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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ug 11. 2023

깊은 산속 쉬멜라수도원

튀르키예에 온 지 3주째! 멜라수도원까지 가는 길 건너 흑해가 보인다. 이곳에 와서 지중해 다음으로 궁금했던 흑해는 바닷가 모래들이 거무스름하다. 그래서 흑해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흑해는 검다는 뜻이긴 하나 이곳에서는 북쪽을 의미해서 그렇게 부른다.

산자락은 튀르키예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그림 같은 집들이 초원 위에 어울린다. 차창밖 풍경은 살아온 시간만큼 빠르게 스친다. 목적지까지는  5시간 이상 계곡을 따라 꼬불꼬불 올라가야 도착한다.

우리는 자유여행 중 렌터카를 주로 이용한다.  매일 걷고 이동하는 일이 많다 보니 아프면 안 된다. 두 시간 운전 후 휴식과 당보충을 위해 낯선 마을에 들어갔다. 마침, 빵집이 있다.

 "어디서 왔느냐? 어디를 가느냐?" 빵가게 주인이 싱글벙글하며 질문한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주로 버스를 이용하기에 이런 시골 동네에는 멈추지 않다 보니 우리를 무척 반긴다. 화덕에는 빵이 익어가고 있고 구수한 냄새에 군침이 돈다. 빵집 사장은 빵값을 안 받고 커다란 빵을 선물이라고 내민다. 형제의 나라는 바로 이런 정인가보다. 빵은 이들의 정만큼 부드럽고 따뜻하여 맛나게 먹었다. 튀르키예 대부분의 식당에서 제공하는 빵도 한 바구니 가득하니 인심이 후하다.

쉬멜라수도원은 트라브존에서 남쪽으로 46㎞ 정도 떨어져 있다. 수도원은 산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조각품처럼 된 건물바위산에 붙어 있다. 그림엽서에 담아도 멋질 것 같아서 수십 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의 기억은 사진이 되어가는 나이다 보니 사진을 많이 찍는다.

수도원은 산의 위용에 굴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체 산 아래 중생들을 굽어 살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도원까지 오르는 길은 돌계단이다. 우리나라의 사찰처럼 수도원들도 깊은 산속에 있다. 울창한 숲사이로 날렵한 곡들이 아찔하다. 산 정상의 봉우리는 눈이 쌓여 있어 가을에서 겨울을 본다.

쉬멜라수도원의 역사는 그리스 출신 수도사 형제가 성모 마리아의 계시를 받아 해발 1200m  높은 위치에 암벽을 깎아 만든 동굴교회다.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되고 종교세력이 커지면서 교회가 부패하자 기독교 본연의 생활로 되돌아가기 위해 수도원 운동이 전개되었다. 쉬멜라수도원은 산속으로 들어온 수도사들이 깨어 기도하고 영성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바위를 깎은 5층 구조에 72개의 방이 있고 800여 명의 수도사들이 지냈곳에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였을까? 수도원은 빵 굽는 터, 목욕탕, 교회, 사제들 방, 도서관, 교실까지 남아 있다.

그중에 교회가 가장 인상적이다. 교회 외벽은 프레스코화로 그려져 있다.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의 잉태 사실을 알려 주는 장면 및  예수의 제자들, 예수의 승천, 성모 마리아의 죽음 등이 아주 세밀하고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성화 벽화가 벗겨지고 찢겨 있다. 이슬람교의 기독교에 대한 이질감이 적대적으로 표현되어 훼손을 한 것이다. 비록 그림이지만 수도 없이 망치 같은 것으로 찍힌 자국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한참을 아픈 상처의 그림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파옴을 느끼며 속상했다.

동굴 교회 한편에 물방울을 모으는 물통의 쓰임이 궁금했는데 바로 옆에 부엌이 있는 것을 보니 조리용으로 쓰인 것 같다. 불씨를 어떻게 지키고 조리를 하였을까? 과거의 불편은  영성의 체험이 되어 신앙이 깊어졌을 것이다.

여전히 어둡고 훼손된 내부를 복원 중이어서 접근이 금지된 곳이 많아 아쉽다. 그리스와 러시아의 여행자들은 이곳을 성지처럼 여기며 순례코스로 찾아온다. 지금은 수도원의 기능보다 명상과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온 이들에게 고요와 적막함을 준다.

100개의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내려오며 눈앞의 경치에 위로를 얻는다. 수도원 가는 길을 순례자의 길이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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