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사람이 되어야지

by Lacedie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좋아한다”, “친구로 남아줘서 고맙다”, “너 때문에 내가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참 내 사람들에게 무거운 사람이구나. 너무 무거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내 속의 있는 것을 말한다고 한 이야기가 내 짐을 덜고 그 사람들에게 옮기는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나는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짐을 씌우고 있었구나. 무거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최은영의 소설집을 읽었다. '무거운 사람이 되어야지' 다시 고쳐 마음을 먹었다. 아, 나는 어쩔 수 없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가벼워지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을 지우지 않는 건, 그만큼 마음도 가벼워지는 일인 것 같아서. 내가 짐을 덜고, 나누는 만큼 관계는 무거워졌다.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말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관계에 마음을 덜 쓰겠다는 마음이고, 그러면 관계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이상해서.

'무거운 사람이 되지 않아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나는 내 사람들에게 덜 연락할 것이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덜 의미부여를 하고, 덜 가까워질 것이고, 더 나와 가까워질 것이고, 내 아픔과 기쁨도 그들에게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 사람들에게 덜 기대고 의지하고 그만큼 더 희미해질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기적인 내 자기 합리화 과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가벼운 관계보다 무거움을 짊어지는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인터넷으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되고, 그래서 순간 나도 모르게 가볍게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만남과 헤어짐에 깊은 의미를 두지 않고, 흘러가듯이, 너와 네가 만나고 지나치는 것들이 우리의 생에 어떠한 상흔도 남기질 않기를, 그렇게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프더라도 당신이 지난 간 상흔이 내게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을 내가 계속해서 돌아봤으면 좋겠다. 난 그런 사람이라서,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한 동안 가볍게 관계를 생각했던 나를 반성한다. 오늘 스치고 지나가는 당신도, 인터넷에서 만난 당신도, 내게 지금 가까운 당신도, 다 오래오래 기억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전에 가까웠던 친구들과 멀어졌던 일이 있었다. 나 혼자 그냥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내가 거리를 두고 마음을 걷으려고 했기 때문에. 한 친구가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또 새로 시작되어도 매번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잊지 않고 나에게 작거나 긴 편지를 보내왔다. 그 친구의 마음을 생각한다. 나는 그 친구가 나에게 되었던 사람처럼, 그 친구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잠시 만나지 않고, 멀어져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과 의미를 잊지 않는 사람이.


스무 살이 넘어서는 당황한 경험이 하나 있었다. 나는 오래 알고 지냈다는 시간으로 그 친구와 언제나 가까워질 수 있는,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급한 상황에 건 내 전화에 그 친구는 당황했었다. 친하지도 않은 네가 왜 나에게 그런 요청을 하느냐는 듯한 의아하고 당혹스럽다는 목소리 때문에. 지금, 우리의 관계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것들이라고 말하는 그 시간 때문에 나는 지금도 당신이 소중하다고 느끼는 내가 가끔은 이상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들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라졌다고 잊고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은 내 곁에 없어도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내 안에 깊숙하게 자리 잡게 되는 거니까. 그래서 지난날 다시는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을 것 같던 사람들과의 추억을 돌이키며 "그날의 즐거움은 시간이 지나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이곳에 소박히 고백한다"라고 적었다.


이런 내가 무거워서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나는 '무거운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게 마음먹었다. 지나간 것들조차도 소중히 안고 그것 때문에 상처 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생길 순간의 기적들을 미리 포기하지 말아야지. 그래도 당신에게 내가 기쁜 짐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기꺼이 당신의 기쁜 짐을 짊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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