 침엽수림, 음악, 포장도로, 서늘한 기온, 그리고 사람 없음이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주변의 산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멀리 보이던 설산들이 눈 앞으로 다가섰다. 하루의 피로가 몰려올 시간이 되면서 드디어 우슈아이아가 보이기 시작한다. 커다란 크루즈 선박이 항구를 꽉 채우고 있다.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인 우슈아이아가 나를 반기고 있다.

https://youtu.be/ZfFvYtCEu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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