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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Jan 19. 2017

“콩깍지가 씌었다”

베르터를 읽다, 5월 30일



6. “콩깍지가 씌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애인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 더 낫겠어. 아마 내가 그녀를 직접 보게 되면 그녀는 지금 내 눈앞에 어른거리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거야. 그러니 내가 왜 이 아름다운 이미지를 망쳐 버리겠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젊은 베르터의 고통, 정현규 역, 을유문화사, 29-30쪽.




  사랑을 하고 있는 이에게 사랑하는 이의 모습은 어떠한가. 한국에선 통속적인 말로 “콩깍지가 씌었다”라고 말한다. 베르터의 생각이 아름답다. 비관적이지가 않아서. 나는 이러한 사랑이라는 현상에 비관적인 마음을 늘 지니고 있다.

  사랑이 타자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 더 가까워질 수 없는 것 중 한 이유는 위와 같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보이는 애인이란 현존하는 애인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을 하고 있는 이는 그에게 “환상”을 본다. (알랭 드 보통 또한 “이상화”라는 챕터에서 이에 대해 풀어 쓴 적이 있다. 아니 이렇게 대중적이면서도 하나하나 짚어가는 해석의 탁월함과 위트함이라니, 싫다가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 환상은 사랑하는 애인이 허락하지 않은, 부분을 홀로 사랑해버리고, 이상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면 빠질수록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현존과 더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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