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롱 Jun 01. 2023

이스탄불의 러브스토리

이스탄불에 이루어질 수 없는 러브스토리가 있다. 그 주인공이 살았던 피에르 로티언덕! 낯선 길에서 언덕을 향해 무모한 걷기 도전은 시작은 꽤 상쾌하였다. 강을 따라 고깃배도 만나고 이국적 정취에 취해 조금만 걷자를 하다 보니 한 시간 이상 걸었다. 다리의 통증이 허벅지를 지나 종아리까지 후들후들해질 즈음에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하였다. 케이블카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정상으로 데려다줬다.편하기는 역시 대중교통임을 실감한다.

피에르로!

 피에르 로티라는 프랑스인의 자전적 소설인 '아지야데'가 쓰인 곳이다. 그가. 이스탄불에  근무할 때, 아지야데라는 여인과 열렬한 사랑을 하였다. 아지야데는 유부녀였고 이슬람교인이었다. 지금언덕인 공동묘지 근처가 밀회의 장소였다. 로티가 임기를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간 후 아지야데는 가문으로부터 ‘명예살인’을 당했다.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땅에 파묻은 채 가족이나 친지들이 돌을 던져 죽게 하는 방식이다. 로티가 옛사랑을 못 잊고 돌아와 보니 이미 그녀는 없었다.

그는 너무나 슬픔에 겨워 이곳 카페에 앉아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야자 아데'라는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아예 국적을 바꾼 후 밀회의 장소에 움막을 짓고 죽는 날까지 바다를 바라보며 연인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의 숙소는 작은 문학관이, 차를 마시던 곳은 로티 카페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순애보적인 사랑의 장소를 찾아온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도 있겠지만  로티의 마음 깊은 사랑의 감각을 찾고 싶은 것 아닐까  

차이 한잔을 앞에 두고 언덕아래 흐르는 금각만을 바라본다.수면에 비치는 석양이 금빛으로 빛나 금각만(Goiden Horn)'이라 불린 만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튀르키예인들의 사랑받은 차이!

맛은 홍차인데 느낌은 연민! 엄지와 검지에 쏙 들어오는 차이잔은 매우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차이 한 모금이 목젖을 울컥하더니 심장가까이 적신다. 튀르키예인들은 홍차를 입에 달고 산다.

언덕 주변에는 관광상품을 파는 가게의 주인들이 엷은 미소로 환영한다.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까지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언덕에 웬 공동묘지가 있다. 이슬람 교인들이 죽어서 꼭 묻히고 싶은 공원이라니 죽어서도 외롭지 않을 위치다. 묘지의 제일 작은 평수가 한화로 5천만 원이 넘고 큰 가족묘는 1억 원이 넘는 것도 있고 무덤에 묻힐 때는 화장을 하지 않고  바로 매장을 하는 게 이곳 문화이다. 묘지보다는 멋진 카페가 들어서는 게 더 영리적일 것 같은데!

사랑 그리고 죽음이 함께 있는 언덕길을 내려오며 시간의 영속성을 믿어본다. 돌아오는 길은 무조건 논스톱 대중교통이다. 내 다리도 그러고 싶어 한다. 36C번 버스로 무사히!!


이전 05화 동서양이 공존하는 이스탄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