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알지 못하지만 이해하고 싶다.

by Lacedie




일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고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아니 어떻게 해줘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상황에 닥친 적이 있었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일을 나는 어느 정도 깊이인지 가늠만 할 수 있을 뿐, 실제적으로 나는 그 고통을 느끼고 있지도 않았다. 그건 내 고통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 고통을 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그의 고통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결국 각자의 고통은 각자가 앓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타인의 고통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타인의 고통을 나는 과연 함께 아파해줄 수 있는 건가. 왜냐면 그 고통을 체험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타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결코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이며 결코 완전히 알 수 없는 이방인이라는 것은 인간이 인간을 마주하면서 견뎌낼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나도 그러한 비슷한 고통들을 겪어보았다고, 그럼 경험들이 내게도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비슷할 뿐이지 똑같지 않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닌 상황인데 정말 내 것처럼 아파해줄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같이 아파해주겠다는 말이 위선이 되지 않을까? 그 고통을 나도 안다는 그 말은 때로는 오만이 되지 않을까?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그 무엇이든 타인에게 의미 없고 와 닿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고민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 고민을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픈 일이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 나는 타인이 아님으로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고 오롯이 타인이 될 수 도 없다. 그렇기에 나는 그 고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으면서 기꺼이 안아야 하나. 당신의 고통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안아주어야 하는 것일까.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때 어떤 이가 내 고통을 아는 체했다. 내가 어떠한 심정에 놓여있는지 그에게 제대로 전달해주지도 않았건만 자기도 겪어봐서 다 아는 일이라며 말하며 소위 "모두들 그래.", "나도 그랬어."라는 말로 내 고통을 포장했다. 나는 그와는 다시 내 고통을 나누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에 다른 어떤 이는 단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가 해준 건 그뿐이었고, 나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살아가면서 비슷한 상황에 우리는 모두 놓일 수 있으나, 모두 같은 감정과 같은 고통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있고, 그렇기에 각자의 감정과 각자의 고통이 있다. 나는 당신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당신은 나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 단지 당신은 나의 애정하는 사람이기에 그 고통을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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