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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솔아 Jul 28. 2023

낯가림 심한 고양이의 마음을 여는 방법

호냥이의 애착 발 냄새



    우리 집 첫째 고양이인 호냥이는 낯가림이 심하다. 집에 손님이라도 놀러 오면 호다닥 침대 밑으로 숨어버린다. 그래서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 중 호냥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만약 봤더라도, "방금 뭔가 검은 게 슉 지나갔는데?"하는 정도로만 목격담이 들려온다).


    호냥이는 나에게도 낯을 가렸다. 원래 호냥이는 남자친구(지금은 동거인) 기르던 고양이었다. 남자친구가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 해서 룰루랄라 집에 놀러 갔는데, 고양이 화장실과 밥그릇만 있고 고양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해태나 유니콘처럼 구전으로만 내려오는 신비의 동물인가? 분명 있다고 하는데 보이질 않으니 오기가 생겼다. 게다가 사진으로  호냥이는 너무나 귀여운 눈망울과 호랑이 같은 무늬를 가진 고양이였다. 아니, 너무 귀엽잖아?  보고야 말겠어


    나는 호냥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고양이가 좋아서 팔짝 뛴다는 카샤카샤를 사서 흔들어 보았다. 소용이 없었다. 한번 냄새를 맡으면 그냥 지나가는 고양이가 없다는 최고급 간식인 츄르로 유혹을 해보았다. 호냥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침대 밑 어둠 속에서 두 눈만 번쩍일 뿐.



    어느 날은 그냥 포기하고 가만히 바닥에 앉아있었다. 내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지, 호냥이가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땡그란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 발치까지 천천히 다가왔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내 앞에 모습을 보이다니!


    호냥이는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씻었는데 괜찮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호냥이는 마치 캣닢 냄새를 맡듯 홀린 듯이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아, 호냥이는 청국장을 좋아하는 걸까? 구수한 냄새에 호냥이의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다. 이내 호냥이는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이때다 싶어 장난감을 들었다. 호냥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팔을 휘저으며 사냥했다. 나는 격한 기쁨에 신나게 카샤카샤를 흔들었다.



    그 뒤로 호냥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나를 보면 킁킁거리며 발 냄새를 확인하고는 '사냥을 시작하지.'라는 눈빛으로 내 얼굴과 장난감을 번갈아 쳐다봤다. 같이 노는 시간이 늘어나고, 원래 주인인 남자친구보다 나를 더 따를 정도로 친해졌다. 호냥이와 함께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집을 오래 비웠다가 돌아오면 호냥이는 발 냄새부터 체크한다. 킁가킁가 냄새를 맡은 후, '구수한 냄새는 변하지 않았군'하는 안심스러운 표정으로 발라당 눕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다.



*알고 보니, 인간의 발냄새에는 캣닢과 비슷한 화학물질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캣닢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카샤카샤를 흔드는 나. 지금보니 나만 신났다.


처음으로 침대에 같이 누워있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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